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8년만에 적자로 전환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보건당국이 해명에 나섰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의 본격 시행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적자로 돌아선 것인데,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의 필요성과 적자의 불가피성을 전하며, 재정관리 계획을 설명했다.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사항 및 예상 혜택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사항 및 예상 혜택

최근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수입은 62조 1,159억원(건강보험료 수입 53조 6,415억원+정부지원금 7조 802억원+기타수입 1조 3,942억원)이었지만, 지출은 62조 2,937억원(요양급여비 60조 5,896억원+기타지출 1조 7,041억원)으로 당기수지 1,778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이 같은 건보재정 당기 적자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앞으로 5년간 보장강화 대책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이렇게 되면 재정지출이 늘기에 당기수지는 계속 적자를 나타내고 누적 수지 규모도 줄어들어 문재인 케어가 완료되는 2022년 이후에는 전체 누적적립금이 11조원 가량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이 8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가운데, 야당은 지난 18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상급병원 MRI나 초음파가 급여화 되고 나서 대기자가 늘고 있다. 급한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료전달 체계라면 이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업무보고를 보니까 의료전달 체계 개편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언급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보험 적자가) 복지부에서 예상한 것보다 적더라도 후손들에게는 빚이 된다. 앞으로 재정계획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국가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한다면 당장 건강보험 건전성 방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때 30조 6,000억원을 소요액으로 잡았다. 그 중 20조원 정도는 재정에 이미 쌓여 있는 적립금으로 쓰기로 했다.”라며, “2022년 이후에도 적립금이 10조원 정도는 유지되는 수준에서 건강보험 재정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많은 의원과 국민이 우려하는 건강보험 재정은 단기성 보험이기 때문에 많은 누적 적립금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10조원만 있으면 건강보험 재정을 운영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그에 맞게 보험료율이나 국고 지원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당 김승희 의원도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한다. 올해부터 적자다.”라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얘기해야 한다. 단기성 보험이기 때문에 10조원만 있으면 된다, 잘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말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사항 및 예상 혜택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사항 및 예상 혜택

건보 재정이 8년 만에 당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정부가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급하지 않은 국고지원금은 13년간 21조원이 넘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대해 “정부가 법적으로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할 정부 부담금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탓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부터 ‘문재인 케어’를 본격 시행,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함으로써 재정부담은 갈수록 커졌는데도 정부가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2007년부터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편법으로 지금껏 이런 지원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정부가 2007∼2017년 기간 실제 건강보험료 수입의 20%에 해당하는 78조 7,206억원을 지원해야 했지만, 주지 않은 정부미납액은 17조 1,770억원(국고 7조 1,950억원, 건강증진기금 9조 9,820억원)에 달했다.

2007∼2017년 기간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턱없이 못 미치는 평균 15.45% 정도만 지원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2018년과 2019년에만 국고지원금 4조 4,121억원이 건보재정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정부 미지급액은 무려 21조 5,891억원에 이른다.

윤소하 의원은 “이번 건보재정 적자를 계기로 법률에 정해진 정부지원금을 반드시 지급하고 누적 흑자를 사용해서 건강보험 보장성 목표를 현행 70%에서 더 높여서 말 그대로 ‘병원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보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지속 증가하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 중이며, 향후에도 적립금이 고갈되는 일 없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복지부는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그 동안 건강보험에서 부담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았고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의료비 가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가 빠르게 증가하는 ‘풍선효과’ 발생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최근 10년간 60% 수준에서 정체되고, 아동ㆍ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적 보호도 미흡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 부담과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지 않도록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보장성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건강보험 당기 재정수지가 적자로 나타났으나, 이는 2017년 8월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당시부터 ‘예상된 적자’다.”라며, “당시 대책을 발표하면서 관련 소요재정에 대해 보험료율 인상, 정부지원 확대 등 재원대책을 함께 발표한 바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 예산을 올해 7조 9,000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최대 규모로 증액(전년 대비 7,000억원)했으며, 보험료율도 적정 수준으로 인상(2019년도 3.49%)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또한, 재정 지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외국인 건보 자격관리 강화 방안 ▲불법 개설 의료기관(사무장병원) 근절 종합대책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대상질환 확대 ▲요양병원 수가체계 개선 방안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추진계획 ▲환자 진료 의뢰ㆍ회송 개선방안 등,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일환으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당초 발표한 바와 같이 2022년 이후에도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지 않고, 일정 수준의 적립금(약 10조원 이상)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재정관리 노력을 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정부지원 확대, 수입기반 확충, 재정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당초 발표한 수준보다 국민의 부담이 더 가중되지 않도록 재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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