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은 지난 9일 방송한 ‘범죄자가 당신을 진료하고 있다…불멸의 의사 면허’ 편을 통해 의사면허와 관련한 현행 의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만 면허가 취소되는 것도 문제이며, 면허가 취소됐다 하더라도, 재발급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정보를 환자들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추적60분은 ‘2007년 통영 수면내시경 女환자 성폭행 사건’, ‘2011년 간호조무사 성폭행 사건’,  ‘2012년 수면유도제 사망환자 시체유기 사건’ 등을 소개하며, 의사들이 저지른 강력범죄라고 밝혔다.

또한 수면내시경 후 환자를 성폭행한 의사는 지역을 옮겨 계속 진료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으며, 12년간 간호조무사를 강간한 의사 역시 강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고도 여전히 진료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추적60분은 이 같은 문제는 의료법 위반시에만 면허를 취소해서 벌어지는 일인데,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도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수술 의혹이 있는 의사들도 법원 판결이 확정될때까지 계속 진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행정처분을 하는 보건소 측과 면허정지를 담당하는 복지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에서 대리수술 지시가 인정돼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이상 형이 확정되면 면허취소까지 가능한데, 의사면허를 취소해도 문제가 남는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 대리수술과 함께 의사면허 문제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대리수술과 사무장병원, 진료비 거짓청구, 비도덕적 의료행위까지 네 가지 혐의가 있는 의사에 대한 처분이 면허취소 3년이었다. 3년 후에는 면허를 재교부 받아 다시 진료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적60분은 “또한 면허 재발급은 쉽게 이뤄지고 있었다.”면서, “복지부에 따르면, 잘못을 뉘우치는 ‘개전의 정’ 확인서를 확인후 면허를 재교부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는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성용배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법에 명시된 ‘개전의 정’ 확인서라는 것은 의료인 진술과 같이 스스로 밝히는 자신의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이다.”라며, “실제로 진실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대부분 그냥 재교부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상희 의원은 “면허재교부 자격심사는 완전히 사각지대다. 그 의사가 이후에 어떻게 하는지를 복지부가 추적이나 모니터링을 전혀 안 하고 있다.”면서, “자격정지나 면허취소 상황에서도 은밀하게 의료행위를 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추적60분은 “이번 방송을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한 번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반드시 또 다시 저지르는건 아닌데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라며, “하지만 적어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라면 그 자격을 보다 엄격히 규제하고 관리ㆍ감독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추적60분은 의료법의 의사면허 재교부 평가기준이나 절차가 모호해서 강력범죄자인 의사가 재범죄를 저질러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몰카 범죄로 여러차례 적발된 서울대병원 의사 사례를 소개했다.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범죄의사들을 보다 철저히 관리ㆍ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재범과 관련해 내가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처벌이 돼도 약하거나 면허취소가 안 되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좋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한다. 현재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면서, “결국은 의사의 이력을 환자들이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 7월 의료인의 징계정보를 공개할 것을 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어떤 의사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환자가 알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마녀사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추적60분은 “하지만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형사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의사면허를 아예 발급하지 않으며, 의료사고나 범죄경력이 생기면 반드시 이력에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비교했다.

독일은 의사가 피고인이 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료업무를 못 하고, 위법이 발견되면 업무정지나 영원히 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추적60분은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어떤 종류의 범죄든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됐는데,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며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당시 김찬우 보건복지위원장은 의사였으며, 개정안을 심사한 황성균 법안심사소위원장도 역시 의사였다. 또한 당시 보건복지위원 16인 중 의사가 5인, 약사가 4인이었다.

추적60분은 “개정 이후 의사들의 강력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의사 면허를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9건이나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 이유는 의사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라며, 2007년과 2011년 각각 법안을 발의한 강기정 전 의원과 최영희 전 의원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강기정 전 의원은 “개정안 발의 직후부터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제가 공대를 나오고 공부를 안해서 의사를 질투하냐는 정도까지 저급한 이야기가 돌아다녔다.”라며, “또, ‘두고봐라, 너 아프면 병원 안오냐’, ‘진료 안하겠다, 해 주지 말자’ 등의 말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특히 당시 총선을 앞둔 시기로, 공동발의 12인 중 2인은 의사 반대에 발의를 철회했고, 10명의 서명을 다시 받아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는 설명이다.

최영희 전 의원도 “항의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다시는 아파도 병원 올 생각 말아라’, ‘병원 못 가고 죽을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라며, “후원계좌에 욕설을 뜻하는 문구와 금액을 입금하기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추적60분은 2011년 최영희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심사내용을 보면, 약사인 원희목 의원과 배우자가 의사인 손숙미 의원, 의사인 신상진 의원, 한의사인 윤석용 의원 등이 면허취득 제한은 너무 과도한 처사라며 반대했다고 소개했다.

의협 측은 “이번에 나온 제한적인 부분은 인터뷰 시기가 좀 아닌것 같다. 입장 정리 중이다.”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안심의 과정에 사회적 요구수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의료인의 법 위반에 대해 행정처분 정보 공개도 의료법 개정사항이므로 추진하겠다.”라고 전했다.

박호균 의료전문 변호사는 “2000년 의료법을 개악했는데 결국 극소수의 의사를 지키기 위해 의료계 전체가 불신만을 얻었다고 본다.”면서, “의료계 스스로도 이제 생각해 볼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추적60분은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범죄의사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을 잘 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일부분 의사 때문에 환자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걸까.”라고 반문했다.

추적60분은 “여러차례 의협의 입장을 물었지만 끝내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불공정, 편파보도로 판단되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또, 의사가 진료행위와 관계없는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밝혀야 할 의무가 없다고도 했다.”면서, “맞다. 그 이유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될 때마다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2000년 이후 한번도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추적60분은 “지금도 국회에는 면허취소, 정지사유를 늘리고 취소후 재교부 금지기간을 연장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5건이 계류중이다.”라며, “이번에는 과연 법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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