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로 의료계가 뒤숭숭하다. 의사들은 재원 조달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도의사회장들도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을 만나 지역이슈와 의료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집행부의 임무는 회원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이필수 회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역 이야기부터 해보죠. 전남의사회장으로서 회무를 수행한지 2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이필수 회장: 취임 순간부터 초심을 잃지 않고, 선거 당시 약속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열정과 헌신’이었는데, 회원들의 권익 확보와 고충 해결을 위해 임기동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각 시군 면지역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민초회원과 만났어요.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면서 어려움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남 지역은 고령환자가 많다는 지역 특성이 있죠?

이필수 회장: 그렇습니다. 전남은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지역입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전남 회원의 숙원이 노인정액제의 개선이었고 저의 첫 번째 선거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이의 해결을 위해 경상북도의사회와 함께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서명 결과는 어떻게 활용했나요?

이필수 회장: 서명지를 모아서 직접 들고 국회를 방문했어요.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원장도 만나고,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 의원과도 만나 설명했습니다. 결국 내년 1월 노인정액제가 개선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장영식 기자: 결국 결실을 맺게 됐네요.

이필수 회장: 의료계 모두가 노력한 결과입니다. 늦기는 했지만 정부도 심각성을 깨달은 거죠. 정말 다행이고 회원들의 얼굴을 볼 낯이 생깁니다. 이 자리를 빌어 더 빨리 개선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장영식 기자: 전남의사회는 회비 납부율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90%가 넘죠? 

이필수 회장: 그렇습니다. 회원들은 현명합니다. 말은 안 해도 집행부가 회원들의 권익수호와 고충해결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지 안하는지 다 알고 있어요. 집행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회원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회원은 말을 하지 않아도 회비를 납부합니다.

장영식 기자: 집행부가 열심히 해도 회비납부는커녕 의사회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회원들도 있던데요?

이필수 회장: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집행부가 무엇으로 움직이겠습니까? 대다수의 회원들이 어려운 가운데 내주는 회비로 일합니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합니다.

장영식 기자: 회비 납부회원과 미납부회원은 차별을 둬야한다고 의견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필수 회장: 회비 납부회원과 미납부회원은 차별을 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남의사회도 차별을 둘 겁니다.

장영식 기자: 지역의사회의 최우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필수 회장: 지역의사회는 의협의 지부로서 의협의 정책을 따르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지만, 지역에서도 다수 회원의 민원과 권익 침해사례가 일어납니다. 지역의사회가 개입해서 회원의 민원을 적극 해결하고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임원은 명예의 자리가 아니라 심부름꾼이라는 생각으로 민원에 발벗고 나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사회의 존재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KMA POLICY 의료 및 의학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죠?

이필수 회장: 네, 그렇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6월 미국의사회(AMA) 총회에 대표단을 이끌고 참관했죠? 무엇을 느꼈나요? 

이필수 회장: AMA는 회원수가 22만 6,000명(전체 의사의 25% 가입)이고, 1년 예산이 3,700억원 정도로 의협보다 규모가 크고 체계적입니다. 이사회, 대의원회, 전문위원회, 각 섹션들이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총회 기간 동안 각종 분과위원회에도 참석했는데 회의 진행과정이 체계적이더군요. 특히 회원 상호간에 존중과 배려가 돋보였어요. 아무리 치열한 논쟁의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더군요. 정말 부러웠습니다.

장영식 기자: AMA는 어떤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필수 회장: 대국회ㆍ대정부 활동과 관련해서 워싱턴에 따로 지부를 두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합니다. 또, 가입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구입 시 할인, 의학책자 할인, 보험료 할인, 다양한 회사와 제휴를 통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새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요?

이필수 회장: 비급여항목을 점진적으로 급여화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분 자체는 나쁠게 없어요. 그러나 명확한 재정확보 대책없이 보장성을 급격히 강화하면 재정이 파탄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게 되죠. 또, 상대적으로 대형실손보험사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겁니다. 대다수 국민과 빈사상태에 빠진 의료계를 살릴 것인지, 대기업 계열사들인 대형 실손 보험사들을 살릴 것인지를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장영식 기자: 재원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보죠?

이필수 회장: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급여화 실시는 상급의료기관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가속시킬 겁니다. 이렇게 되면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은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붕괴될 겁니다. 정부가 책임을 질까요?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인 의료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거죠. 결국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보장성 강화 대책의 선행 조건은 재원 확보라는 말이군요?

이필수 회장: 그렇습니다. 또,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한 후 OECD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정상화하는 일을 병행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그동안 의ㆍ정협의체에 참석해 원격의료 관련 법안 상정을 막아왔고, 최근 제증명서수수료 상한액 설정 고시 문제점과, 노인정액제 개선 등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는데,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느낀 점에 대해 말해 주세요.

이필수 회장: 의ㆍ정협의체에 참여하면서 보건복지부 당국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보건의료에 관한 사안이 생겼을 때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단체인 의료계와 미리 상의한 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영식 기자: 항상 그래왔죠.

이필수 회장: 의료계와 만날 때 미리 정책의 틀을 정해놓고 구색을 갖추기 위해 의료계와 만납니다. 단지 의료계에 따라 오라는 식의 일방적인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 만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향후 개선해야 할 점은 분명하네요?

이필수 회장: 복지부 공무원들도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할 때 전문가단체인 의료계와 충분히 상의 후 정책을 결정해야 합니다. 잘못 시행된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결국 국민이니까요.

장영식 기자: 9월 16일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립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는데 어떻게 예상하나요?

이필수 회장: 비대위 구성은 임시총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미리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다만, 비대위가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야 하며,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회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해 주세요.

이필수 회장: 의료계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작은 집단, 소수 회원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12만 회원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계를 위해서는 내 한 몸 바칠수 있는 진정성있고 헌신적인 지도자를 뽑아야 합니다. 또한 의사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만큼, 그에 걸맞게 회원의 권익과 더불어 국민의 권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민과 항상 함께 간다는 마음가짐 잃지 말아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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