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변호사
김동희 변호사

필자는 지하철로 출근을 한다. 문득 출근하면서 보이는 의료광고가 몇 개나 될까 살펴보았더니, 예상외로 너무 많아서 놀랐다.

성형외과, 피부과와 같은 전통적(?)인 계통 이외에도 정형외과와 산부인과를 포함해 다양한 의료과목에서 대중교통 광고를 하고 있었다.

광고내용도 참신하고 차별화되어서,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바야흐로 의료광고의 시대다. 지하철의 전광판광고, 전단지, 광고문자, 인터넷카페에서의 홍보 등 우리는 하루에만 열댓 개가 넘는 의료광고를 매일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광고에 앞서, 의료인들은 반드시 관련규정을 숙지해야 한다.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여러 법을 검토해야 하지만 우선 유념할 규정은 의료법 제27조제3항이다.

의료법 제27조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후략)’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위 규정은 ①본인부담금 면제 또는 할인행위 금지 ②영리를 목적으로 한 환자유인행위 금지로 나누어지는데, 최근 필자가 검토했던 블로그 광고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블로그 광고내용은 ‘블로그이웃 독감예방접종, 2016. OO.부터 3가백신 15,000원, 4가 백신 25,000원’ 이라는 내용이었다.(3가백신의 국가기본접종이 18,000원인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위 광고내용이 의료법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의료법위반이 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27조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할인 또는 면제행위는 본인부담금이 있는 급여항목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독감예방접종은 비급여 항목이므로 병원에서 자율적으로 금액을 정할 수 있고, 본인부담금 자체가 없어 규율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내용을 포탈사이트의 지역맘 카페에 올려서 홍보하는 경우에는 어떨까?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가?

이 사례에 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다른 사례에서의 대법원 입장을 살펴본다면 위 사례 또한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인다.

대법원은 안과수술에 대한 이벤트광고를 이메일로 발송한 사례에서(2010도1763판결) 두 가지 예외를 제시하며, 원칙적으로 의료광고는 금지되는 환자유인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밝힌 바 있다.

판례에 따르면 의료광고가 금지되는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는 예외적인 경우는 ①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에서 금지하는 개별 행위유형(금품 제공, 교통편의 제공 등)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거나 ②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경우로 제한된다.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이벤트광고의 발송행위가 2가지 예외에 해당하지 않고, 금지되는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두 가지 기준(특히 두번째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의료인들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새로운 광고매체와 방법의 등장에 비해 이를 규제하는 의료법 및 시행령의 규정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일단 사법부의 해석으로 처벌 대상을 정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교환 후 입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입장은 일견 수긍할 수 있다. 

물론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선례가 많지 않으나,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의 광고매체와 광고방식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므로 조만간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는 더욱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