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문재인 케어’에 대해 집중포화를 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양승조)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2017년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국감은 정권교체로 여야가 공수전환을 하고, 문재인 정부 5개월과 박근혜 정부 7개월이 함께 평가대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정책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일명 ‘문재인 케어’와 치매국가책임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첫 국감을 치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국감 데뷔전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야당, 자료 미제출 질타로 분위기 조성
이날 국감을 시작하기 전부터 야당은 모두발언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무성의한 자료제출을 질타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복지부가 실명공개를 꺼린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자문한 전문가들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라며, “31조원이나 들어가는 대책인데 자문의견을 내놓은 전문가들이 실명공개를 꺼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반적으로 이번 국감에 복지부의 자료제출 협조가 미흡하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사항이다.”라며, “부실한 자료 제출로 국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종합감사 전에 시찰을 취소하고 복지부 국감을 하루 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승희 의원도 “복지부가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 추경에 반영돼 수 천억원의 예산이 확보된 치매안심센터를 어떻게 설치해서 운영할지 수 차례 자료 요구를 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라며, “복지부가 너무 자료를 안줘서 17개 시ㆍ도에 복지부에 제출한 자료를 달라고 해서 겨우 받고 그걸로 보도자료를 냈다.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어떻게 국감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 심히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 역시 “비급여에서 급여화되는 3,800개 목록을 요구했는데 복지부가 계속 미루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제출했다. 국감을 위해 사전에 자료를 충분히 분석하고 질의를 만들어야 하는데 당일 아침에 주는 것은 너무 무성의하다.”면서, “새 정부의 야심작인 문재인케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송 의원은 또, 복지부가 ▲최근 5년간 R&D 사업 추진현황 ▲민간보육시설ㆍ노인복지시설 현황 ▲최근 5년간 인체내 수술재료ㆍ기구조각 잔존율 자료도 미제출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도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대구희망원 사태와 관련해 참고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국감 방해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케어 소요재정 두고 공방
이날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케어 소요재정 30조 6,000억원의 추계 정확성과 재원조달의 적정성에 대해 입을 모아 질타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가 인용돼 눈길을 끌었다.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MRI와 초음파만 급여화해도 9조원 넘게 든다며 정부의 재정추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도 “의협은 정부 추계보다 ‘4조원+알파’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역시 “의협 추계를 보면 MRI와 초음파만 급여화해도 약 9조 6,600억원이 들 것이라고 하는데, 3,800개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의협의 자료는 전체 병원의 MRI 추계가 아닌, 많이 사용하는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추계해서 잘못된 자료 같다.”라며, 의협 연구의 오류에 대해 소상히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소요재정 30조 6,000억원 추계는 상당히 정밀하게 짰다.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공단이 가진 여러 데이터를 수 백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중립적인 안으로 채택한 것이며, 의료비가 낮아짐으로 인해 늘어날 의료수요까지 감안한 것이다.”라며, “염려하는 부분은 충분히 더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국회도 제도가 발전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전반적으로 재정대책이 매우 부실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라며, “특히 재정추계 관련 자료 요구에 답변이 거의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알아서 조치하겠다는 수준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말은, 곧 국민이 더 많은 건강보험료와 세금을 내서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서 국민부담의 총량은 더 늘어나는 사실상의 조삼모사, 눈속임 정책과 다를 바 없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명연 의원도 “저도 문재인케어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생색은 정부와 정치인이 내고 부담은 건강보험재정으로 해서 결국은 가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결과는 올바르지 못하다.”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정부가 건보 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당겨 쓰겠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당해연도 진료비의 1/2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반드시 50%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한선으로, 10조원을 갖다 쓰는건 법률적으로 무리가 없다.”라며, “건보재정의 운영 목적이 뭔지, 적립금을 채우는게 급한지, 재난적 위기에 처한 가정을 구하는게 우선인지 정책 우선순위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역시 “문재인케어 등 정책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 급속한 노령화와 예측 못한 수요 확대 등으로 예상 금액보다 소요예산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정부는 5년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장기적 플랜으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도 “문재인케어가 고령화사회를 고려했나 의문이다. 또, 미래 의료산업과 의료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이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급여화시 급증할 의료수요 등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재정추계는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문재인케어의 정책 정당성을 역설하며, 오히려 비급여의 급여화 속도를 빠르게 진행해야 정책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TF 단장인 전혜숙 의원은 민간의료보험 등 늘어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급여 문제 해결이 핵심인데, 복지부 발표대로 다빈도와 비용 부담이 큰 비급여부터 급여화를 하는 식으로 천천히 진행하면 용두사미가 된다며, 일거에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특히 환자 관리를 위해서는 DUR이 가능한 의약품부터라도, 의사들이 처방하는 부분은 다 급여화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의원은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남용을 정부가 들여다볼 수도, 정리할수도 없다.”라며, 초기의 과감한 급여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박능후 장관은 “일거에 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계와 상의도 해야 한다.”라며, “그렇지만 취지는 공감하므로 실효성 있게 하겠다.”라고 답했다.

