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의료보장성 강화는 찬성하지만, 정부 정책을 보면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날 것 같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지적하며,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늘(9일) ▲비급여 해소 및 발생차단 ▲개인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관리 ▲긴급 위기 상황 지원 강화 등 보장성 강화 대책 등을 담은 ‘모든 의학적 비급여, 건강보험이 보장한다’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기동훈 회장은 “정책을 미리 살펴본 결과,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기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없이는 실제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투여되는 예산이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라며, “비급여가 어느 정도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장벽 역할을 했다고 볼 때 환자쏠림 현상 역시 심화되면서 실제로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들의 진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비급여 부분을 급여화하겠다는 방법은 매우 자세히 기술돼 있지만, 재원 마련방안은 너무나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기 회장은 “정부안을 보면 총 재원 30조 6,000억원 중 건보공단 흑자분 20조원이 포함된다.”라며, “공단은 올해 20조원에 달하는 흑자임에도 보험재정 파탄에 대해 우려하며 수가협상에서 수비적으로 대응했다. 흑자 20조원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비급여의 급여화에 이를 투여하는 것은 건보공단이 누누히 말했던 재정파탄의 위험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6조 3,000억원과 3대 비급여 5조 8,000억원, 총 12조 1,000억원으로 비급여 비용을 추계했으나, 이 역시 턱없이 과소추계됐다는 것은 대략 계산해봐도 자명하다면서, 이 수치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신포괄수가제를 통한 비급여의 통제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현행 행위별수가제와 신포괄수가제에서 국민의 보건의료 향상과 비용절감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두고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은 빈약하다.”라며, “의료정책은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므로 아직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정책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급여의 강력한 통제로 국민은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도 비급여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국민의 선택권 제한으로 귀결돼 강력한 저항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 회장은 대선 때 여당에서 나왔던 ‘적정수가 적정부담’이라는 명제가 보이지 않는 점도 꼬집었다.

기 회장은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의과 병의원의 원가보존율은 90.91%에 불과하다. 비급여진료를 통해 원가보다 낮은 수가를 보존했던 일차의료기관은 적정수가 없이 비급여가 급여화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현재 상태에서 회복불능에 빠질 수 있다.”라며, “정부는 병원들에게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하도록 행위별수가제보다 더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제안할 것이지만, 결국 통제되지 않았던 비급여항목들에 대한 세부내역을 정부가 갖게 되면서 점차적으로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면서 재정이 악화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그는 실손보험료 인하 얘기는 사라지고 비급여의 급여화만 남아 보험회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의 급여화는 정말 쌩뚱맞다고 비판했다.

기 회장은 “박근혜정부의 실패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는 의약분업급 정도로 지불체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라며,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공급자이자 전문가인 의료계와 의정협의체를 통해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함에도 그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이다.”라며, “국민의 의료보장성 강화는 당연히 찬성하지만, 현 정부의 어설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은 국민의 선택권 제한,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며, 결국 건보재정 파탄으로 인해 국민의 의료보장성 강화는 마지막에 실패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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