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의사와 약사 간 직능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의사협회의 성분명처방, 대체조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약사회가 반박하고 나섰다.

앞서 정성균 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11일 기자브리핑에서 성분명처방, 대체조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성분명처방은 약 선택 자체를 약사가 한다는 거다. 약사가 처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약사는 직업분류상 소매업자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조제하는 기능 이외에 다른 기능은 약사의 기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성분명 처방이 얼마나 위험한 지는 이번 고혈압 치료제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다. 문제가 된 고혈압 치료제 처방을 바꾸려고 해도 대체조제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분명처방은 진료현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거다. 진료의 주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주체는 의사다.”라며, “약사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성분명처방 주장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9일에도 이번 사태가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가 절대 안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단적 사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의사협회는 “약효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사의 처방약을 임의로 대체조제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기에 임의 대체조제는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이라도 그 약효를 100% 신뢰할 수 없으며 이런 복제약을 무작위 선정하여 재검증할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분명처방을 통해 복제약들을 약국에서 임의로 골라서 조제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 측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 입장에 반박했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이날 “현재 발사르탄 사태가 발생해 홍역을 치르고 있고 개국가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약사직능을 비하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주장을 한데 회원들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특히 의사협회의 대체조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반박하며,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발사르탄 사태의 문제는 약사가 임의로 약을 투약한 것이 아니고 의사 처방전에 의해 조제한 것임에도 대체조제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라며, “대체조제율은 현재 0.1%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오히려 역으로 상품명 처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아울러 문제 제기보다는 현 발사르탄 사태를 불러온 제도상의 변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원료문제인데, 현재 국내 보험등재 의약품은 2만개가 넘는 반면 선진국은 대부분 5,000개가 안 된다.”라며, “위수탁에 의해서 의약품을 유통해 너무 많은 의약품이 등재된 것이 문제로, 차라리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원료 검증과 품질관리, 위수탁관리를 철저히 해서 보험등재의약품 수를 줄이고 품질 강화를 해 성분명처방으로 가는 것이 제2, 제3의 발사르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강 위원장은 “현재 사태 문제해결보다는 서로 책임공방 식의 비생산적인 일보다는 건설적으로 제2, 제3의 발사르탄 사태를 막을 것이냐가 중요하다.”면서 “의약품 품질 강화 등에 의협도 같이 고민해서 국민 건강을 위하는데 힘을 합쳐 나가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약사회의 이 같은 주장은 국민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하고 무지한 발언이며, 대체조제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성균 대변인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약사회의 기자회견 내용을 봤다. 제가 대체조제, 성분명처방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 진료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지, 약사회를 공격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약사회가 대체조제 비율이 매우 극소수라고 얘기하는데, 전국에서 하루 400만건의 진료와 처방이 일어난다. 400만건의 1%면 4만건이고 0.1%도 4,000건이나 된다, 이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것 때문에 환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비율을 언급하면서 양이 얼마 안 되니 괜찮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라며, “약이 국민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 못하는 무지한 발언으로 생각된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 대변인은 “대체조제는 약국에서 모든 약을 구비할 수 없기 때문에 약사와 환자 배려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허가하는 제도인데, 그걸 약사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아주 큰 문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약사회 경기지부 수원시분회(분회장 한일권)도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수원시분회는 “의사와 제약사간 리베이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최근 의사협회는 약사의 대체조제와 정부의 저가약 인센티브 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면서, 2016년의 경우 대체조제는 총 5억 47만 3,000건 중 85만 3,000건으로, 0.17%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인용했다.

결국 이번에 문제가 된 18만건에 대한 조제건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회는 주장했다.

수원시분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성분명 처방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라며, “직역간 이익 다툼이란 굴레를 벗어나 국민건강과 국민의 약 선택권이란 넓은 틀에서 이해당사자 간 협의체를 구성해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성분명처방제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의사들 역시 오리지널 약만 처방할 것이 아니라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승 차원에서 테이블에 나서야 할 것이다.”라며, “국립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시범사업과 그 결과에 따른 보완책을 제안한다.”라고 전했다.

수원시분회는 “결론적으로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땐 고품질의 의약품이 적정한 가격으로 환자에게 투약되기를 바란다.”면서, “지금과 같이 오리지널 약 특허가 풀렸다고 수 백 가지의 약이 허가를 받고 영업 이익을 남기기 위해 저 품질의 원료를 사용하고자 하는 제약사가 있는 한 제2의, 제3의 발사르탄 사태는 재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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