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제약회사가 한약제제를 약국이나 한의원에 판매하려면 원칙적으로는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 등 10종류의 옛날 한의학 서적에 나오는 처방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면 심사를 면제하고 의약품으로 승인해준다.

한의사는 제약회사에서 한약제제를 구입해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자신이 진찰한 환자에게 직접 한약을 조제해 처방할 수 있다.

한의사가 한약을 조제할 때에는 어떤 천연물이든 이용할 수 있으며 의사의 영역만 침범하지 않으면 된다.

한의사가 직접 한약을 조제한다거나 동의보감에 적혀있다고 해서 안전성과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님에도 아무런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 제도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줄 수 없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 헌법소원을 청구해 현재 심사중에 있다.

그런데 의약품 승인을 받지 않고서도 한약을 생산해 대규모로 유통시킬 수 있는 편법이 있다.

한의사들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일하는 한의원에서 한약을 조제해야 하지만, 2009년 ‘원외탕전실’이 허용되면서 외부의 탕전실에서 직접 한약을 조제하거나 처방전을 보내서 조제받을 수 있게 됐다.

원외탕전실은 한의원과 거리 제한이 없으며, 한 곳의 원외탕전실은 여러 한의원과 계약을 맺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수에 제한이 없다.

규모가 큰 원외탕전원들은 수천 곳의 한의원에 한약을 납품하기도 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00곳 이상의 한의원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원외탕전실이 세 곳이나 된다고 한다.

원외탕전실은 한의사가 자신의 처방을 외부에서 조제할 수 있게 허용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현재 운영되는 원외탕전실의 홈페이지들을 보면 직접 개발한 한약을 한의사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한의사가 그 제품을 구입하기를 희망하면 원외탕전실 공동이용에 필요한 서류를 보건소에 제출해 허가를 받고, 원외탕전실에서 그 제품의 처방전을 받은 다음에 한약을 구입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그 처방을 다시 입력하는 등의 방법의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제약회사가 10가지 한의학 서적에 나온 처방과 다른 한약을 개발해 한의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원외탕전실에 대한 허술한 규정 때문에 제약회사 이상의 규모를 가지고 제약회사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원외탕전실들이 의약품 허가나 제약회사에게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즉, 한의사가 개발해 생산하는 한약(심지어 정맥주사제도 있다)은 아무런 검증 없이 수 천 곳의 한의원에 납품돼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것이다.

원외탕전실 제도가 한의사들이 제약회사에게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마음껏 한약을 개발해 대규모로 유통시키라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편법을 이용해 기형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원외탕전실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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