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폭행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오며 폭행 가해자의 의료인 면허를 정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건당국은 처분요건 및 수위 등에 대해 수정안을 제안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지난 2월 5일 의료인이 직무와 관련된 의료인에게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 등을 행사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집행유예 포함) 그 형이 확정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8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부산대병원 교수에게 폭행 당한 전공의 피해 모습(유은혜의원실 제공)
부산대병원 교수에게 폭행 당한 전공의 피해 모습(유은혜의원실 제공)

유은혜 의원은 “부산대병원에서 지도전문의에 의한 전공의에 대한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폭로된 것을 비롯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 간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피해자들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에 의한 의료인의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과 동시에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인에 대한 폭력ㆍ폭언ㆍ성폭력 등에 대해서는 ‘형법’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면허정지 등 처분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이 계속해서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현행법 제66조제1항제1호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면허정지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긴 하나, 의료인간의 폭언ㆍ폭행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 제66조 면허정지 사유
현행법 제66조 면허정지 사유

하지만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 검토의견이 주를 이뤘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와 처치를 위해 지휘ㆍ감독자와 대상자 사이의 주의ㆍ환기를 위한 최소한의 소통행위가 어쩔 수 없이 행해질 수 있으나, 개정안 상의 폭력ㆍ폭언 등과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또, “현행법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가능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하나, 이미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 등의 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는 점, 집행유예 선고만으로도 의료인 자격이 정지돼 의료인 간 신뢰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보건당국은 개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보다 강화된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간에 발생하는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에 대한 제재조치는 의료인 인권보호 뿐 아니라 환자안전 및 의료인에 대한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해대상을 의료인만으로 한정할 경우 의료기관 내 종사하는 다른 직종에 대한 보호가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또, “개정안은 면허정지 처분의 요건을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만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제재처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처분요건 및 처분수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사회적 책임감 및 윤리적ㆍ도덕적 의무에 대한 준수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라며, “이와 관련해 폭행 등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자에게 면허정지 처분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위원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 등은 환자안전이라는 법익을 침해한다는 점 ▲개정안은 폭력 등을 행사한 의료인의 면허를 일률적으로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한정해 위법행위의 구체적 정황과 죄질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이미 법 제66조제1항제1호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를 면허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은 이러한 품위손상 행위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면허정지 처분의 타당성은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판례(서울행정법원 2003년 11월 14일 선고 2002구합35598 판결)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고도의 직업윤리에 위반되는 내용으로서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크게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보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의료기관 내에는 의료인(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ㆍ간호사) 외에도 간호조무사나 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폭행 대상을 ‘의료인’에 한정해 다른 직종에 대한 보호가 소홀해지는 등 직종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자격정지 처분의 요건 중 ‘성희롱’의 경우 그 개념이 불명확하고 성희롱 행위만으로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이 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 해석 및 적용상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등을 변호사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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