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출신으로 보건소장에 임용돼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의사가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보건소의 강청희 소장으로, 지난해 10월 13일 임용돼 2년의 임기를 수행 중이다. 강 소장은 임용 100일을 앞두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의사협회 부회장과 보건소장의 업무, 의료계와 공공보건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역설했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소장님.

강청희 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이틀 후면 소장 임용 100일이 되는데요, 의사로서 보건소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강청희 소장: 일단 장점은 의료에 대해 많이 안다는 것이죠. 특히 의사협회 일을 하며 정책적인 부분도 많이 공부했고, 정책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니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반면, 보건행정 업무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죠. 일반 보건행정직 공무원이 30년 이상의 경력으로 소장을 하는 것과, 의사가 공채로 들어와 하는건 업무의 전문성과 사업적 측면에서 많이 부족한 부분도 있어요.

최미라 기자: 의사 출신 보건소장을 위한 행정업무 교육은 없나요?

강청희 소장: 네, 보건소장은 진료 뿐 아니라 보건행정 업무도 수행해야 하는데, 현재 보건소 내에서 의사를 위한 행정 역량교육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그런 부분을 따로 교육해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협 정책연구소 주관으로 관련 코스가 있기는 한데 아직 미흡한 수준이에요. 보건소장, 공공의료기관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교육내용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봐요. 예산을 이해하고 사업을 기획하고, 공공의료사업 수행 문제점 평가툴 이용법, 직원 관리, 행정 시스템 등 전반적인 경영지식이 필요한데, 의대에서 예방의학 시간에 이뤄진 교육만으로는 부족하죠.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의료현장에 있을 때와 보건소에 있을 때의 입장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의료계에서는 보건소의 진료문제를 많이 지적하는데, 현장에서 느끼긴 어떤가요?

강청희 소장: 저도 1995년 공보의 시절 당시 보건소에서 근무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보건소의 진료기능이 매우 축소됐어요. 대개 65세 이상 환자와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 위주로 진료하거든요. 그 외에는 많이 축소돼서 일차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관계는 어느정도 끝났다고 봅니다. 예전에야 보건소에서만 무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일차의료기관은 유상이었지만, 지금은 NIP가 생기며 위탁 형식이기 때문에 보건소와 일차의료기관을 경쟁관계로 보기엔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해요. 요즘의 보건소는 진료기능보다는 사업기능이 강합니다. 기흥구보건소도 건강증진과 지역보건 관련 사업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보건소장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문제점이 있다면요?

강청희 소장: 지자체 단위로 보건소가 있는데 정책은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구성해서 내려 보내니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있죠. 보건소 자체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수행하는 부분도 미흡하고요. 예산도 국비와 도비, 시비가 들어가는데, 국비가 먼저 잡히면 시비는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어요. 중복되는 부분도 많아 정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미라 기자: 원칙적으로 보건소장은 의사 중에 임용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보건직 공무원 등으로 많이 채워지고 있죠?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252명의 보건소장 중 의사 출신은 103명으로 40%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강청희 소장: 전국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경기도 지역의 보건소장은 90%가 보건직 공무원이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사를 뽑겠다고 공고를 내도 응시자가 없으면 어쩔 수 없거든요.

최미라 기자: 의사들의 지원율이 왜 낮은 걸까요?

강청희 소장: 낮은 급여와 연임조건 없는 임기제 신분에 따른 불안한 직업 안정성 등 여러 원인이 있겠죠. 그렇다 보니 의사들 중 의지를 갖고 이런 자리에 오겠다는 사람이 적습니다. 유인 목적의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어요. 강한 의지나 남다른 뜻이 있지 않고서는 선택하기 힘든 길입니다. 그동안 은퇴를 앞둔 의사나 나이가 많은 의사들이 마지막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마인드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의지를 갖고 의욕 있게 전문성을 살리는 부분은 부족했던게 사실이죠. 또, 의사들은 대개 임상에서 일하는걸 좋아해요. 사회적 공부를 다시 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대한 부담도 있을 거에요.

최미라 기자: 의료계에서는 의사 출신으로 보건소장을 임용하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는 현실이네요.

강청희 소장: 그렇죠. 의사 출신으로 임용하겠다고 공고가 나와도 지원자가 거의 없어요. 의사협회나 지역의사회의 인력풀 구축이 시급합니다. 이런 분야에서 일하길 원하는 의사들을 평소에 관리해야 해요. 희망자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하고, 공석이 있을때 바로 지원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의사 지원자가 없으니 보건행정직 공무원에게 기회가 넘어가고, 한의사까지 보건소장을 하겠다고 나서잖아요.

최미라 기자: 화제를 좀 바꿔볼게요. 지난해 12월부터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강청희 소장: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으로 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마음에 걸려요. 예를 들어 법안 제정 당시에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중립 구성을 약속해 의협, 병협, 의학회가 동수로 들어간다는 합의안이 있었는데, 시행령은 의협 1명, 전공의 2명, 의학회 병협이 2~3명씩 차지하고 전문가 직역이 들어가 13인으로 구성되더라고요. 전공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해 중립성이 보장될지 의문입니다. 또, 병원 신임위원회 위탁이나 예산과 대체인력 문제 등도 걱정됩니다.

