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 피의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한 청원인은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술에 취한 한 인간이 응급실 의료인을 폭행한 후에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내뱉았다.”라며, “폭행을 당한 의료인은 주먹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쓰러진 채로 또 다시 발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라고 소개했다.

청원인은 “그러나 담당 형사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은 접수조차 되지 않았으며 가해자는 풀려나서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기사 내용도 보인다.”라며, 관련 언론보도를 소개했다.

청원인은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사회가 문제다. 오히려 가중 처벌을 해도 모자랄 텐데, ‘감옥에 갔다 와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하는 가해자를 구속조차 시키지 않고 풀어주고 사건은 담당 형사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접수도 안 한다.”라고 꼬집었다.

청원인은 “더구나 피해자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료인이다.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료인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폭행을 하는 세상이다. 감옥에 갔다 와서 죽여버리겠다는 극악한 협박까지 하는 세상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7월 3일 시작된 이 청원은 하루만인 4일 1만명이 동의를 표했고, 3일째인 5일 4만명, 6일째인 8일 5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8일 의사협회가 서울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개최하자 하루 만에 1만명이 늘어 6만명 고지도 넘어섰다.

하지만 6만명을 돌파한 9일 이후 13일 오전 6시 현재까지 6만명대에 머물러 있다. 청원 참여자 증가 속도가 급격히 꺾인 것이다.

이 추세라면 청원 마감일인 8월 2일까지 20만명 돌파가 요원해 보인다.

이번 청원은 한 개인에 의해 시작됐지만 의사협회를 비롯한 다수 의료계 단체가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회원들에게 참여를 호소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조한 참여율은 향후 정부나 국회를 향해 의료계가 목소리를 낼 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규탄대회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해당 국민청원에 동시에 접속해 동의하는 퍼포먼스를 펴기도 했던 의협은 응급실 의사 폭행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선뜻 국민청원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응급실 의사를 폭행한 피의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에 어느 의사가 반대하겠나? 하지만 실제로 청원에 참여하는 의사는 많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더 많은 의사가 동참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12일 전체 회원에게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을 위한 회원님과 주변분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울분만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 뜻을 보여줍시다.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해당 국민청원 바로가기(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294032) 주소를 문자로 전송하며 참여를 호소했다.

한편, 청와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 아래 국민청원을 운영해 왔다.

실제로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해 왔다.

그동안 직역간 갈등부터 중증외상체계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의 보건의료 분야 청원이 제기됐으며, 이 중 낙태죄 폐지와 권역외상센터 관련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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