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이 없는 의약품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만큼 의약품과 부작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얼마나 제대로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지 등이 관건이다. 반대로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는 비율이 높거나 관리가 어렵다면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2016년 9월 30일부터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부작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와 함께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해당 시장에서 퇴출된 ‘아반디아’와 ‘리덕틸’ 등은 물론,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됐던 ‘팩티브’와 ‘놀텍’ 등도 회자되고 있다. 부작용 논란에 휩싸였던 의약품 사례와 기술수출 계약 파기 경험이 있는 국산신약 사례에 대해 정리했다.

▽치명적이었던 심혈관계 부작용 논란…아반디아, 리덕틸 시장 퇴출
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의약품으로는 GSK의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 당뇨치료제 ‘아반디아’(성분 로시글리타존)와 애보트의 식욕억제제 ‘리덕틸’(성분 시부트라민)이 대표적이다.

아반디아는 2000년에 출시된 이후,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강점으로 빠른 속도로 당뇨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그러나 아반디아의 강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07년 아반디아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당뇨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연달아 발표됐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은 2007년 아반디아를 복용하면 심장질환 사망위험과 심장마비 발병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이어 Cochrane Library저널에는 아반디아가 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및 생존기간 연장에 효과가 없는 반면, 당뇨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3년 임상 재평가 결과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성이 낮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아반디아의 회생을 위해 힘을 썼지만, 아반디아가 설 자리는 없었다. 2015년 12월 GSK가 아반디아 허가를 자진취하했고, 이로써 국내 시장에서는 아반디아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리덕틸은 지난 2001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했지만, 2012년 1월 국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애보트와 함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는 55세 이상의 비만환자 총 9,8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SCOUT)의 중간결과에서 리덕틸군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확률이 11.4%(561명)로 위약군의 10.0%(490명)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FDA는 SCOUT 최종 보고서를 분석 후 리덕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성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성이 더 높지 않다는 자문위원회의 시판중단 권고에 따라, 2010년 10월 리덕틸의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제제의 판매중지 및 자발적 회수권고 조치를 내렸다. 2012년 1월 한국애보트가 리덕틸의 품목허가를 자진취하하면서, 리덕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리타 부작용 이슈, 한미약품이 해결해야 할 숙제
2016년 10월 7일 기준,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한미약품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의 부작용이다. 부작용 논란으로 아반디아와 리덕틸이 시장에서 퇴출됐던 선례 때문이다.

올리타는 폐암세포의 성장 및 생존 관련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변이형 EGFR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며, 기존 폐암 치료제 투약 후 나타나는 내성 및 부작용을 극복한 3세대 내성 표적 항암신약이다. 올리타는 올해 5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에 따라 국산신약 27호로 승인 받은 후, 6월 1일 국내 의약품 시장에 출시됐다.

특히, 올리타는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금 및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 등 총 7억 3,000만 달러 규모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되면서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출시된 지 약 3개월 만인 9월 30일, 올리타에 대한 임상 중 예기치 못한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실과 올리타를 라이선스 인한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파기 소식이 전해졌다.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 후 승승장구하던 한미약품과 올리타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무엇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진행하던 글로벌 임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한미약품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데 따른 영업손실을 감수하며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을 직접 진행하거나 베링거인겔하임 이상의 자금력이 있는 새 파트너를 찾지 않는 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A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임상에 대한 모든 부담을 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와는 달리 글로벌 임상에 투입되는 비용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다고 해서 임상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의약계 일각에서는 임상을 계속 진행하되, 부작용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혀질 때까지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올리타를 복용한 환자가 중증의 피부 부작용으로 사망했지만, 식약처는 환자의 동의를 얻은 후 처방할 수 있다며 올리타의 허가를 유지했다.”라며, “식약처는 올리타의 시판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는 고가의 약을 구입해서 복용한 환자들에 대한 부작용 모니터링이나 그 효과에 대한 관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식약처는 올리타의 시판을 금지시키고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제약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된 임상 3상 조건부 허가제도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이 올리타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환자 발생, 기술수출 계약 파기에 따른 글로벌 신약개발 중단 위기, 조건부 허가제도를 이용한 특혜논란 등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라이선스 아웃 계약 후 파기, 올리타가 처음 아냐
글로벌 제약사의 계약 파기 및 권한 반환, 국산신약의 글로벌 임상을 중단하는 것은 특이사항이 아니다. 국산신약 최초로 2003년 FDA 승인을 획득한 LG생명과학의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성분 제미플록사신)와 세계 최초 3세대 PPI제제인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성분 일라프라졸)도 올리타와 같은 아픔을 겪었다.

LG생명과학은 GSK와 팩티브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임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GSK가 FDA 임상 2상을 마치고 임상 3상을 시작할 때쯤 돌연 팩티브 개발을 포기했다. 제약업계는 GSK가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팩티브의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LG생명과학은 임상 3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GSK와 공동 개발 당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팩티브의 실제 매출은 2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일양약품은 2005년 다케다아메리카(전 TAP, 다케다약품의 미국 현지 법인)와 놀텍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놀텍의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다케다아메리카는 예고없이 미국 내 임상 3상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에는 다케다약품이 당시 새로운 항궤양제를 자체 개발중이며 경쟁약물이 될 놀텍의 개발속도를 늦추려는 의도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일양약품은 다케다아메리카와의 놀텍 공동개발 계약을 파기했다. 이후 현재까지 놀텍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신 파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나아가 파머징 마켓 등에서의 성과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재도전한다는 것이 일양약품의 계획이다.

한편, 국산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종근당의 비만치료제 ‘벨로라닙’은 개점 휴업 상태다.

종근당은 2009년 미국 자프겐과 벨로라닙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으며, 자프겐은 벨로라닙 임상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2015년 벨로라닙 투여 후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나오면서, 벨로라닙 개발이 중단됐다. 양사의 계약은 개발중단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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