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인천시의사회(회장 이광래) 고충처리위원회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인천시의사회 36차 정기총회에서 이호익 위원장(인천시의사회 법제부회장)이 경과보고를 하면서 충격적인 사례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호익 위원장은 1,200만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법정에 선 의사가 고충처리위원회의 도움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영업사원이 리베이트를 건넸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를 찾기에 앞서 고충처리위원회의 문을 두드려 달라는 이호익 위원장을 만나 위원회의 운영상황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이호익 위원장: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예전부터 고충처리위원회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고충처리위원회는 언제 발족됐나요?

이호익 위원장: 지난 2009년 구성됐습니다. 당시 김남호 회장이 회원들의 고충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기 위해 구성했죠.

장영식 기자: 횟수로 8년째 운영중이군요. 언제부터 위원장을 맡았나요?

이호익 위원장: 전임 윤형선 회장때 위원장이 됐습니다. 현재 5년째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죠.

장영식 기자: 고충처리위원회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죠?

이호익 위원장: 제가 법제담당 부회장 겸 고충처리 위원장을 맡고 있고, 김영주 의무부회장, 박철원 총무이사, 박재권 법제이사가 주축입니다. 필요할 때 다른 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박재권 법제이사는 인천지방검찰청 형사1부장을 역임한 검사출신 변호사입니다.

장영식 기자: 고충처리위원회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호익 위원장: 고충이라는 단어가 좋은 말일 수 없어요. 안좋은 일이 고충입니다. 이 고충과 관계된 모든 것을 다 도와드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땐 의료법 위주로 도움을 줬는데 최근 역할이 확대됐습니다. 예를 들어 아청법, 민법, 민사소송에서부터 불륜, 이혼까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고충처리위원회의 대상입니다.

장영식 기자: 업무 범위가 무척 넓은데요? 그동안 몇 건이 접수됐나요?

이호익 위원장: 위원회 발족 직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한 해 2~3건 정도 접수됐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증가했죠. 올해 점검해보니 2012년부터 올봄까지 약 4년 동안 450건 정도 접수됐더군요.

장영식 기자: 지금까지 500건 가량 접수됐겠네요. 주로 어떤 분야의 민원이 많았나요?

이호익 위원장: 리베이트 등 의료법 위반 관련 민원이 75% 정도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건보공단과 심평원 관련 민원이 10% 정도로 두번째로 많습니다. 이밖에 세무, 노무, 아청법, 임대차보호법, 상속 등 다양한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고충처리위원회는 어떻게 활동하나요? 정기적인 모임이 있나요?

이호익 위원장: 매월 첫째주 화요일에 인천시의사회 정기이사회가 열리는데, 이사회에 맞춰 모임을 갖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경과를 보고하죠.

장영식 기자: 매월 경과보고를 하려면 개인시간을 많이 빼앗기겠는데요? 고충처리위원회가 8년째 유지된 배경이 있군요.

이호익 위원장: 정기보고는 월 1회입니다만, 이광래 회장님께 매일 오전 8시 30분에 지휘보고를 합니다. 전날 회무에 대해 요약보고를 하는 거죠. 그리고, 오전 9시에 회장님의 지시사항, 회원의 질의와 답변사항, 그 외에 행정적인 문제 등을 의사회 사무국에 전달합니다.

장영식 기자: 매일 보고를 하고 지시를 한다니 대단하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이호익 위원장: 군의관 시절 습관이 몸에 익어서 괜찮습니다. 매일 일어나면 의료 전문지를 스크랩하고 각종 의료계 정보를 취합해서 지휘보고를 합니다. 긴급상황일 때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 보고하구요. 회장님의 지시를 받아 즉시 사무국에 업무지시를 하죠.

장영식 기자: 올해 3월 총회에서 N사의 배달사고 사례를 소개해서 화제가 됐죠? 그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해 주세요.

이호익 위원장: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였죠. 매주 목요일 아침에 고문변호사 겸 법제이사인 박재권 변호사와 만나 일주일 동안 접수된 민원과 처리현황을 논의하는데요, 이 사건은 검찰수사 단계가 지난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촉이 와서 배달사고 가능성을 법제이사님께 이야기했고 재판부에 계좌추적을 신청했죠.

장영식 기자: 계좌추적이 신의 한 수였군요.

이호익 위원장: 영업사원은 판사 앞에서 통장에 돈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통장을 확인해 보니 2억 6,000만원이 나왔어요. 추정금액을 따져보니 대략 5억원 정도 나올 것으로 의심이 됐죠. 결국 1심에선 의사가 무죄 판결이 내려졌는데 항소를 해서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올해 기억에 남는 고충처리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이호익 위원장: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아청법 관련 사건인데 해당 의사가 징역 2년 실형이 나와서 현재 구속돼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이호익 위원장: 꽃뱀 관련 사건이었어요. 의사는 상대 여자를 좋아한 것 같은데,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추행으로 고소를 했고 유죄가 나왔습니다.

장영식 기자: 고충처리위원회가 처음부터 개입한 건가요?

