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바른정당)만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인재근)는 지난 23일 열린 5차 법안소위에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두 건의 의료법 개정안(인재근 의원안, 김명연의원안)을 상정해 심사한 바 있다.

당시 법안소위에서 보건복지부가 ‘의한정 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며, 불참하던 의사협회도 참여하기로 했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고, 소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여 법안을 계류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안소위는 언론 비공개로 진행되는 탓에 국회 홈페이지에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본지가 29일 입수한 23일 법안소위 회의록(초고)에 따르면, 박인숙 의원 홀로 강하게 반대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복지부에 신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소위에서 관련 의료법 심의에 들어가자 권덕철 복지부차관은 “이 부분은 의료계가 굉장히 우려하고 있고, 또 의료계와 한의계가 같이 좀 더 숙의할 사항이다.”라며, “그 간에 한의와 의료계가 협의회를 구성해 계속 논의를 하려고 했는데 의협이 참석을 하지 않았는데, 법안이 발의된 뒤에 논의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논의를 좀 지켜보고 그 다음에 논의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김명연 의원과 인재근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하고 난 뒤에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가리지 않고 각 법안심의 위원들과 복지위원들에게 굉장히 많은 주문과 당부가 각자 다른 입장에서 많았다.”라며,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게 복지부의 부령으로 조금 정리가 돼야 될 내용인데, 결과가 도출되지 않다 보니까 김명연 의원과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행히 의사협회에서 복지부가 중재하는 협의회에 참여를 하겠다고 하니 가능하면 양 협회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재근 소위원장이 복지부와 김상훈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류를 하기로 하고 넘기려고 하자 다른 소위원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무한정 시간을 보내지 말고 의지를 갖고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넘기는데, 진짜 시간만 무작정 보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지를 갖고, 정말 뭔가를 다 펼쳐 놓고 타협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좀 책임성 있게 임해 줬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국회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활용을 하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언제까지 쟁점이라고 놔 두나.”라고 질책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사실 의사와 한의사, 약사와 한약사 문제 등, 한방과 양방 문제는 계속 곪고 있다.”라며, “이전 정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가 터졌을 때 계속 미봉책으로 일관해서 지금 상태에 이르고 있고, 분명히 어느 단계에 가면 이것이 또 터져 나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 피해를 모조리 국민이 감당을 해야 될 사안이기 때문에 양한방 문제, 약사와 한약사 문제를 복지부가 건드렸다 하면 골치만 아프다는 생각을 하고 계속 미뤄두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 지금 다 이것 때문에 안으로 전부 곪고 있다.”라며, “정말 힘든 문제인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좀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노력을 해서, 중재하고 더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제가 보니까 계속 세월아 하고 그냥 가고 있는데, 여기에서 지금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며, 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 저도 얘기를 한 부분이다. 계속 시간만 끌면 나중에 우리가 거의 컨트롤할 수 없는 정도로 폭발을 할 수 밖에 없다. 복지부는 특별히 이 부분은 좀 신경써서 진행해달라.”면서, “두 협회의 논의 테이블을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걸 의논을 해 나갈 건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서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복지부가 대화 테이블을 주선하겠다고 하고, 의사협회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했는데, (의사협회가) 참여 의사만 밝혔지, 기간은 얼마 정도를 두고 언제 들어와서 얼마의 기간 동안 하고 어떤 의제를 올릴 것인지에 대해 복지부는 고민했느냐.”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이어 “그냥 하겠다고만 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차관 머리 속에는 ‘저쪽에서 들어온다 그러면 언제쯤 시기를 잡고 어떤 의제를 올려서 어느 범위까지’ 이러한 계획들이 됐을 때 오늘 같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권덕철 차관은 “이 부분의 문제가 굉장히 오래된 숙제이고, 특히 교육제도 및 현장의 면허체계와도 관련돼 있어서 이걸 단기간에 확 이렇게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성일종 의원은 “그렇게 얘기하면 지금 테이블 만들겠다는 것은 그냥 빠져 나가겠다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라고 질타했고, 권 차관은 “그건 아니고, 논의 테이블에서 하나씩 협의해 나가야 해결이 될 수 있지, 이게 어느 날 갑자기 딱 결론이 나올 수 있는건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튼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야 위원들의 주문과 복지부의 다짐으로 법안을 보류시키려는 순간, 박인숙 의원이 작심발언을 이어 나갔다.

