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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건보 기금화 가능할까역대 국회부터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정부는 반대해 난항
최미라 기자 | 승인2017.12.06 6:12

그 동안 국회에서는 국민건강보험 기금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건강보험이 기금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와 재정당국의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며, 재정 외 운용으로 인해 정부총지출 및 복지지출 규모가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재정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17ㆍ18ㆍ19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건보를 기금화하는 내용의 건보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의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행 건강보험 재정운영의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8개의 사회보험 중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기금으로 운용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4대 사회보험 중에서는 고용보험ㆍ산재보험ㆍ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만이 유일하게 기금 외로 운영되고 있다.

8대 사회보험 재정 비교 (2016년 기준)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편집

기금으로 운영하는 경우 편성, 집행(변경 포함) 및 결산시 기획재정부 및 국회의 통제를 받는데, 건강보험은 공단 자체예산으로 운영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만을 받음에 따라 국회의 재정심의권에서 벗어나 있다.

이처럼 건강보험이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기금으로 운영되지 않음에 따라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먼저, 건강보험의 재원은 정부지원금과 준조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보험료 수입으로 구성돼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 전반에 대한 심의 없이 그 일부인 국고지원 예산만을 국회에서 의결해 국회의 재정통제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고지원금도 지원액의 편성근거인 보험급여비 지출계획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으므로 심의에 한계가 있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은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리에 따라 보험급여비 지출계획에 따라 산출되는 것인데, 국회가 급여비 지출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없어 이와 연동되는 보험료예상수입액 및 국고지원 예산안 또한 적정성을 심의할 수 없다.

또한 건강보험이 국가재정 외로 운영됨에 따라 통합재정의 확립이 저해되고, 우리나라의 총 지출 및 복지지출 규모가 과소 추계되는 등 복지재정규모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4대 사회보험 운영기관의 예결산 절차

실제로 지난 2016년 결산액 기준 건강보험의 총 지출은 52조 6,339억원이나, 정부총지출에는 이 중 일반회계 및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한 지원금 7조 3,567억원(일반회계 5조 4,653억원+기금 1조 8,914억원)만이 반영돼 보건복지 분야 지출규모가 과소추계되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재정은 사회보험 중 연간 지출규모가 가장 크고 고령사회의 재정위험요인으로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돼야 하나, 정부재정 외로 운영됨에 따라 국가의 책임성이 약화되고 건강보험재정을 통한 사업의 중복수행 등 비효율적 관리운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참고로, 2015년 결산심사 시정요구사항에서는 건강보험재정을 재원으로 운영하는 각종 사업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 업무중복이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DA 사업에 대해서는 기관의 법률상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관련 사업의 합리적ㆍ효율적 운영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 기금화, 어떻게 논의돼 왔나
이 같이 건강보험재정이 국가재정 외로 관리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으로 인해 건강보험 기금화를 통해 재정운용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04년도 5월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건강보험재정을 ‘국가통합재정’에 포함하도록 요구한 것을 논의의 시초로 볼 수 있다.

같은 해 (구)기획예산처 ‘기금존치평가보고서’에서 건강보험기금 신설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며, 이후 같은 기관에서 국제기준에 맞는 재정통계 작성 등의 논의가 있었다.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관련 과년도 예ㆍ결산 논의 사항

국회에서의 건강보험 기금화 논의를 살펴보면, 국회 상임위원회의 2013년도, 2015년도 예산안 대체토론에서 건강보험재정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기금화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2013년도 결산 시정요구사항을 보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기금화 역시 그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도록 제도개선 요구가 이뤄졌다.

법안 발의 현황을 보면, 국민건강보험기금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이 제17대(이혜훈ㆍ박재완의원)ㆍ제18대(이혜훈 의원)ㆍ제19대(김현숙 의원)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모두 임기만료폐기된 바 있다.

▽20대 국회서도 관련법 추진
20대 국회서도 여지없이 건보 기금화를 추진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10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달 20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법과 개정안의 주요내용 비교

개정안 주요내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사항으로 국민건강보험기금에 관한 사항 추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재정운영위원회 폐지 ▲국민건강보험기금 설치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건강보험기금을 관리ㆍ운용하도록 하며, 이에 관한 업무 중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함 ▲국민건강보험기금의 관리ㆍ운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국민건강보험기금운용위원회 설치 등이다.

김승희 의원은 “현행 4대 사회보험 중 국민건강보험을 제외한 사회보험은 모두 개별법에 근거를 둔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국민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영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4대 사회보험 중 재정규모(지출기준)가 52조 6,000억원로 가장 크고, 정부지원금(2016년 7조 1,000억원)이 가장 많이 지급되고 있으며, 노인인구의 증가 등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이 기금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와 재정당국의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며, 재정 외 운용으로 인해 정부총지출 및 복지지출 규모가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IMF(2010)도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는 예산통제가 엄격하지 않고, 중앙의 감독이 최소 수준임을 지적한 바 있다.

