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올해 협회장 선거를 9년만에 경선으로 치렀다. 64% 지지율로 당선돼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치현 회장(서울대병원 비뇨기과 3년차)은 산적한 현안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최근 논의중인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법과 관련, 집행부 전체가 파업체제로 돌아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절대 불가방침을 밝혔다. 보라매병원에서 파견근무중인 안치현 회장을 만나 각 현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안치현 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보건의료계에 각종 현안이 많은데요, 먼저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법 얘기를 해볼게요. 여야가 모두 관련법을 발의했는데 전공의협의회는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인가요?

안치현 회장: 무엇보다 국민건강 차원에서 절대 안 될 일입니다. 대전협 대의원총회에서 결의안건으로 낼 계획인데, 집행부 전체가 파업체제로 돌아가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허용되면 다른 의료기기를 사용한 검사가 안 될 이유가 없어져요. 그런 부분이 허용됐을때 국민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생각하면 젊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이른바 ‘문재인케어’도 관심이 많죠. 중심이 되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안치현 회장: 먼저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죠. 정부가 거짓말 한겁니다. 또한 세계적인 의료추세나 의료의 기본 개념부터 안 맞는 정책이구요. 정부가 요새 적정수가 얘기도 자주 하는데, ‘적정’의 기준은 의사의 연봉에 맞추는게 아니라 일의 가치에 의해 정해져야 합니다. 제대로 된 기구만 있으면 진료 적절성 등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행위의 가치에 의해 적정수가가 산정돼야 하고, OECD 평균이나 중간값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정부는 비급여의 팽창으로 보장률이 정체돼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데요.

안치현 회장: 과잉진료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 동안 지적돼 온 여러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고 그 안에서 뭘 더 하고 안 하고로 이뤄진게 문제에요. 수가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대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잖아요? 욕하기 쉬운건 결국 의사고, 체계는 또 왜곡될 겁니다.

최미라 기자: 의료계가 바라보는 보장성 강화대책에 문제가 많군요.

안치현 회장: 말로는 보장성 강화대책인데, 실제 수치로 보면 별로 안 되고, 그마저도 돈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부분이죠. 또한 강화한 그 보장성 안에 있는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장률은 안 올라가고, 재정문제 때문에 국민 설득이 안되면 그 안에 있는 체계마저 무너지는게 문제라는 거에요.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의료 신기술이 나오고, 환자는 더 많은걸 원하는데 그런 추세에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특히 암환자는 치료를 위해 외국까지 나가는 상황에서, 그런 부분을 전반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더 큰 문제는 그걸 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정하구요. 결국 환자 생각을 안 하는 정책입니다.

최미라 기자: 전공의법이 시행 중인데, 주 80시간 근무 등 중요 조항은 유예기간이 있어서 오는 12월 23일부터 적용되죠?

안치현 회장: 그렇습니다. 먼저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근로계약서를 검토해 개선할 겁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규정한 표준계약서와 각 병원의 근로계약서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거죠. 가짜 당직표 등이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지키지 않을 경우 이동수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확립할 계획입니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 잘 지키도록 할지 생각 중인데, 전공의가 익명으로 위반사항이나 연장근무 여부 등을 기록하는 앱과 홈페이지, 모바일 앱등을 개발할 예정이에요. 병원은 자료를 제출하되, 확정 전에는 전공의 제출자료는 열어보지 못하게 하는 거죠. 그럼 전공의도 편하고, 병원 측이 볼 수 있더라도 누가 어떻게 기록했는지는 모르고 통계적 문제만 확인하고 스스로 시정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 의료정책연구소와 대전협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공의 성희롱, 언어폭력 등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대책은요?

안치현 회장: 성희롱이나 언어폭력 등과 관련해 병원내 프로토콜이 생각보다 없는 곳이 많아요. 그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된 대응체계가 없거나, 있어도 전공의가 신뢰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프로토콜이 있어야 합니다. 복지부와 병협, 대전협, 필요하면 변호사나 인권전문가 등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 사회에서 통용되는 수준의 프로토콜을 만들어야죠. 특히,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알리고 지키는데 있어서는 복지부가 힘을 부여해 줘야 합니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이러한 프로토콜이 제대로 지켜져야만 전공의들이 믿음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거에요.

최미라 기자: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그런 문제가 있을때 전공의 이동수련을 병원장이 아닌 복지부가 결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죠?

안치현 회장: 그렇습니다. 문제가 생긴 수련병원에 대해 과태료 규정이 현실화돼야 하고, 전공의 TO 감축 등의 제재가 가해져야죠. 중요한 점은 전공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거구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회장 당선 후 집행부를 공개 모집한 게 신선했어요. 전임 집행부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나요?

안치현 회장: 본 적 없다고 하더라구요. 한 명의 이사가 하나의 국을 맡아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뤄 의견을 나누고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집행부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이번 모집이 끝이 아니라, 2차 홍보를 통해 집행부를 계속 모집할 거에요. 언제든 오픈해 놓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집행부가 현재 20명 정도로,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지만 워낙 해야할 일이 늘어서 아직도 부족해요.

최미라 기자: 선거과정에서 여러 공약을 내세웠는데, 임기중 가장 중점적으로 이뤄내고 싶은 공약 하나를 꼽는다면요?

안치현 회장: 어느 하나만 중요한게 아니라서 꼽기가 어렵네요. 1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이루지 못하면 공약을 못지킨게 되지만, 더 중요한건 집단에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조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팀제로 조직의 공고화를 이뤄내야 해요. 힘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야 하는데, 그 동안은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못 들어서 알 수 없었잖아요. 이제는 같이 들어와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집행부가 계속 수급되는 시스템을 만들 생각입니다.

최미라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안치현 회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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