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강릉시 비뇨기과의원 원장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의료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다수의 의사단체들이 방문확인제도가 계도가 아닌 처벌을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노동조합(조합원 1만 1,000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방문확인은 법률로 보장된 기관의 고유한 업무라고 주장하며 의사단체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방문확인 이슈에 대해 강경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보공단 노조의 입장과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입장을 살펴봤다.

▽공단 노조, 의료계 문제제기 강경 대응
건보공단 노동조합(위원장 황병래)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29일 강릉시 K 비뇨기과의원 원장의 사망 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단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단 노조는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비뇨기과의사회 등에서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등 우려할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라며, “노조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자체 조사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또, ”의협과 비뇨기과의사회 등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공단 직원이 권한 밖의 처벌을 거론하고 고압적 태도를 취해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단의 어떤 직원도 해당 의원을 방문한 사실은 없었으며 자료제출만 요청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특히,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 데에는 매우 복합적인 요소가 오랜 기간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라며, “한 사람의 애통한 죽음을 의료계 일부에서 보험자인 공단과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유명을 달리한 의료인에 대해 일부 의료계가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보험자인 공단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하는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13일에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조는 건보공단의 방문확인과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일원화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함은 물론, 방문확인과 관련해 의사단체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적극 대응했다.

실제로, 노조는 “공단이 수행하는 방문확인은 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에 주어진 ‘부당이득징수권’을 수행하는 절차로,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건보법 제96조(자료의 제공)에 따라 해당기관에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해 착오ㆍ부당 확인 시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하는 업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일부 의사단체의 주장대로 방문확인과 현지조사가 일원화된다면 공단의 방문확인으로 파악된 연간 8,000여 단순 착오ㆍ부당청구기관 모두가 현지조사 대상기관이 됨으로써 해당기관의 심적 부담은 오히려 배가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공단은 건보법상 가입자인 국민을 대리하는 보험자로서 민원인의 신고 등으로 요양기관의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경우 이를 조사해야 하고 조사결과 허위ㆍ부당청구가 확인된 경우, 법 제57조에 의해 부당이득의 환수권한이 공단에 주어져 있는 이상 부당이득징수권의 시효기간(10년)이 남아 있는 한 언제든지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단의 방문확인에 대해 일부 의사단체의 부당한 압박이 지속된다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라고 경고했다.

▽의료계 “노조가 본분 잊었다”ㆍ공단 노조 “조합원 뜻 따른 것”
건보공단 노조의 강경한 행보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노동조합의 본분을 잊은 행보라는 지적이다.

한 의사는 “국민이 잘못된 정부 행정을 지적한다고 해서 공무원 노조가 이와 같은 방식의 대응을 하지 않는다.”라며, “공단 노조의 행보가 이해가 되지 않고 노조가 공단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황당해했다.

또, 다른 의사는 “공단 노조가 오지랖이 넓다.”라며, “노조는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이나 지위 향상 등 노조 설립 고유의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조합법과 노동조합규약을 아무리 살펴봐도 노조가 공단 업무나 복지부 업무에 관여한다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라며, “노조가 만들어질 때의 목적에만 충실하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보공단 노동조합규약 제3조(목적)을 보면 노조는 직장민주화와 노동자의 지위향상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노조 고위관계자는 지난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의 복리후생 개선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복리후생에는 임금 등 금전적 복리후생도 있지만, 업무강도 완화나 업무에 대한 편의성 도모, 업무 개선 등에 대한 복리후생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방문확인과 관련해 공단 직원들의 강압적 행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일부 의사단체의 주장에 대해 노조는 당연히 조합원을 보호하고 엄호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문확인 담당 직원들이 정말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방문확인 업무는 상당히 전문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해당 업무를 오래 수행한 직원 위주로 배치하고 있지만 최근 의료계의 압박으로 인해 직원들이 서로 안 하려고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조 집행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많다.”라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안 나설 수가 없다. 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공단 노조 “건보제도가 의료인 역할 확대시켜”
공단 노조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이렇게까지 확대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라며, “보험자인 공단과 공급자인 의료인의 관계는 서로간에 숨김이 없어야 하고,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쪽을 폄하하거나 압박한다고 해서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법에 의해 이루어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건강보험제도가 있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공급자로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제도가 없었으면 오히려 역할이 협소해졌을 것이다.”라며, “건보제도가 의료인들의 역할을 더 확대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의료인들도 이해해줬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 직원들 입장에서 억울한 것은 부과체계 개선이나 징수율 제고를 통해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없음에도 해당 업무와 관련된 고충은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공단 직원들이 민원인에게 욕을 먹고 뺨을 맞아가며 징수한 보험료는 결국 국민의 의료비로 나가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단 직원들이 욕을 먹으며 보험료를 징수했으면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마운 것 아닌가. 공단 직원들의 고충도 이해해줬으면 한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 “올해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이 예정돼 있다.”라며, “건보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재정누수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료비 청구ㆍ지급 일원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구와 지급이 일원화되면 지금처럼 방문확인 때문에 의료인단체와 갈등을 빚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라며, “공단에서 청구를 받으면 사전점검이 이뤄져 사전에 잘못된 부분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청구ㆍ지급 일원화는 오히려 의료인들이 주장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공단 노조가 발끈하는 이유 뻔하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난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방문확인 이슈와 관련된 공단 노조의 행보에 대해 “공단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다.”라면서, “인력이 남아도는 것 같다.”라고 냉소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방문확인의 경우, 법적으로 명확한 권한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왠 일인지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한다.”라며, “노조라면 사측에 일을 줄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발끈하고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면서, “결국 자신들의 이득과 방문확인 업무의 권한이 결부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단 지사의 업무를 보면 징수나 부과업무를 빼면 사실 별게 없다.”라며, “그러다 보니 법적으로 명확하지도 않은 방문확인을 통해 완장을 차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조의 행보는 의료계에서 아픈 부분을 지적하니 발끈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단이 하는 업무가 지나치게 성과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성과연봉제나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의료기관을 압박함으로써 자신들의 성과를 높이려고 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며, “재정건전화가 아닌 자신들의 평가점수만을 위해 완장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비난했다.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대해서는 “진료비 심사체계는 재정논리에 휩쓸리면 안 된다.”라며, “재정논리에 굴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평원을 분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구ㆍ심사 일원화는 결국 공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라면서, “공단이 지금보다 더 큰 공룡이 되려는 몸집 불리기 행보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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