최미라 기자: 아직 시행 초기라 미흡한 점도 많겠지만, 전공의특별법 제정이 갖는 의미는 클 것 같아요.

강청희 소장: 대다수가 전공의특별법을 전공의의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법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첫 번째 취지는 환자안전이고 두 번째가 전공의 인권보호 차원입니다. 세 번째는 왜곡된 수가체계와 의료현실을 바로잡는 것이고요. 의사 인건비 산정이 제대로 안된 건 희생하는 그룹, 즉 전공의들로 병원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죠. 정확하게 의사가 할 일을 하면서 수가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었고, 그런 작업을 하는데 전공의특별법이 하나의 단초가 될 겁니다.

최미라 기자: 많은 입법취지가 담겨 있군요.

강청희 소장: 그렇습니다. 이외에도 전문의 숫자가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도 담겼어요. 일차진료를 하는데 특수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곧장 하는건 문제죠.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접근성이 좋지만, 보건의료체계 틀에서 보면 환자가 직접 과를 선택해서 가는 구조로 다른 나라에 비해 후진적이에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GP나 일차의료종사의가 양성돼야 하는데, 지금 제도 하에서는 누구나 전문의 수련을 받기 때문에 제한적이잖아요. 앞으로 이 법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각 병원마다 노동인력으로서 전공의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인력에 맞게 채용하고, 나머지 인원은 교육과정의 변화를 통해 일차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의사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취지에서 김용익 의원도 이 법안을 추진한 것이죠. 의료체계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큰 계기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미라 기자: 법안 제정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이제는 말할 수 있겠죠?

강청희 소장: 상임위 법안 논의 과정에서 궁극적인 취지에는 공감해도 세부적인 사항에서 생각이 다른 의원들도 있어서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죠. 그 때문에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처리가 지연됐는데,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됐어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수월하게 통과했으면 법사위로 갔을테고,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혔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상임위에서 계속 계류된 덕분에 곧장 본회의로 올라가는 기회가 생겼죠. 정치적 딜에 따른 결과였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본회의에서 바로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또, 의협회장 선거 당시 이 문제를 끌고 나왔기 때문에 더욱 이슈가 됐죠. 만약 회장 당선 후 진행했으면 직역간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이라 추진하기 힘들었을텐데, 회장선거 과정에서 공약 형식으로 돼 버리니 별 무리없이 진행됐습니다.

최미라 기자: 의사협회나 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요?

강청희 소장: 지금이 기회입니다. 가장 중요한 대선 정국이잖아요. 각 단체마다 자기 입장에서 정책제안을 할 것이고, 보건의료 개선점에 대해 반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데 협회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겁니다. 지난 총선에서 실패했는데 또 실패하면 안 되잖아요. 회원 의견수렴을 통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는 이런 정국에서 가능하죠. 여야 구분 말고 본인 취향에 맞는 정당에 깊게 관여해서 나중에 자기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위치로 힘을 모으는게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잘 안되고 있어요. 일신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구조를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협회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사들을 키우는게 중요한 거죠.

최미라 기자: 짧은 기간이지만 보건소장을 하면서 협회 회무에 대해서도 더욱 느끼는게 많을 것 같아요.

강청희 소장: 그렇습니다. 보건소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입법정보가 공유되는 것이에요. 사실 협회는 입법정보력이 취약해서 대비가 약하고 막는 시점도 늦잖아요. 협회는 공무원사회의 정보기획 수집력을 벤치마킹해서 따라가야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보건소장 업무를 맡으며 행정력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일단 80명이 넘는 보건소 직원과 사업비만 134억원에 달하는 예산은 협회보다 큰 단위이죠. 상근부회장 할때도 조합 등을 운영하며 예산관리를 해봤지만, 여기서 제대로 조직관리를 하다 보니 협회도 인력 등 개선점이 많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최미라 기자: 행정가 출신이 의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시겠네요?

강청희 소장: 행정조직을 경험했던 분들이 협회에서 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병의원 수준의 운영능력으로 협회 살림을 하는것은 문제잖아요? 적어도 재무담당은 행정가 출신을 많이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미라 기자: 향후 계획과 포부 부탁드릴게요.

강청희 소장: 의협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의료정책과 의료제도가 공공의료 분야이지만 현실에 맞게 잘 운영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역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차, 이차, 삼차 의료기관 등 의료계와 유기적인 연계를 맺으면서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지역 보건, 지역 공공의료에서 국가적 감염관리체계, 그리고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 정립 등을 의료현장에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의료계와 지역국민의 건강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의협에서 대정부 대국회 업무를 통해 정책적이고 이론적인 실무 경험을 쌓았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몸담고 있는 지역 공공의료분야에서 소중한 결실을 맺겠습니다. 소외된 듯한 공공의료 의사회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전체 의료계의 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습니다.

최미라 기자: 포부가 크시네요. 마지막으로 한말씀 더 부탁드려요.

강청희 소장: 국가적 현안이자 글로벌 화두는 고령화 문제이자 저출산, 그리고 소득 불균형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문가로서 변화의 시대에 기여하고 싶고, 최일선에서 국민들이 바라보고 느끼는 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최미라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청희 소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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