[생생 인터뷰]올해 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는 500여명에 육박하는 젊은 의사들이 참여했다. 부산과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이들은 회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의원들의 결정에 때로는 응원을, 때로는 야유를 보냈다. 대의원으로 총회에 참석해 현장에서 젊은 의사들을 지켜본 김교웅 서울 구로구의사회장을 만나 당시 소감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대의원총회에 참석한 젊은 의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교웅 회장: 대의원총회를 찾은 젊은 의사들이 수년 후에는 의료계의 주역이죠. 젊은 의사들이 먼 곳에서 찾아와 하루종일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주는 걸 보고, 나도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다른 대의원도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김교웅 회장: 다른 분들도 생각이 같았을걸요. 실제로 일찍 자리를 뜨려던 일부 대의원들이 젊은 의사들의 열정을 보고 자리를 뜨지 않았어요.

장영식 기자: 젊은 의사들이 왜 총회장을 찾았을까요?

김교웅 회장: 젊은 의사들이 올해 총회장을 찾은 이유는 경만호 회장의 실정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의료계를 위한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면 이해해 줄 수 있죠. 하지만 요즘 경 회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의료계 일이라고 보기 어렵죠.

장영식 기자: 대의원들은 경만호 회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김교웅 회장: 젊은 의사들 만큼이나 대의원들도 경만호 회장을 신뢰하지 않아요. 올해 총회 결과를 놓고 보면 경만호 회장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대의원들은 앞으로 업무추진비 등 모든 예산 집행 시 영수증처리를 하라고 의결했고, 소송도 개인비용으로 하라고 결정했죠. 사실 소송비용 같은 사안이 총회 안건으로 올라올 사안인지 한심합니다. 제발 소송 좀 하지 말고 일이나 하라는 말인데 경만호 회장이 제대로 이해했을지 의문이에요.

장영식 기자: 경만호 회장에게 매우 비판적이시네요.

김교웅 회장: ‘경만호 회장 사퇴권고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가 분과위원회에서 18대 19로 가까스로 부결된 것이야말로 경만호 회장이 처한 현주소를 보여주죠. 부결된 이유도 경만호 회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부결시킨 것이 아니고, 경 회장의 불신임을 통과시킨 후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기자: 경만호 회장이 신임을 잃은 이유는 뭘까요?

김교웅 회장: 대회원 설명회를 예로 들 수 있어요. 지난해 말 경만호 회장이 전국 설명회 당시 요양시설에 대해 질문을 받자 허가가 나서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고 답했죠. 참 궁색한 답변이었습니다. 설계 변경을 신청하면 2년은 연기할 수 있고, 설계사를 바꿔도 마찬가지로 연기가 가능한 데 말이죠. 회원들의 궁금증을 말도 안되는 해명으로 일관하니 신임을 잃었죠.

장영식 기자: 경만호 회장이 단행한 집행부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교웅 회장: 경만호 집행부의 회무를 보면 아래 사람 때문에 잘못했다기 보다 경만호 회장의 문제가 큽니다. 이사들을 바꾼다고 달라질 게 없죠.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집행부를 개편한다고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장영식 기자: 이사들에 대해서도 평가하신다면요?

김교웅 회장: 이사들과 대화해 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게 느껴집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구요. 총회 당시 분과위원회에서 대의원들의 질문에 담당 이사들이 답변하는 내용을 봐도 사안을 파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사 몇 명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경만호 회장이 남은 임기동안 요양병원을 중지시키는 등의 희생을 통해 자신보다 의료계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대정부, 대국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요?

김교웅 회장: 제도권에 있는 나이든 의사들은 대정부 로비라고 하면 비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게 문제입니다. 이는 과거에나 통했던 낡은 사고방식으로 지금은 시대가 변했죠.

장영식 기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교웅 회장: 이제 앞에서 만나야 합니다. 공개적으로 만나서 필요한 얘기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 타협을 이끌어 내야죠. 이러한 타협을 이끌어 내는데 전국의사총연합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의료계를 옥죄는 정책을 추진할 때 전의총이 강경하게 맞서고, 이때 의사협회가 중재자로 나서 정부를 향해 당근을 내놓으라고 압박할 수 있죠.

장영식 기자: 앞으로는 어떤 점이 달라져야 할까요?

김교웅 회장;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대충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의협회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의협회장은 명예를 생각해야 합니다. 경만호 회장이 남은 임기동안에는 본인보다 의료계를 위해 일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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