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 추진을 예고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서는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장치 및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 계획을 보고했다.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그동안의 짧은 진찰 후 검사 실시라는 관행적 방식에서 벗어나 15분 정도의 시간을 투입해 중증ㆍ희귀 질환자(의심환자)를 대상으로 진찰(초진)해 병력, 투약, 선행 검사 결과를 충분히 확인해 추가적인 검사 필요성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가 수준은 상급종합병원 초진 진찰 비용 및 평균 진료시간 등을 고려해 9만 3,000원 수준으로 정하고 본인부담은 20~30% 수준으로 할 예정이며, 산정특례 등 기존 본인부담 경감 제도는 적용하게 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는 21일 논평을 통해 “이번 심층진료 시범사업의 핵심 내용은 진료수가 인상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 개선과 환자만족도를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개편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복지부의 이러한 목표는 민간의료 중심인 우리나라 보건의료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환자의 욕구에 대한 이해 없이 설정된 편협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대안적 모델로 심층진료제도 도입하고자 한다면 대형종합병원의 외래진료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보건의료상황과 환자의 욕구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진료수가인상 만으로는 자칫 병원(의료기관)의 가려운 곳만 긁어줄 뿐 복지부가 기대하는 심층진료제도의 긍정적 결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건세는 또, “늘어난 진료시간으로 환자만족도가 상승하게 되더라도 기존의 환자들이 다니던 대형병원을 이탈해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할 지는 의문이다.”라며, “결국 15분 심층진료로 인한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높다면 환자들은 2~3시간의 대기시간도 감수할 것이므로 오히려 대기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또한, 현재의 행위별수가제 안에서는 병원은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라면서, “줄어든 외래환자수로 인한 손실분을 진료수가인상으로 충분히 보전해 준다 하더라도 대형 종합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외래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기대하는 심층진료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은 경증질환의 외래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15분 심층진료의 모니터링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고 나섰다.

건세는 “늘어난 진료시간만큼 수가인상을 고려하면서도 정작 그 15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 및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 없으며, 심층진료의 의료서비스 질 검증과 모니터링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5분이라는 진료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의사와 환자간의 상담내용을 검토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나 모니터링 도구는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층진료제도가 의료기관의 배만 불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규제와 내용적 모니터링 및 평가방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심층진료제도 시범기관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국ㆍ공립 1개소 이상, 민간병원도 희망하는 병원이 있는 경우 신청을 받아 선정하게 된다. 

복지부는 9월 이후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갖고 준비된 의료기관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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