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수순을 밟은 서남의대를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주민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학계와 교육당국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용호 의원(무소속,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은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서남대 폐교 이후 대안 모색 토론회(지역발전방안 및 공공의과대학 유치 중심)’를 개최했다.

지난 1995년 3월 2일 ‘서남권 지역주민의 공공의료를 위해’ 설립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은 2017년 12월 13일 서남대 폐쇄명령 및 학교법인 서남학원 해산명령에 이어 2018년 2월 28일 폐교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최병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장은 서남대 폐교를 새로운 공공의료인력 양성의 기회로 활용하고, 남원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로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지자체 공동으로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지역상생모델로써, 서울시-광역자치단체 공동의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자.”라며,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에 의과대학과 간호대, 농생명대학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학생은 지역인재 균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며, 졸업 후 전공의 과정은 서울의료원 등 전국의 지방의료원과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수련하자는 의견이다. 또, 전문의 취득 후 공공의료분야에서 9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자고 전했다.

최 원장은 특히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처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원광대와 전북대에 나눠 주는 것이다. 제가 교육부에 있다면 그런 결정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기존 재학생은 편입이 됐고, 그 대가로 신입생 정원도 나눠주면 간단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서로 힘들더라도 어렵고 보람있는 길을 찾아보자.”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이류 의사’를 양성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은데, 서울시립대는 전국 대학순위 탑 10 안에 드는 대학이라며, 여기서 의대를 만들면 부실대학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주영 남원의료원장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공공의료 수행 차질 ▲지역에서 유일한 대학교육의 기회 박탈 ▲폐교 강행에 따른 지역주민 허탈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 초래 등, 서남의대 폐교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며, 남원 지역에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신설하고, 남원의료원을 부속병원으로 지정ㆍ운영할 것을 주장했다.

박 원장은 “공공보건의료대학 신설 주체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해 국가 차원에서 주도를 해야 한다.”라며, “입학금과 수업료는 국비로 지원하고,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졸업한 의사, 간호사는 공공의료기관 및 지역보건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는 조건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의 남원캠퍼스 설립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나왔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서남대 의대를 남원지역에 유치하고 서울시립대가 인수하는 대안은 기존에 있었던 의과대학이 있었던 지역의 박탈감 문제, 현실가능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 고려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라면서도, “수련병원이 서울에 있어서 의대생들이 2년은 남원에서, 4년은 서울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별 형평성,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재검토하면 사실 전북 지역보다 충북, 전남 지역의 의과대학 정원이 부족하다며, 실제로 순천대, 목포대, 충북대 등 해당 지역에서도 의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 선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웅 실장은 “지역출신 의사가 적다는 것은 공공의료인력 부족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뜻하며, 결국 의과대학 정원의 균역별 불균형은 의료취약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역별 의과대학 정원 불균형은 의과대학 희망 수험생 입장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을 통한 선발기회 불균형으로 귀결돼 대입에서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도 있다.”라며, “이번 서울시립대 모델을 통해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의대정원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인력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그는 “토론회 주제가 서남대 의대 후속조치로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것인데,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어디서, 누가 하는지 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며, “공공보건의료가 취약함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려했을 때 국가든 지자체든 민간이든 공공보건의료 강화에 책임감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신 실장은 이어 ‘공공보건의료 강화’라는 본래의 목표를 고려했을 때 향후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 뿐만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당국과 보건당국은 의대신설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대학신설은 부담스럽다는 반면, 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공공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육부는 공공의대 신설은 복지부가 추진해 온 사안인만큼, 뭐라 말할 사안이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학교정책과장은 “서남의대 폐교 이후 의대 정원 49명은 복지부와 협의해 전북지역에 주기로 했다. 2019년 신입생 모집정원은 전북대와 원광대에 정원을 배정할 이다.”라며, “향후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해 공공의대가 설립된다면 정원과 관련해 다시 협의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공공의대 설립주체는 복지부가 되든, 서울시립대처럼 지자체가 되든 고등교육법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공공의대를 설치하려면 현재 국립의대에서 맡고 있는 공공의료의 기능과 역할이 뭐가 부족한지 철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23년이 되면 대학입학 정원이 10만명 감소한다. 특정 분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고등교육수요가 줄고, 그만큼 대학 수요도 줄어드는 것이다.”라며,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면 당위성과 취소 가능한 부분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설립해야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 해당 분야의 발전을 위해 도움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설립에 따르는 예산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의대는 다른 대학보다 설립 인가조건도 까다로운 만큼, 재원확보 뿐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 및 지원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이를 이해 국가 뿐 아니라 지자체, 설립주체가 혼연일체가 돼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공공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그 동안의 입장을 고수하며, 현 정부의 기조 하에 공공보건의료와 관련한 큰 그림을 마련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정부의 5대 목표 중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 있다. 산하에 20개 전략이 있고, 구체적인 100대 과제 중 95번째가 공공성 확대와 환자중심 의료서비스다.”라며, “지금까지 공공의료가 취약지 중심의 좁은 의미였다면, 앞으로는 어디나 균형발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부의 세부적 과제방향이 잡혀있다. 이런 방향으로 복지부는 포용적 복지와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구조를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권준욱 국장은 이어 “국가 간 상대적 비교지표인 OECD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포함한 인구 1,000명 당 의료인력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밑돌고 있다.”라며, “복지부는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공공보건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차관과 국립중앙의료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취약지 뿐만 아니라 인력과 거버넌스, 전달체계, 다양한 분야의 외국사례를 기반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권 국장은 “공공의대의 역할과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할 것이다. 복지부와 취약지만 의료인력을 요구하고 있진 않다.”면서, “국방부도 군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특정한 필수의료 분야 뿐만 아니라 특정한 영역,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라고 강조햇다.

또한 이런 체계를 갖춘다면 ‘이류 의대’가 안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일본의 자치의대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의 자치의대는 졸업생의 68%가 의무복무기간 9년이 지난 후에도 남아서 지역의료를 책임지는데, 그 배경을 살펴보니 6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고 교수와 면담시간도 길고 지역사회에 파고들어 의료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의료인력이 사명감을 갖는 것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과 지방에서도 근무할 수 있을만큼 교육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갖춰야 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발전위원회에서 논의를 마무리하기 전에 서울시립대 제안내용도 담아서 복지부 입장에서 큰 그림을 완성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호 의원은 “위기는 기회다. 서남대 폐교를 새로운 출발로 만들어 여러분의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서남대의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자. 서남대 부지와 건물을 활용하고 서남대에 배정된 의대정원을 공공의과대학으로 돌린다면 훌륭한 공공의과대학이 남원에 설립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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