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이국종 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 민원과 관련해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에게 공개사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앞서 이국종 교수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닥터헬기 소음 민원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민원 담당 공무원이 소음 민원인에게 헬기 기장 등 현장 대원 개인 연락처를 알려줘 현장 대원들이 욕설 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충남 서산 앞바다까지 야간에 닥터헬기로 출동하던 중 겪은 일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항공대원이 저한테 (경기도) 소방상황실에서 휴대폰으로 들어온 메시지를 보여주며 굉장히 난감해 하더라.”면서, “아주대병원 바로 앞 아파트에서 계속 민원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소음이 없게 날 수 있는 스텔스 헬리콥터 같은 건 거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헬기 소음이 앰뷸런스 소음보다 특별히 크거나 그렇지 않않다. 데시벨 측정하면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소음 민원이 들어오면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를 피해서 헬기가 경로를 바꾸면 안 되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회전익 항공기의 비행 특성인데, 이착륙할 때 바람의 방향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착륙할 때는 바람을 안고 해야 하는데, 바람의 방향은 시시각각 바뀐다. 어느 한 방향으로만 들어오려고 해서 터뷸런스나 강풍에 휘말리면 모두 추락해서 사망할 수 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그건 절대 비행에서 하지 말아야 될 부분이다. 소음을 피해서 돌아서 가라고 하는 건 저희 죽으라는 소리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교수는 “(공무원 등 민원 부서 관계자들은) 민원을 직접 처리하라며 헬기 기장 전화번호를 알려줘 비행했다 돌아온 기장에게 욕설이 날아들고 있다.”라고 한탄하며, “그러면서 (경기도 119 등 공무원 등이) ‘이번에 신임 누가 선출됐으니까 그분은 이런 걸(주민 민원야기) 싫어하신다. 언론에서 예민하다’ 등 가장 윗선의 핑계를 댄다.”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진행자가 제일 윗선은 경기지사를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것 말고도 다 윗사람 핑계대면서 안 하는 게 굉장히 많다. 한국 사회에서”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이게 뿌리내릴 수 없는 시스템이구나.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민원을 핑계 대면서 헬기장 있던 것을 닫아버린다.”라며, “한국 사회가 동맥경화에 빠져있는 것 같다. 다 병목 현상이다. 워낙 동맥경화가 심해서 저 같은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재명 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이 지사는 ‘이국종의 울분, 높은 분은 중요하고 우린 죽어도 되냐’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소음 민원 때문에 생명을 다루는 응급 헬기 이ㆍ착륙에 딴지 거는 공무원이라니…더구나 신임 지사 핑계까지”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이재명의 ‘생명안전중시’ 도정 철학을 이해 못 하거나 정신 못 차린 것이다.”라며, “(이국종 교수에게) 사과드리며 엄정조사해 재발을 막겠다.”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이후 이 지사는 도 감사관실에 이국종 교수가 밝힌 내용의 상황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그런 행위를 했는지 등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으며, 감사 후 책임을 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의 공개사과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해당 공무원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모두 아랫사람 탓을 하는 이 지사의 태도를 지적하며 리더로서의 자격을 꼬집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 지사의 트위터 댓글에는 “딱 봐도 공무원이 귀찮았던 것이다”, “정신 못차린 공무원 많다”, “공무원이 중간에서 의도적으로 농간 부린것 같다”, “기사만 보면 이재명 지사에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해명글을 보니 공무원 본인이나 상급 공무원이 귀찮아서 핑계를 댔거나 의중을 심하게 넘겨짚은 것 같다. 꼭 바꿔야 할 문화다”라는 등, 공무원을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

또, “응급헬기에 소음 민원이라니. 응급헬기 정도면 얼마나 위급환자일지 알텐데 씁쓸하다. 하나씩 바로 잡아가는 모습 뿌듯하다. 생명안전중시 도정철학 응원한다”면서, 이 지사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면, “도청 공무원이 도지사 눈치 보지, 도지사가 공무원 눈치 보겠나? 말이 되는 소릴 해라”, “항상 본인은 아닌척”, “스스로가 부끄럽나보다”, “아랫사람이 없는 소리 했겠나? 본인 살기 위해 해당 공무원 손대지 말라”는 등의 비판 의견도 많았다.

특히 “공무원들이 도지사 지시 없이 그렇게 중한 사안을 엉망으로 처리했겠나?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설령 직원이 잘못했더라도 리더가 이렇게 말하면 안된다”, “단체의 장이나 되면서 자기 탓은 하나도 없고 모두 아랫사람 탓을 한다”는 등, 리더로서의 자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이 외에도 “가장 큰 문제는 헬기소리 민원이 아니라 의료수가다. 갈수록 외과 수술의가 줄어드는 현실에 인원부족까지 문제다. 사람이 없어 엄청 고생하는데 헬기소리 민원까지 의사가 직접 커버하는 현실이다”라며, 의료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은 의견도 나왔다.

한편, 이 교수는 앞서 지난 8월에도 헬기 소음 민원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 교수는 당시 CBS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런던은 병원 헬기장 바로 옆이 주택가다. 헬기들은 주택가에 그냥 내려앉는다. 일본, 미국의 경우도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구조헬기가 등산객 사이로 날아가면 김밥에 모래 들어갔다고 민원을 넣는다.”라며, 자신이 받은 구조헬기 소음 관련 민원 공문을 공개했다.

이 교수가 공개한 사진 속 공문에는 “외상센터 헬기장과 관련해 인접 주민들이 헬기 프로펠러 소음이 장시간 발생해 생활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헬기장 이전 또는 주거지 인접부분 방음벽 설치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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