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결렬 직후 의ㆍ정 대화 중단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ㆍ정 실무협의체에는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9일 의협임시회관에서 열린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대다수 회장이 의ㆍ정실무협의체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시도회장 16명 중 15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협의체 불참 의견을 제시한 회장은 두 명뿐이었다.

앞서 의협은 최대집 회장과 시도의사회장단의 만남에서 향후 의ㆍ정 대화를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의협 집행부 다수가 현안 논의를 위해 시도회장단과 마주앉았다. 집행부 출범 후 첫 시도의사회장단 모임이어서 상견례를 겸한 자리였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관심이 집중된 의ㆍ정실무협의체 회의는 참석하는 것으로 정했다.

A 시도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논란 끝에 투쟁일변도 보다는 정부와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라고 말했다.

A 회장은 “일부 회장은 불참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듯한 형식을 취하면서도 일방적으로 정부의 로드맵대로 진행했고,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정부의 적정수가 보상에 대한 의사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였다.”라고 언급했다.

A 회장은 “하지만 일단 대화에 참여하면서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하는 지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 투쟁에 대한 준비가 덜 된 것도 이 같이 결정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도 “올해 수가협상에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의ㆍ정협상을 믿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정부가 의ㆍ정협상에서는 들러리식 회의가 아니라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정부가 앞으로 의ㆍ정협상에서는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최대집 회장은 “현 건정심 구조로는 어떤 논의를 하더라도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가 불가능하다. 정부와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불리한 상황이어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하려면 건정심 탈퇴가 낫다.”라고 설명했다.

B 회장은 “건정심 탈퇴 부분은 대의원회에서 임의로 탈퇴할 수 있다고 결의한 사항이어서 대부분 수긍했다.”라고 말했다.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도 일부에서는 아쉬움도 표시했다.

C 회장은 “수가협상에서 겨우 소수점 이하를 더 받으려고 이 집행부가 탄생한 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 새로 판을 짜려면 집행부가 선명성을 보여줘야 한다. 굴욕적인 타결보다는 결렬이 낫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D 회장은 “회원들의 일년 농사가 수가협상 결과다.”라면서 “협상단을 꾸릴 때부터 결렬을 전제로 협상에 들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진중하지 못한 태도였다.”라고 아쉬워했다.

E 회장은 “7.5%를 제시한 것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다. 그동안 전례상 실제로 타결 가능한 수치는 3%대 아닌가?”라며, 전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방상혁 부회장은 “현장에서 수가협상 단장으로서 설명했다. 문재인 케어라는 변수가 등장한 수가협상이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라며, “그런 수가를 받아들이느니 결렬선언하고 나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도회장단 회의는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A 회장은 시도회장들도 의료현안에 대해 의협 집행부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B 회장도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방 부회장도 “회원들이 선출한 회장을 흔들지 말고 집행부를 믿고 가자는 게 전반적인 기류였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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