김승희 의원은 “과거 국민건강보험은 2000년 이전까지 300여 개 이상의 독립채산제 개별조합으로 운영됨에 따라 기금으로 통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웠으나, 현재는 조직 및 재정이 통합 운영되고 있으므로 기금화를 통해 국가재정법의 적용대상으로서 국회의 심사를 거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을 기금화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사업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가능하게 해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보험의 책임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건보 기금화 찬반 견해 살펴보니…
국민건강보험을 기금화하는 것에 대해 찬반의 견해가 맞서고 있다.

먼저, 기금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기금화 시 보험료율, 요양급여비용 등에 관한 문제를 이해당사자 간 협의로 결정하도록 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의 자율적 성격이 침해된다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의 수입ㆍ지출 등 주요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가입자ㆍ공급자ㆍ공익대표 간 자율적 협의 및 조정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의 수입(보험료율 등) 및 지출(수가 등)에 관한 부분이 균형 있게 결정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현재 건정심 회의 개최 시 급여등재항목, 수가(상대가치점수), 시범사업 등 건강보험과 관련된 다수의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및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어려워 사실상 상정된 안건이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빈번할 뿐만 아니라, 회의 역시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어 안건에 대한 세부 심의 내용을 일반 가입자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기금화 반대 근거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의견 또한 있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건정심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원안가결률은 ▲2012년 68.75%(32건 중 22건) ▲2013년 94.28%(35건 중 33건) ▲2014년 100%(34건 중 34건) ▲2015년 92.68%(41건 중 38건) ▲2016년 96.22%(53건 중 51건) 등으로 높은 상황이다.

또한, 기금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이 매년도 수지균형을 목표로 하는 단기보험으로서 여유자금 조성이 어려워 기금화 실익은 적은 반면, 단기적 변동성이 큰 의료비 지출의 특성상 다른 사회보험에 비하여 신축적 재정운영의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의료비 지출 성격의 단기보험이지만 기금의 형태로 관리되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이 변동성이 큰 단기보험이라는 점이 기금화 반대의 근거로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례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경우, 질병ㆍ부상에 대한 진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단기보험이라는 점에서 건강보험과 그 운영목적 및 운영방식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기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보험의 운영방식이 기금화 여부와 반드시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금은 ‘국가재정법’상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해 설치되는 것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는 주요항목 지출금액의 변경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변경할 수 있는 등 예산보다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이 요구하는 신축적 제도운영의 필요성이 상당부분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아울러 기금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보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이 전반적인 국가재정의 틀 속에서 논의되면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예산확보가 쉽지 않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국민의 건강권 보장 및 사회 안전망 확대의 측면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 그와 관련된 정책우선순위 역시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소명되는 것이 적절할 것이며, 정책 및 재원배분 과정상 후순위가 될 수 있음을 이유로 건강보험재정의 지출과 관련된 논의만 국가재정 심의과정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이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기금화 되지 않은 것은 2000년 이전까지 370여 개의 독립채산제 개별조합으로 운영됨에 따라 기금으로 통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던 점이 고려됐기 때문인데, 현재는 조직 및 재정이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금화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외국의 건강보험 운영 사례
*자료 :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참고로 외국의 주요 건강보험 운영 사례를 보면, 공공의료보험을 명확하게 기금화해 관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조합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ㆍ일본을 제외하고는 제도 전반에 대한 의회의 심의 없이 공공의료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국 사례와의 일률적인 비교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건당국과 재정당국은 모두 ‘부정적’
보건당국과 재정당국은 모두 건보 기금화 방안에 대해 신중검토를 주문하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수가ㆍ약가ㆍ보험료율 결정 등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 당사자 간 자율적 의사결정 과정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기금화 시 국회심의 과정 등에서 정치적 고려에 따라 수입(보험료율 등), 지출(수가 등)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건보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의회의 재정통제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기금화 할 경우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 미반영, 과다한 보장성 확대 등 건보재정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건강보험은 차년도 예상 지출액에 상응하는 수입액(보험료 등)을 결정ㆍ운영하는(양출제입방식) 1년 단위 단기보험의 특성을 가지므로. 기금화해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기금화에 반대했다.

반면,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실은 건강보험 기금화에 대해 찬반양론이 존재하나,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의 관여와 국회의 심의를 확대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고령사회화에 따른 계속적인 의료비 증가와 이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규모의 확대 추세 속에서 건강보험재정 운영의 투명성ㆍ민주성 및 신뢰성의 제고와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한 건강보험재정 지출(수가 등)에 관한 주요 사항들이 대부분 시행령ㆍ시행규칙ㆍ고시 등 하위법령을 통해 결정되고 있어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회와 정부의 입장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20대 국회에서는 건보 기금화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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