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 국가시험 문제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공개여부를 강제화하는 것에 대한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문제제기가 있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이 개정안은 8월 23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개정안은 보건의료인 시험문제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시험계획을 변경하려는 경우 2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미리 공지하도록 했다. 또,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제도에 관한 외국정부와 교류협력 사업을 국시원의 사업에 추가하도록 했다.

전혜숙 의원은 “국시원이 시행한 시험의 문제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응시자로 하여금 출제경향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시험계획을 변경하려는 경우 충분한 기간을 두고 미리 변경할 사항을 알리도록 하는 것은 응시자의 시험 볼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현행법은 국시원이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을 시행하고자 할 경우 시험시행 계획을 수립해 시험유형, 시험일시, 시험장소, 시험과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시험계획서를 제출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을 뿐, 국가시험 시행 후 시험문제 공개여부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타 국가시험과는 달리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은 시험문제를 공개하지 않아(의사 직종 제외) 형평성 및 응시자들의 알권리 충족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경우 기출문제가 공개되지 않아 시험문제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한 이의제기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 소송 등을 제기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최근 5년간 의사 등 15개 직종에서 총 30건의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타 국가시험의 공개여부*자료: 보건복지부
타 국가시험의 공개여부*자료: 보건복지부

하지만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에 대해서는 보건당국과 의료계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타 기관에서도 시험문제 공개를 법으로 의무화한 사례가 없으며, 법에서 공개를 규정한 경우 직종별 시험문제 성격이 다름에도 행정적 융통성을 고려할 수 없으므로 재량이 필요하다.”라며, ‘수정수용’ 의견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불수용’ 의견을 통해 “시험문제 공개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적지 않을 것이며, 공개여부를 법제화해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국시원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문했다.

당사자인 국시원은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률적으로 강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험문제를 공개할 수 있다’로 법문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수정수용’ 입장을 전했다.

참고로 국시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23개 직종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필기시험 공개계획을 수립했으며, 총 24개 직종 중 의사의 경우 이미 공개하고 있다.

연도별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필기시험 공개계획*자료: 보건복지부
연도별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필기시험 공개계획*자료: 보건복지부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도 “국가시험의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입법방향으로 판단된다.”라면서도, “현재 국시원이 출제ㆍ관리를 책임지는 직종이 24개에 이른다는 점, 각 직종별로 다양한 형태(필기, 실기 등)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시험문제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경우 국가시험 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개정안은 이미 출제돼 시행이 완료된 시험문제를 공개하자는 취지인 만큼, 법 해석의 명확성을 위해 ‘시행이 완료된 시험문제’를 공개하도록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시험방법과 절차 등을 변경하려는 경우 2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변경하려는 시험계획의 내용을 미리 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현행법은 국시원이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을 시행하고자 할 경우 시험시행 계획을 수립해 시험유형, 시험일시, 시험장소, 시험과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시험계획서를 제출해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을 뿐, 국가시험의 시험방법 및 절차 변경 시 사전공지 여부 등에 대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국시원이 시험방법 및 절차 변경 시 수험생이 대비할 수 있을만한 충분한 기간을 둬 사전공지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5년간 24개 직종에서 시간표 및 시험과목이 변경된 사례가 35차례 있고, 통상 6개월에서 1년 전에 해당 내용이 사전에 공지되고 있으며, 짧게는 2개월 전에 해당 사항이 공지된 사례도 있다.

이 조항에 대해 복지부는 ‘시험방법과 절차 등’의 의미가 포괄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시험과목, 시험방법, 합격자 결정방법’으로 명확히 구분해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정수용’ 의견을 내놨다.

국시원도 ‘수정수용’ 검토의견을 통해 “‘시험방법과 절차 등’에는 중대한 사항과 경미한 사항이 모두 포함되는 등 포괄적 해석이 가능하므로, 시험시행정보와 관련한 변동사항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의사협회는 “시험방법과 절차의 변경에 대한 공지기간을 법제화해 얻는 이익과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연구ㆍ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불수용’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국시원 사업에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제도에 관한 외국정부와 교류협력을 추가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의사협회의 의견이 엇갈렸다.

복지부는 “외국정부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각 국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관련 제도 등 정보를 원활히 습득하고 공유해 기존의 제도를 운영ㆍ개선하는데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수용했지만, 의사협회는 “외국정부와의 교류협력으로 인한 이익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현행유지’ 의견을 내놨다.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은 “개도국과의 교류협력을 통해서는 외국 보건의료관련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이나 관련 자료의 공식적 확인을 통해 교육의 동등성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선진국과의 교류협력을 통해서는 교육ㆍ인증ㆍ평가 등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측면에서 입법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라고 전했다.

참고로 현재도 국시원은 외국의 제도를 조사ㆍ연구하고 있으며, 기관 차원에서 해외 시험기관과의 상호 정보교류 및 협력을 위해 캐나다 MCC, 미국 NERB, 대만 고선부 등과 MOU 체결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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