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수술(낙태)에 대한 처벌수위를 최대 자격정지 12개월로 강화하려던 것을 현행 1개월로 유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23일 입법예고했던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 의견수렴 결과, 불법  임신중절수술은 형법 위반행위로 표현을 변경하고, 종전과 같이 사법처리 결과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1개월 처분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처벌수위를 12개월로 강화하려던 것을 현행 1개월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지만, 불법 임신중절수술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여전히 포함돼 있다.

물론 현행법상으로도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ㆍ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ㆍ준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한 경우 등, 모자보건법상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다섯가지 경우 외에 임신중절수술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처럼 낙태는 모자보건법에서 법적 허용한계를 두고 있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5년 9개월 동안 국내에서 불법 낙태수술에 따른 의료인 행정처분은 23건에 불과하다.

의료계가 추정하는 한해 불법 낙태 수술은 약 20만건으로 6년 여 기간 동안 100만건이 넘는 불법 낙태가 행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23건만 적발된 것이다.

형법과 의료법에 규정된 낙태 금지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법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불법 낙태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의료법에 따라 3년간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형 미만이면 자격 정지 1개월 처분을 받지만, 그동안 불법 낙태수술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면허 취소를 받은 의사는 현재까지 총 4명에 불과하다.

낙태수술을 받던 중 사망하는 등, 심각한 의료사고로 재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진 경우에만 행정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사들은 현행 모자보건법상 태아가 무뇌아 같은 기형이라도 낙태 허용기준이 없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계 뿐 아니라 여성계도 반발하는 등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낙태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고, 내용이 가지는 파급력에 비해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됐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한 발 물러서며 현행 처벌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해 행정처분을 계속하겠다면 임신중절수술의 전면 중단에 대한 회원 의견 수렴 후 중단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입법적 미비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태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며 의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던 정부의 시도는 분명 성급해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더욱 문제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고, 의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려운 저출산과 낙태 문제를 의사 처벌 강화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 낸 후 현실을 반영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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