박인숙 의원은 “제가 이 시점에 말을 안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기록을 위해서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운을 뗀 후, “저는 국민 건강이 최우선이지, 누구의 인터레스트를 대변하려고 온 건 아닌데, 방사선 기계를 쓰고 안 쓰고는 그냥 슬쩍 타협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치매는 약간 왔다, 심하게 왔다 얘기할 수 있지만, 임신은 ‘약간 임신했다’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라며, “방사선과 기계도 똑같은 이치다. 했으면 했고 안 했으면 안 했지, 엑스레이 기계를 약간만, 조금만 쓸 수는 없다. 이게 한 번 봇물이 터지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한의사들이 이 사람이 부러졌는지 안 부러졌는지, 폐렴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면 진단방사선과, 요새 영상의학과 개업한 사람들이 널려 있다. 가서 찍고 판독한 걸 갖고 이 사람이 폐렴이 있는지, 어디가 부러졌는지, 옆에 뭐가 있는지 해서 치료를 하면 된다.”라며, “자기가 배운 것을 해야지, 왜 안 배운 것을 하려고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지금 석 달 배워서 침 놓는다고 하면 누가 맞으러 오겠나? 그것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다.”면서, “제가 맨날 얘기했듯이, 규제와 면허를 헷갈리면 안 된다. 의사 면허가 있고 한의사 면허가 있고 치과의사 면허가 있는데, 한의사가 의사가 하는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을 규제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없애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또, “한의사들이 쓰는 기계도 굉장히 많다. 의사들은 못 쓴다. (의사들이) 그것 쓰겠다고 하지 않는다.”라며, “저한테 ‘엑스레이 조금 나오는 것 그냥 갖다 놓고 복사기 갖다 놓듯이 찍고 하겠다는데 왜 그걸 막냐’고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환자 입장에서, 실제 다른 국회의원들도 그런 소리를 했다. 부러진 것을 제대로 알고 치료를 제대로 받겠다는데 왜 그걸 못 하게 하냐, 너희 나쁜 사람들 아니냐고 한다.”면서, “그런데 그 부러진 것 하나만 해도, 그냥 똑 부러진 건 엑스레이 안 찍어도 초딩이 봐도, 누가 봐도 안다. 하지만 부러진 걸 볼 때는 이게 암 때문에 부러진 건지, 누가 때려서 부러진 건지, 학대, 노인학대, 아동학대, 옛날에 부러진 구석이 저기 있는지 그런 것을 보면 아동학대의 증거를 잡을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골다공증이 심해서 부러졌는지, 또 이게 얼마나 복잡하게 부러졌는지, 똑 부러지지 않아도 조금 부러진 것도 있고 살짝 부러진 것도 있고 이거를 다 감별을 한다.”라며, “살짝 부러진 것도 있고, 머리카락 같이 된 것도 있다. 또, 주위의 패티(fatty) 이런데 또 뭐가 있는지 이런 것을 다 보면서 하는 것이다. 방사선과가 얼마나 오래 트레이닝 받는지 알지 않느냐.”라고 역설했다.

오랜시간 발언을 이어가던 박 의원은 “위원장님, 저 두 번 얘기하기 싫다.”라고 말했고, 인재근 소위원장은 “아니, 여러 번 들었다. 그만하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박 의원은 “아니, 여기 있는 분들은 처음 듣는 것이다.”라며, “의과대학 6년에서 8년, 재수까지… 의학전문 8년과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하고 또 복부만 보는 것, 폐만 보는 것을 2년 또 한다. 십 몇 년을 이 그림 보는 것에만 시간을 보낸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게 바보들이라 그렇게 (하겠나), 방사선과 엑스레이를 보는 것에 6년, 8년 이렇게 보는 게 이게 장난이 아니다. 이걸 보겠다는 건데, 이걸 왜 이렇게 우기는지 (모르겠다.)”면서, “저는 각자 자기 배운 것을 잘 하고 열심히 하자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면허 가진 사람이 보잉 747 몬다 그러면, 잠깐 배우고 하면 그것은 말이 안 된다. 누가 그 비행기를 타겠나? 저는 영역이 있고, 면허가 있고 그런 거니까 이거는 종지부를 찍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자 인재근 소위원장은 “알겠다. 저는 너무 여러 번 들었으니까 그만하시라.”고 거듭 발언을 막았고, 박 의원은 “그런데 법안도 쓰셨지 않느냐. 이것은 협치를 하면 된다.”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날 소위에서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성범죄 의료인 취업제한 조항을 제외하고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관례적으로 법안소위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해당 의료법 개정안이 박인숙 의원의 강력한 반대를 뚫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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