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교육부는 난색을 표했다. 이중 평가, 수익성 위주 평가, 정치적 목적 이용 등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의 문제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돈벌이로 평가하는 공공병원 경영평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2005년부터 시행됐지만, 국립대병원은 2015년부터 평가가 시작돼 2년이 지났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매해마다 경영실적, 정부정책 이행도, 재무 건전성 등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의 문제점으로 ▲이중평가 ▲수익성 위주 평가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 우려 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먼저 “국립대병원에 대해서는 공공의료라는 측면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공공의료에 대한 관점이 없는 교육부가 이중평가 내지는 부적절한 평가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진료를 행하는 의료기관이라는 특성과 더불어 교육, 연구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국립대병원을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위주의 경영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이어 “평가를 통해 기관의 발전과 개혁을 꾀한다는 근본 목적과는 달리, 정권 등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정권이 특정한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영평가에 특정 항목을 포함시키고 운용한다면 오남용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한 평가체계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의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보건복지부가 주관이 돼 실시하되, 공공보건의료기관 특성에 맞는 별도의 경영실적 평가지표 및 편람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 교육부가 주관하도록 돼 있는 서울대병원과 국립대병원 경영실적 평가도 복지부가 주관하고, 장기적으로 서울대병원과 국립대병원을 관장하는 정부부처 자체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보건의료기관 운영평가 결과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도 운영평가 결과를 활용한 경제적 인센티브 및 페널티 제공 방식을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패널들도 교육부가 주관하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 대해 입을 모아 지적했다.

서지우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기획평가팀장은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의 문제를 한 가지로 요약하면 교육부가 국립대병원을 어떤 방향으로 육성하겠다는 철학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라며,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는 국립대병원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애매모호하게 담겨져 있어 평가지표, 평가방법 등을 명확히 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즉, 국립대병원을 보건의료 분야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할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할 지에 대한 결정이 없기 때문에 국립대병원의 주요 기능인 진료, 연구, 교육 등에서 적절한 목표치를 선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 팀장은 공공의료기관 평가 개선을 위해 ▲공공의료 기관별 기능 및 역할 설정 ▲통합된 평가체계 구축 ▲평가지표의 개발 및 보급 등을 제안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사무국장 역시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교육부는 2년의 평가 후 개선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보고서 내용의 진위조차 확인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고 한국의 최상위 공공의료기관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박 사무국장은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는 돈벌이를 대놓고 강요하는 방식에서 정부지침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라며,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경영평가는 정부의 정책을 검증없이 공공의료기관에 강압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잘못된 정부 정책을 공공의료기관에 그대로 적용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제도가 됐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립대병원을 경영실적으로 서열화하려는 저급한 제도로는 공공의료기관을 바로 세울 수 없다.”면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경영평가를 폐지하고, 공공성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기형적인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를 공공병원에서부터 바로 잡고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해 보건의료영역에 대한 국가의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국립대병원이 갖는 특성 때문에 관리체계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이라며, 평가 주체 변경을 반대했다.

박대림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립대병원 관리주체 문제가 이슈가 됐지만,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는걸 보면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라며, “국립대병원은 일반 의료기관과 달리 의료인력에도 차이가 있고, 교육ㆍ연구라는 역할도 하므로 복지부와 교육부가 같이 지원 및 관리하는 형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설치법 9조에 공공의료의 책무가 있기 때문에 복지부는 공공의료사업 수행평가와 더불어 의료기관인증평가를 하고, 의료나 진료 분야는 복지부가, 전체적인 운영형태, 대학과의 관계, 교육ㆍ연구 분야는 교육부가 보는 이원화된 체계라는 설명이다.

박 과장은 “이렇게 관리체계까 이원화되다 보니 하나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는 문제제기도 지속되고 있다.”라며, “국립대병원의 목적과 기능 뿐 아니라 출발과 현재 운영형태까지 고려돼야 하므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목적으로 평가지표를 만들었으면 진료, 교육, 연구라는 세 가지 기능을 위주로 구성됐을텐데, 공공기관의 경영실적평가라는 틀로 짜여지다 보니 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던 부분이 있다.”라고 인정하며,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평가라는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일정부분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내년도 평가를 위해 하반기에 평가편람 작업이 들어간다며, 전체 공공기관 평가 방침이 정해지면 그걸 기초로 하되, 개별기관의 특성을 살리는 평가편람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중평가에 대한 지적에는 “평가의 효율적 측면이나 병원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상황이므로 진지하게 복지부와 고민해보겠다.”라며,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60%에 달하는 개별기관의 사업수행은 복지부가 하는 평가로 대체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당국은 이날 거시적으로 공공의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제때 양질의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평가 부분도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일룡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고령화사회를 맞아 미래에는 의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자도생하는 경쟁의 의료체계 속에서 의료비가 유지될 수 있을지 많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복지부는 의료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손 과장은 “공공의료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볼 시기가 됐다.”면서, “공공의료는 양질의 적정진료가 핵심이다. 저소득층의 의료복지 지원, 취약지역을 보완하는 잔여적 개념에서 더 큰 개념으로 의료의 본질 자체가 공공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의료의 문제로 의료인력과 환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꼽으며, 의료의 공공성, 특히 그 중 가장 핵심인 지역의료체계의 회복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대병원이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수도권의 대학병원처럼 우수한 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지역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발전방향을 새롭게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의료원 및 병원도 참여시켜 의료생태계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손 과장은 이어 “지역별로 어떤 의료수요가 발생하는지부터 분석해 필수 진료분야, 의료센터, 의료장비 등을 마련할 것이다.”라며, “지역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착한 적자도 지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는 대학병원과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시ㆍ군ㆍ구 의료체계를 살릴 것이다.”라며, “특히 지역에서 양질의 필수의료를 제공했을 때 적극적인 투자가 담보돼야 큰 방향성에 따른 의료체계가 성립된다고 본다. 그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작업 중이다. 작업이 되는대로 계속해서 현장과 긴밀한 소통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