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건강진단을 받지 않을 경우 자격정지 및 과태료를 부과하고, 감염병 감염시 의료업무 종사를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특히 감염병 감염시 의료업무 종사 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 행정제재 및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해 의료계가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건강검진 실시 등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다만, ‘결핵예방법’ 등 개별법에서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결핵검진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의료인 결핵신환자 신고 현황(단위: 명, 2012~2016)*자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 결핵신환자 신고 현황(단위: 명, 2012~2016)*자료: 보건복지부

그러나 최근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잠복결핵에 감염됨에 따라 수 십명의 신생아가 결핵에 감염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주영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8월 25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11월 20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인 등에 대해서는 자격정지처분 및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장은 건강진단을 받지 않거나 감염병에 감염된 자를 의료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시정명령, 과태료 처분 및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의료계와 병원계는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용곤란’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타 법률에서 이미 건강진단을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의료법’에 건강진단 의무규정을 신설할 필요성은 적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의료인을 대상으로 매년 건강진단을 행하도록 하는 것은 규제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이어 “공중밀집형 업무에 종사하는 타 직업군과 불합리하게 차별이며, 건강진단 미수검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다.”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개정안은 주기적 건강진단의 항목과 내용이 모호해 사전예측이 곤란하고, 약 80여 개에 달하는 감염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검자의 불편과 행정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면서, ‘수용곤란’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협회는 의료법 개정 대신 ‘결핵예방법’ 제11조를 개정하거나, ‘국민건강보험법’에 특별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등의 건강진단 체계 구축을 통해 환자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 공감한다.”라면서도, 구축 시 건강진단 대상, 제재 규정 등은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정수용’ 의견을 밝혔다.

복지부는 또, ‘국민건강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각각 국민 대상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이와 별도의 건강진단 체계 구축이 필요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정 감염병의 종류와 분류*자료: 보건복지부
법정 감염병의 종류와 분류*자료: 보건복지부

국회 상임위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사항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의 업무의 특성 상 밀집된 공간에서 신체적 접촉이 빈번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원ㆍ외래환자 또는 그 보호자 등의 감염을 방지하고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라고 말했다.

유사입법례로 ‘모자보건법’은 산후조리업자와 산후조리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 건강진단 및 예방접종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건강진단을 받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질병이 있는 사람은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감염병의 종류, 감염 수준 또는 종사하는 업무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의료기관 종사자를 의료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므로, 건강진단 결과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질병’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먹는물 관리법’이나 ‘식품위생법’ 등, 유사 입법례 역시 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질병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만 업무 종사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은 총 80종으로, 전파방식, 예방접종 가능여부, 위험도 등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총 6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석영환 전문위원은 처벌수준과 관련해서도 “공공의 보건위생상의 안전을 위해 건강진단 결과 감염병에 감염된 자를 의료업무에 종사하게 한 의료기관의 장을 형사처벌하려는 입법취지는 이해될 수 있으나, ‘의료법’ 체계 내에서의 형량수준 및 유사입법례에서의 형량수준을 비교해 적정수준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신규 채용자 결핵검진 실시시기 및 검진범위 비교
신규 채용자 결핵검진 실시시기 및 검진범위 비교

한편,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 채용 시 건강진단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의료법(우원식의원안)’ 1건과 의료기관이 그 종사자를 채용할 때 및 채용 후 매년 결핵검진등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등의 ‘결핵예방법(박인숙의원안ㆍ전혜숙의원안)’ 2건이 보건복지위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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