이호익 위원장: 아닙니다. 해당 의사가 연수원 출신 변호사에게 의뢰했는데 사무장이 고용한 변호사였더군요.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고충처리위원회에 연락이 왔습니다. 좀 더 빨리 연락이 왔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사건이었어요. 여자 판사에 의해 실형이 나왔고 현재 구속돼 있어요.

장영식 기자: 실형을 살만큼 의사에게 잘못이 있는 사건이었나요?

이호익 위원장: 의사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고사건은 10건 중 8건 가량이 집행유예나 벌금이 나오고, 1~2건만 실형이 나오는데 이 건은 징역이 나왔습니다. 인권 강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이용해서 금전을 노리는 꽃뱀 사기가 의사를 상대로 많이 일어납니다. 전체 의료계가 조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고충처리위원회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이호익 위원장: 리베이트 사건에서 무죄가 나왔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유영제약 사건이 무죄가 나왔는데 희열과 자부심을 느꼈어요.

장영식 기자: 고충처리위원회가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이호익 위원장: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에게 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회원들에게 고충처리위원회 전화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보냈고, 의사회 앱을 통해 발표했어요. 또, 각 구의사회 총회에 참석해 위원회 경과를 발표해 왔습니다. 총회마다 다니면서 이야기하는데도 아직까지 모르는 회원이 있어요. 특히 회비를 낸 회원보다 안 낸 회원들에게 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회원들의 인천시의사회 참여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호익 위원장: 인천에 약 4,000명의 의사가 있어요. 전체 의사중 의사회에 회비를 내는 비율은 40% 가량됩니다. 당장 파업하자고 하면 40% 가량 참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영식 기자: 회원들의 참여가 좀 더 필요해 보이는데요?

이호익 위원장: 면허신고 때문에 회비 수납률은 90%를 넘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사회를 모르는 회원도 많고, 회비를 내고 싶어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회원도 있어요.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과 미등록한 회원도 품고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타 시도와 고충처리위원회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나요?

이호익 위원장: 타시도와 교류는 하지 않고 있어요. 고충처리위원회는 의협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례로 인천 회원의 친구인 모 시도 회원(가정의학과 여의사)이 도와 달라고 전화를 한 적도 있고, 지방의 모 회원도 인천으로 연락을 준 적고 있어요. 해당 회원이 속한 지역의사회에는 고충처리위원회가 없다면서 불평하더군요.

장영식 기자: 법제부회장도 맡고 있는데, 언제부터 법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이호익 부회장: 2000년에 고려대학교에서 ‘제1회 의사를 위한 법률 연수강좌’를 열었는데 이 연수과정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죠. 당시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의사들이 불이익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의료법에 대해서는 즉시 답변이 되는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추무진 의협회장이 정부 정책과 국회 법안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인천시의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호익 부회장: 중앙 집행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도 단기간에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회원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대국회 및 대정부 로비는 상당 기간을 들여 인적 네크워크를 형성에 놓아야 하는데 의협은 그 부분이 미흡했어요. 임원이 자주 바뀌다보니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계속 새로 시작하니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죠. 인천시의사회는 제가 고충처리위원회와 부회장으로서 계속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연속성 부분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인천시의사회 회장님들의 공이죠.

장영식 기자: 징계시효법에 대해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호익 부회장: 징계시효법으로 많은 회원들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과거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단식을 할 때 윤형선 인천시의사회장이 동조 단식을 했습니다. 저도 위로방문차 동행했는데 현장에서 박인숙 의원을 만났죠. 박인숙 의원이 윤형선 회장에게 의료계에서 가장 시급한 악법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윤 회장이 제게 답변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의사들은 공소시효가 없어서 10년이고 20년이고 지난 과거의 일로 벌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거기서부터 징계시효법이 시작된 거군요.

이호익 부회장: 당시 박인숙 의원실 보좌관에게 초안과 발의 자료를 제공하고 협조했어요. 박인숙 의원실과 인천시의사회가 협조해서 만들었죠. 통과 과정에서도 관련 국회의원을 제가 직접 만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이호익 부회장: 참여만이 현재 혼란한 시국을 극복하고, 단결만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 의사사회는 열심히 일한 사람에 대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손가락질을 합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비난을 받을 때 계속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죠.

장영식 기자: 인천시의사회가 타 시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요?

이호익 부회장: 회원과 집행부 간에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회원이 의견을 제시하면 회장님께 즉시 보고하고, 내용을 파악해서 조치하죠. 해당 회원에게 회장님이 직접 전화해서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고충처리위원장과 잘 해결하라고 말해줍니다. 회원들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죠.

장영식 기자: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호익 위원장: 민원 당사자들이 “왠지 보호받는 느낌이다.”는 말을 직접 들었습니다. 또, “다른 의사회에 있을 때 느끼지 못한 느낌이다.”라는 말도 들었고요. 고충처리위원회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혹시 제가 질문한 내용 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호익 위원장: 이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천광역시의사회장에 출마할 생각이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일부에서 위원장님을 차기 인천시의사회장 후보로 이야기 하던데요?

이호익 위원장: 저는 참모로서는 1급 참모라고 자부합니다만 리더 타입은 아닙니다. 반대파를 품는 그릇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회장님을 잘 보좌할까만 고민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선출직 회장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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