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에서 올해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하지정맥류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근거로 의사협회가 실손의료보험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협회는 실손의료보험 대응 과정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확인해보니 의사협회의 의견을 수렴해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변경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의사협회의 실손의료보험 대응 과정을 들여다 봤다.

▽금감원, 올해 1월 1일부터 개정된 표준약관 적용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30일 실손의료비로 보상하지 않는 사항을 명확하게 기재하고, 일부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단행했다.

이때 하지정맥류 수술방법 중 혈관레이저 폐쇄술 등을 미용개선 목적으로 간주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경우 외모개선 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외모개선에 대한 해석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을 예방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 전에 보장 항목과 면책 항목을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은 2015년 12월 30일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사항을 알리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의협, 표준약관 개정 요청ㆍ대언론 홍보 병행
의사협회는 금융감독원에 두차례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공식 요청하는 한편, 대언론 홍보도 병행했다.

먼저, 의협은 지난 2월 25일 금융감독원에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요청했다.

의협은 건강보험에서 혈관레이저 폐쇄술 등을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한 것은 미용 개선 목적의 시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 등으로 급여 대상으로 인정하기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러한 현실에서 건강보험의 비급여 대상이라는 이유로 혈관레이저 폐쇄술 등을 미용 개선 목적으로 간주해 실손보험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의학적 타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따라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을 임의적으로 축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3월 7일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여론환기에 나섰다.

의협은 혈관레이저 폐쇄술 등을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치료 선택권을 제한한 것으로, 국민의 실질적 권익 향상을 위해 정맥류 수술 관련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의학적 기준에 맞게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혈관레이저 폐쇄술 등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 시술보다 오히려 재발률이나 합병증이 현저히 낮고 치료효과가 높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맥류 수술의 시술 방법이지만, 보험재정의 한계 등으로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개정된 약관대로라면 앞으로 하지정맥류 수술은 모두 절개법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3월 23일 금융감독원에 또다시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요구했다.

이때 의협은 의학적 기준과 실손보험 가입자의 실질적 권익 제고를 위해 조속히 표준약관을 재개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적절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보건의약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 적극 공조해 표준약관의 비의학적이고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추후 의료환경 등 여건의 변화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실손보험의 보장범위는 계속 변화할 수 있다.”라며, “의협에서 제시한 의견은 향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 시 참고하겠다.”라고 회신했다.

한편, 의협은 지난 6월 16일 보험연구원이 중소기업중앙회서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금융당국이 비급여 증가를 실손보험의 문제점으로 지목한 데 대해 의료계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는 “보험사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일부 소비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가 마치 실손의료보험 문제의 전체 원인인 양 몰아간다.”라며,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이익 극대화 심리를 이용해 그 동안 많은 수익을 올려 놓고, 손해율이 올라가니 선량한 국민이 손해를 본다는 핑계를 대며 또 다시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하지정맥류 수술 치료목적 분류 진행중
금융감독원은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하지정맥류 수술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절개술 외의 하지정맥류 수술을 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지 일년 만에 개정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9일 외모개선 목적의 다리정맥류 수술과 외모개선 목적 외(치료목적) 하지정맥류 수술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의협에 질의했다.

또, 하지정맥류의 진단에 따라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와 수술이 필요없는 경우를 나눌 수 있는 지와, 각각의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비율도 물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학회의 의견을 조회 후 8월 19일 금감원에 의견서를 회신했다.

◇하지정맥류 수술의 치료목적 구분 질의 및 회신 내용
<질문>
다리정맥류를 진단하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나?

<회신>
1)환자의 증상이 있거나 하지정맥류로 인한 합병증의 치료 및 예방목적
2)혈류초음파검사(duplex sonography)에서 해당 정맥의 역류 0.5초 이상 관찰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서 하지정맥류치료가 미용목적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정맥류와 연관된 증상이 있고 혈류초음파검사(duplex sonography)에서 역류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에는 광범위정맥류 발거술, 레이저정맥폐쇄술, 고주파정맥폐쇄술을 적용할 수 없으나 하지정맥류 국소제거술, 혈관경화요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하지정맥류 치료는 미용목적이 아닌 치료목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질문>
다리정맥류의 증상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필요 없는 경우를 나눌 수 있나?

<회신>
환자의 증상만으로 수술 필요성을 판단 할 수는 없으며, 환자의 증상ㆍ합병증ㆍ하지정맥류 원인ㆍ하지정맥류 상태ㆍ혈관초음파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질문>
전체 다리정맥류 환자 중 위 1번에서 제시한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비율은?

<회신>
하지에 육안적으로 병변을 보이면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혈관초음파상 0.5초 이상의 역류를 보이고 있으며(약 90% 이상), 모세혈관 확장증 및 망상정맥의 경우에도 약 40~60% 이상의 환자에서 0.5초 이상의 역류 소견을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의협이 제시한 기준을 방영하기 위해 검토중이라고 확인해줬다. 금감원 보험관리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의 목적을 외모개선과 치료목적으로 구분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사협회와 학회 등 의료계로부터 분류 기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개정 결과는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시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도수치료 분쟁조정 결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6월 9일 ‘도수치료 비용에 대한 실손의료비 지급책임 유무 조정 건’에 대해 ‘필요한 도수치료의 횟수는 도수치료의 목적을 고려할 때, 주 2~3회, 4주 저도로 총 8~12회가 적절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며 실손 의료비 지급청구를 기각했다.

의협은 하루 뒤인 6월 10일 금감원의 민간보험사 배불리는 실손보험 정책을 즉각 개선하라고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6월 21일 실손의료보험 분쟁조정결정에 대한 시정 요구 및 관련 자료를 금감원에 요청했다.

의협은 6월 23일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분쟁조정결정으로 인한 회원 피해 사례 수집을 시도의사회에 요청했다.

의협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결정 내용 중 ‘필요한 도수치료의 횟수는 도수치료의 목적을 고려할 때, 주 2~3회, 4주 저도로 총 8~12회가 적절하다는 의학적 소견’은 해당 사건에만 적용되는 개별적 판단이다.”라고 의협에 7월 6일 회신했다.

뒤이어 의협은 7월 12일 금감원에 보험사의 불법ㆍ부당한 행태 근절 및 공정한 감정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협회에서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회원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최선을 다해 대처해 왔다.”라고 말했다.

서 이사는 “최근 의협 특감에서도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대 국회에서 실손의료보험을 전문심사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으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었으나 입법활동을 통해 막았고,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성을 전문심사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제시해 저지한 것에 대해 평가받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금감원에서 하지정맥류 수술 관련한 표준약관 개정 작업을 해왔고 9월말 결과가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라며, “보험사에서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치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금감원이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에 나선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도수치료 실손의료비 지급 조정 기각 건도 발빠르게 대응해 금감원으로부터 ‘개별적 판단’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해당 사안을 다른 보험사가 활용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