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세원 교수의 사건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이뤄져야 환자와 의료인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공감 NECA’에 기고한 ‘정신건강을 위한 안전하고 차별 없는 진료환경’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백 교수는 “처벌과 격리에 대한 사회적 주장이 비등해질 상황에서 유족은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환경 조성을 고인의 유지로 밝혔다.”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제도와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지 논의해보자.”라고 제안했다.

백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유지돼 모든 책임은 가족의 손에 맡겨지는데, 이들을 지원할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퇴원환자는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될수 있는데, 현재 비율은 5% 미만이다. 지역사회에서의 치료를 의무화하는 외래치료지원제는 지난해 전국에서 4건 시행됐다.

백 교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전국에 설치된 것은 분명한 진보이나 의료서비스를 갖추지 못했고, 한 명의 사례관리자가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 명을 관리하는 있는 실정이다.”라며, “예산은 건강증진기금을 통해 지원되나 직원의 근무안정성은 낮다.”라고 전했다.

반면, 미국의 지역사회 사례관리시스템은 의료보험이 지원한다. 정신과병동을 지역에 옮겨놓은 것과 같은 적극적 지역사회 치료프로그램(Assertuve Community Treatment)을 통해 매일 정신건강전문가가 집을 찾아가서 스트레스와 투약을 관리하고 투약을 원치 않으면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해 재발을 막는다.

또, 중증정신질환자 100명당 전문의 1명과 10~15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 회복한 동료상담가가 팀을 이뤄 이들을 지원한다. 대부분 입원경력이 있으나, 서비스 도중 입원하는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백 교수는 “이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비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변화된 인구구조에서 더 이상 환자와 가족에게만 중증정신건강 문제의 책임을 떠넘겨서는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라며, “좋은 치료환경을 제공해 스스로 조기에 치료받는 환경의 조성, 지역사회에 다양한 커뮤니티케어서비스 도입,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건강에서 공공의료의 책임성이 강조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백 교수는 낮은 서비스 이용을 해결하려면 교육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며, 주변에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임세원 교수가 자살예방을 위해 개발했고 70만명의 국민이 수료한 ‘보고 듣고 말하기’와 같은 프로그램이 정신건강 전반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아울러 “차별과 편견을 없애야 한다.”라며, “보험가입 제한과 같은 실제적 차별과 함께 편견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좋은 치료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철폐하고, 사법 또는 행정입원으로 입원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급성기 병동과 만성기 병동을 분리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만의 경우 급성기병동의 의사는 20명 미만의 환자를 보지만, 만성병동의 의사는 100명까지도 본다. 다만 입원과 동시에 적극적인 재활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의료전달체계 상 만성병동은 급성기병동을 거쳐야만 갈 수 있다.

백 교수는 “결국 마음이 아픈 사람이 본인이 먼저 찾고 싶은 좋은 치료환경이 제공되고 지속적인 재활이 필요하면 만성병동을 거쳐 지역사회로 나아가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는 시스템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 핵심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안전을 위해 경찰이 우선적으로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일, 안전수가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일 것이다.”라며, “치료환경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환자와 의료인의 안전 역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백 교수는 “비극으로 시작된 논의가 또다시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으로 가지 않고, 고 임세원 교수가 무엇보다 사랑했던 환자들이 보다 나은 치료 환경과 관리체계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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