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명찰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데 이어 오는 6월 21일 설명의무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현장의 변화와 혼선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1일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시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설명을 하는 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등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존에도 의사가 수술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적 의무는 없었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 시행령ㆍ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마련해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법제처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만간 의료법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과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6월 2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모법에서 비교적 구체적 기준인 수혈이나 전신마취와 달리 수술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로 규정해 그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하위법령 역시 구체적인 수술의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해당 법 개정 이전에도 의료 행위에 대한 설명이 이뤄져 왔을 뿐만 아니라 법 적용 기준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모호한 설명의료법은 의료인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위축진료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며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지난 2월 13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설명의무 대상이나 방법은 수술과 질환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판례를 통해 정립하면서 법원의 재량에 따라 손해배상 영역에서 다뤄왔다.”라며, “설명의무를 일일이 법안에 다 담기가 어려워 법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의견을 수렴을 거쳐야 했지만 공청회 조차 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또, “설명은 의사와 환자의 개별적 대화로 이해시키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새로운 규제로 인해 분쟁을 피하기 위한 방어진료를 늘리게 하고, 시간을 더 투여하면서도 분쟁을 휘말리도록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명진 원장(전 의료윤리연구회장)도 “도덕적ㆍ윤리적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고 끌고 가기는 힘들다.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관계가 깨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사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에 대한 수가 신설을 통해 의사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환자의 자율성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개정안 시행으로 환자의 알 권리, 자기결정권 등 권리 보장 및 의사의 윤리의식이 강화되고, 수술 위험성,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진료를 받아 발생하는 의료분쟁이나 이른바 ‘대리 수술’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설명의무 대상인 수술의 범위가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지적에는 모법에 수술의 범위를 하위법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사례가 축적되면 사안별로 유권해석해 공개하는 형태로 기준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초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설명의무법은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설명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는데, 법사위 소위에서 설명의무 대상과 처벌조항이 수정돼 통과됐다.

법사위 전문위원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는 법률만으로 설명의무의 대상 등 의료행위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워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설명의무 대상을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수정하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같은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법사위에서 수정가결된 설명의무법 조항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설명을 하는 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등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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