▽치매ㆍ난임ㆍ노인정액제…한의계 대변한 국회
이날 여당 의원들은 한의계 현안과 관련, 치매관리에 한의사를 활용할 것과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에 한의계도 포함할 것을 주문하고, 한방난임지원사업 예산 미반영 문제를 질타하는 등, 한의계 입장을 대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일본은 억간산이라는 한약제제로 치매를 관리하고, 중국은 동서양통합치료를 장려하과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의학을 치매진단과 관리에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하며,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시 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인 의원은 “우리나라도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할 때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일반 한의사는 치매특별등급 진단에서 배제됐다.”라며,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치매 개선에 있어 한의학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현재도 한의사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는 치매판정 자격이 있다.”라며, “다만 일반 한의사는 다른 의학과 달리 치매판정에 있어 제한이 있다.”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 사안은 여러 문제가 얽힌 걸로 파악된다. 관계 전문가들과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라며, “한의와 의학 간 갈등이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것 같다. 협의를 통해 한의학도 (치매 관리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인 의원은 “실제로 환자들이 한의 치료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걸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이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지자체 한의난임지원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그동안 국회에서 줄곧 시정을 요구했는데, 이런 부분을 존중하고 무겁게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원님들이 반복적으로 요구한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아 송구스럽다. 그런 일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위원장도 “국회에서 노인외래정액제 문제를 지적했을 때는 의과만 개선하라는 뜻이 아니었다.”라며, 한의계와 약계도 같은 시기에 개선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루 5천명 예방접종ㆍ엑스레이 판독 등 보건소 문제 지적
2017~2018 절기 노인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시행 중인 가운데, 환자의 과도한 보건소 쏠림현상이 노인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어 보건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혜숙 의원은 노인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보건소는 255곳으로 전체 시행기관 1만 7,586곳의 1.5%로 미미하지만, 접종실적은 91만건으로 전체 571만건의 16%를 차지할 만큼 많은 양의 접종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공중보건의사 업무의 적절성과 발전적 방향의 검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하루 최대 평균 712건, 특정 지역에서는 5,000건까지도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고령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예방접종에 있어 적절한 예진과 사후관리가 필요함에도 무차별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면 상당히 심각한 의료사고에 빠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전 의원은 이어 “이제는 1km 반경 안에 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있다. 옛날옛적 의료기관이 없을때 만든 보건소 역할을 아직도 하고 있으면 되겠나. 지자체의 선심성 행정에 복지부가 들러리 서면 되겠나.”라고 지적하며, “보건소는 감염병 예방ㆍ관리, 만성질환 관리, 취약계층 건강증진 사업 등에 주력하고, 예방접종 등 일반진료는 의료취약지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상황이다.”라며, “점차 그렇게(보건소는 예방에 주력) 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또, “보건소에서 엑스레이를 찍는 것도 진짜 의료비 낭비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좀 정확히 볼 수 있는데 공보의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7명 뿐이다.”라며, “비전문의 는 엑스레이 판독이 어렵다. 특히 흉부, 결핵의 경우 판독 오류가 나서 다제내성이 생기기도 하고, 결핵 여부를 판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엑스레이 판독을 잘 못하는 비전공과 공보의들에게 맡겨놓으니 엄청난 부담이 된다.”라며, “왜 쓸데없이 비용을 낭비하고 국민건강도 헤치나. 국가적 차원에서 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다 동의한다. 근본적 원인이 공공의료체계가 너무 미약해 국가가 할 일을 공보의에게 다 미루다보니 발생하는 것 같다.”라며, “국가가 전반적으로 공공의료체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외에도 ▲요양병원 노인 항우울제 처방 급증 ▲의료인단체 보수교육 관리 미흡 ▲국립결핵병원 잠복결핵 감염 실태 ▲허위ㆍ과장 의료광고 ▲청년 소외된 국가건강검진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편, 보건복지위는 ▲13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19일 국민연금공단 ▲23일 대한적십자사, 국립중앙의료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7일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보육진흥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1일 종합감사 순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