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가 패혈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원진은 12일 서울 용산 소재 학회 사무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혈증을 중환자실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라며 조기 발견 및 치료를 강조했다.

패혈증은 감염에 의해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발생하고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40%~70%까지 되는 질환이다.

예를 들면, 폐렴이나 요로감염과 같은 급성감염이 발생했을 때 감염균 혹은 염증반응이 특정 장기나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몸 전체에 퍼지면서 혈압이 감소하고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패혈증이 충분히 생존 가능한 질환인데도 국민의 패혈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정부도 예방과 치료를 위한 홍보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국내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
국내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

홍성진 회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은 “의사협회가 항상 기승전 수가를 이야기하듯이, 중환자의사들은 기승전 패혈증을 이야기한다. 패혈증은 생존이 가능한 질환으로 중환자실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패혈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한 홍보 활동이 크게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역학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 발생률은 지난 21년간 매년 8.7%씩 늘었다. 하지만 전체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패혈증이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세워 실천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우 2001년 패혈증 사망률은 28.6%였지만 최근의 보고를 보면 사망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호주ㆍ뉴질랜드의 역학연구에서도 중증패혈증 사망률이 지난 13년 동안 35.0%에서 18.4%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의 자료를 보면 여전히 패혈증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Management of severe sepsis in patients admitted to Asian intensive care units; prospective cohort study, MOSAICS)에서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44.5%였고, 우리나라의 사망률은 34.3%였다.

결핵사망률과 패혈증사망률 비교(질병관리본부 결핵발생현황)
결핵사망률과 패혈증사망률 비교(질병관리본부 결핵발생현황)

홍성진 회장은 “우리나라의 패혈증 사망률은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결핵 통계와 비교하면, 패혈증발생률은 결핵 신환 발생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사망률은 결핵 사망률(6.2%, 2013년)의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라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는 지난해 70차 회의에서 패혈증으로 인한 전세계 질병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 하에 ▲대중들에게 패혈증에 대한 주의 환기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 증대 ▲감염예방과 조절에 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패혈증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세계패혈증연맹(Global Sepsis Alliance, GSA)은 패혈증과 관련된 수치가 대부분 선진국 자료로부터 나온 것으로, 패혈증 부담이 훨씬 큰 개도국이나 후진국을 고려하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세계 패혈증연맹의 흐름에 발 맞춰 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패혈증 활동을 증진시키겠다고 밝혔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지난 몇 년간 세계중환자의학회가 후원하는 세계패혈증연맹과 함께 ‘세계 패혈증의 날’에 맞춰 패혈증 홍보 활동을 해왔다. 세계패혈증연맹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2,700만명의 환자가 패혈증에 걸리고, 800만명의 환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한다고 보고했다.

이 단체는 인도, 파키스탄, 홍콩 등 다양한 나라들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고, ‘세계 패혈증의 날(World Sepsis Day)’ 행사 등 패혈증을 낮추기 위한 다국적 노력을 하고 있다.

홍성진 회장은 “올해 4월 16일 ‘패혈증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세워지고 있지만 이 법안이 현실화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민간에서의 선제적인 활동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는 ▲패혈증관리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패혈증 진단, 치료 기술의 발전을 위한 연구ㆍ개발 사업 시행 ▲패혈증 발생 위험 요인과 패혈증 발생ㆍ진료에 관한 자료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ㆍ분석하는 등 패혈증에 대한 조사ㆍ통계사업 시행 ▲시ㆍ도지사 등 패혈증 예방을 위해 패혈증관리에 필요한 내용 국민에게 제공 ▲효율적인 패혈증관리를 위해 패혈증치료센터 지정 등이 담겨 있다.

김제형 기획이사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패혈증 사망률이 높고, 사회ㆍ경제적 부담 또한 매우 크다. 인구 고령화, 암환자 및 면역억제 치료자의 증가 등으로 패혈증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패혈증 환자들의 활동척도를 조사한 결과,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는 환자가 25.4% 였고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힘든 일에만 지장이 있던 환자가 22.9%였다. 패혈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48.3%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던 환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면서, “패혈증 사망률을 낮추고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국민의 패혈증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고, 예방뿐만 아니라 조기 진단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서구 선진국에서도 패혈증의 빈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가 진행하고 있고, 암 환자 및 면역억제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패혈증 발생 증가가 예상된다. 이로 인한 의료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라며, “패혈증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첫 단계는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이므로 국민의 패혈증에 대한 인식도 및 질병 인지 능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각 병원마다 전공의, 간호사들을 상대로 한 원내 교육 및 이미 그 효과가 증명된 조기대응팀의 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홍석경 총무이사는 “패혈증의 원인질환이 많아서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다보니 정부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일부에선 지원을 해도 효과가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라며, “하지만 권역외상센터에 투자할 때도 처음엔 투자한다고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억이 있었다. 하지막 결국 권역외상선테가 가동되면서 사망률을 낮췄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지원금이 외상의사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은 수술과 중환자실 운영에 쓰인다.”라며, “중환자실 지원도 마찬가지다. 중환자는 감염에 의해 장기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고 사망에 이른다. 중환자실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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