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거래 투명화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일 시행됐다. 개정된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나 의료기기 제조업자는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등의 내역을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보건당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제출해야 한다. 제약사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살펴봤다.

▽제약사, 보건의료인에 제공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의약품 공급자에게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 및 관련 장부 및 근거 자료 등의 보관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개정 약사법’이 지난 3일 시행됐다.

약사법 제47조의2(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제출 등)는 의약품 공급자는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약사ㆍ한약사ㆍ의료인ㆍ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고, 해당 지출보고서와 관련 장부 및 근거 자료를 5년간 보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지난해 8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현행법은 의약품의 판매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수입자 및 의약품 도매상이 의약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약사 또는 의료인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재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등 일부 경제적 이익의 제공과 관련해,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의 제공이 금지 대상인 의약품의 판매촉진과 관련된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고 이에 대한 적발 또한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보고서와 관련한 장부와 근거자료를 5년간 보관하도록 했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출보고서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제약사 등이 지출보고서와 관련된 장부 및 근거 자료의 제출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실제 적용은 내년 1월…첫 지출보고서 작성은 2019년 3월까지
의약품 공급자로 하여금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한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3일 시행됐지만, 시행일이 속하는 회계연도의 다음 회계연도부터 적용한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제약사 등은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 작성 의무가 있어 첫 지출보고서는 2019년 3월까지 작성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대상은 ▲견본품 제공 ▲임상시험 지원 ▲학술대회 지원 ▲시판 후 조사 ▲복수기관 대상 제품 설명회 ▲개별 요양기관 방문 제품 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등 총 7개 항목이다.

책임기관은 개별 제약회사 및 복지부이며, 대외 공개제도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련 정보검색은 제약회사별 제공이익을 확인하는 방식(제약회사-의사간 개별거래 확인 가능)이다.

복지부는 개정 약사법 시행을 앞두고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과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3월 24일부터 5월 4일까지 입법예고 했다.

이는 의약품 공급자의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 서식을 마련하는 등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가 마련한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등의 지출보고서(법 제47조의2 관련)’ 서식을 보면, 견본품 제공의 경우 ▲요양기관(기관명칭ㆍ요양기관기호) ▲의약품 정보(제품명ㆍ제품코드ㆍ포장 내 총수량ㆍ공급수량) ▲제공일자 ▲요양기관 확인란(직급ㆍ성명ㆍ서명) 등을 작성해야 한다. 

단, 요양기관 확인란의 ‘서명’의 경우는 기타 증빙자료로 내용과 서명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는 생략이 가능하다.

임상시험 지원 관련 지출보고서는 ▲임상시험 정보(제목ㆍ구분ㆍ승인번호ㆍ승인일자) ▲시험책임자(성명ㆍ소속ㆍ서명) ▲공동 참여자(성명ㆍ소속) ▲연구비 지원내역 ▲의약품 지원내역(제품명ㆍ제품코드ㆍ포장 내 총수량ㆍ공급수량) ▲계약일 등을 작성해야 한다.

견본품 제공 서식과 마찬가지로 기타 증빙자료로 내용과 서명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는 시험책임자의 서명을 생략할 수 있다.

시판 후 조사는 ▲의약품 정보(제품명ㆍ재심사 대상여부) ▲의료인 정보(성명ㆍ소속ㆍ서명) ▲지원내역(단가/건ㆍ건수ㆍ사례보고서 추가 사유ㆍ사례비 초과지급 사유) 등을 작성해야 한다. 의료인 정보 중 서명의 경우 기타 증빙자료로 내용과 서명확인이 가능하면 생략이 가능하다.

학술대회 지원 관련 지출보고서는 ▲학술대회 정보(주최ㆍ대회명ㆍ장소ㆍ일시) ▲지원금액 ▲학회 확인란(직급ㆍ성명ㆍ서명) 등을 작성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학회 확인란의 직급과 성명, 서명은 기타 증빙자료로 내용 확인이 가능한 경우 생략할 수 있다.

한편, 복지부는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이해를 돕기 위해 올해 안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미국ㆍ일본도 의약품 시장 투명성 제고 노력
앞서, 미국은 지난 2010년 ‘Sunshine Act’를 제정해 보건의료산업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및 구매대행회사에 대해 건당 10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의무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신고 대상은 자문료, 컨설팅용역비, 강연료, 선물, 접대비, 식음료, 여비, 교육비, 자선목적의 기부, 로열티, 라이센스비, 투자지분 보조금 등이다.

이를 위반할 시 처벌은 단순과실일 경우 최소 1,000달러부터 최대 1만 달러, 보고 누락이 의도적일 경우 최소 1만 달러(연간 과징금 최대액수 15만 달러)부터 최대 10만 달러(연간 과징금 최대액수 100만 달러)다.

일본의 경우, 의약품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본제약협회가 지난 2011년 ‘기업활동과 의료기관 등의 관계의 투명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Sunshine Act’를 참고한 것으로 각 사가 매년 연구개발비, 학술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의료기관이나 의료관계자에게 지불한 비용을 각 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단, 보고 누락이나 이를 위반 시 벌금과 같은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제약사의 자율적인 의지가 중요한 제도다.

동아ST CP관리실 관계자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 기고문을 통해 “계속되는 불법 리베이트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제약산업에 ‘K-Sunshine Act(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의무화)’와 같은 법이 작동되는 것은 투명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의료인에게도 재고하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의약품 거래가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의 경우 리베이트 투아웃제, 쌍벌제 등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몇몇 제약사들은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약사법 등을 지속적으로 개정, 보완해야 하며, 동시에 의료인들의 의약품 유통 투명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Sunshine Act가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의료산업 종사자, 제약산업 종사자와 관련 정부부처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오츠카제약과 한국아스텔라스제약 관계자도 제약바이오협회 기고문을 통해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투명성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는 제도지만 많은 제약사가 각 사의 투명성 지침을 제정해 공개하고 매년 지불된 비용 또한 공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에 대해 아직 많은 논란이 존재하지만 향후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이 될 거라는 점에는 거의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라면서, “자율 정화를 위한 인식 개선을 위해 향후 제약사와 협회는 물론 의료인과 정부부처 모두가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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