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석 상임조정위원
이희석 상임조정위원

“방어진료와 일부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자동개시 제도 때문이 아니라 진료수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이희석 상임조정위원은 지난 20일 코엑스 317호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의료분쟁조정개정법 및 감정, 조정사례 세미나’에서 의료분쟁조정개정법의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희석 위원은 “현재도 의료소송이 원고의 소제기에 의해 자동개시되고 소비자원의 경우 사망과 중증장애 이외에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되고 있으나, 의사들이 이를 이유로 방어진료를 하고 있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의분법 자동개시제도로 인해 방어진료가 늘어나고, 외과, 산부인과 등에 대한 기피가 심화된다는 우려가 있다.”라며, “일부 진료과목의 기피현상은 조정제도 시행보다는 진료수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은 의분법 개정법이 일부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있다며 개정법 내용을 소개했다.

먼저, 이 위원은 “조정절차는 무조건 자동개시 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라며, “조정절차 자동개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중재원에 통보해야 절차가 개시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개정법은 강제 조정을 시도하고 불응시 벌칙이 가해진다는 오해도 있다.”라며, “조정절차 자동개시는 사망 등에 한해 신청이 있으면 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조정결정 수용여부는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조정철차가 자동개시 된 이후라도 난동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신청인은 조정절차 개시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조정철차 자동개시 제도는 의료인의 동의없이 환자의 조정신청만으로 조정이 이뤄져 의료계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오해도 있는데,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어서 조정절차와 관계없이 소송제기가 가능하므로 재판청구권 침해와는 무관하다.”라고강조했다.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무조건 현장 실사를 받는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의료기관의 출입조사는 진료기록 등에 대한 서면조사 만으로는 감정결과를 도출하기에 부족하거나 특별히 현장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실시된다.”라며, “7일 전까지 사유 및 일시 등을 서면으로 통보한 후 실시하는 등 의료기관 측의 피해 및 불편이 없도록 운영되고 있다.”라고 안내했다.

이 위원은 “감정결과, 의사의 무과실 결과가 나와도 무과실 배상 제도로 인해 의료기관이 30%를 배상해야 한다는 오해도 있다.”라며,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분만에 따른 의료시고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이야기로 추측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보상대상은 분만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에 한정되며, 국가와 의료기관이 지출해 별도로 마련된 보상금에서 충당한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 제도로 인해 산부인과의 조정참여율이 68%로 평균대비 24%나 높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조정절차 참여시 법원이나 타기관에 의료사고 내용 및 의료기관 정보가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이 위원은 “감정위원 또는 조정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감정 또는 조정절차의 과정에서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어,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라며, “의료사고 관련 사항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보다 조정신청 금액이 더 높아진다는 우려해 대해 이 위원은 “신청금액은 신청인이 임의로 결정한 금액이어서 조정을 하는데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 조정결정에는 영향이 없다.”라고 말하고, “실제 조정성립금액은 신청액의 평균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되면 출석 등으로 진료가 방해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위원은 “대리인 선임요건을 완화해 의료기관 임직원도 대리인이 될 수 있고, 평균 출석 횟수도 평균 2회로 최소화했기 때문에 진료에 크게 방해받진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정절차 참여 자체가 의료과오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위원은 “조정실사 참여는 의료중재원을 통해 의료사고 여부를 알아보고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의료기관의 조정신청과 조정절차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의분법 개정안은 지난 5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11월 30일 시행예정이다.

의분법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 2조에 따른 장애등급 제1급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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