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여당의 보이콧 속에 연기되거나 야당만의 반쪽 국감으로 진행되는 등 파행으로 얼룩졌다.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보건복지위는 여당이 빠진 채 반쪽짜리 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복지위 국감에서는 원격의료,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저출산 문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거론됐다.

▽여당 빠진 반쪽국감 강행한 복지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양승조)는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하며 모든 국감 일정을 거부하고 나서 이날 열릴 예정이던 12개 상임위원회 중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는 개의조차 하지 못하고 연기됐다.

다만, 보건복지위의 경우 오전 한 때 정회를 선언했다가 양승조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판단으로 회의를 속개하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 국감’을 이어 나갔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집권 여당의 책임론을 강조하며 민생을 챙기기 위해 국감에 참석할 것을 촉구했지만,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만 잠시 참석했을 뿐 끝내 불참을 고수했다.

양승조 위원장은 “첫 국감임에도 여야 의원이 함께하지 못해 매우 유감이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린다.”라면서도, “여당이 참석못했지만 일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라며 개의를 선언했다.

더민주 오제세 의원은 “어려움에 빠져 있는 민생을 헤아려야 할 여당이, 내년 예산안 심의에 앞서 국정 전반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다룰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것은 국민을 저버리고 국정을 내팽개친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여당은 이성을 회복해서 속히 국정감사에 나와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도 “집권여당이 국감에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도리가 아니다.”라며, “국감은 결코 한 정파의 일이 아니다. 지난주 국회에 여러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시간도 지났으니 이성을 회복해서 새누리당이 당장 출석해주길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특정한 정치적 사항이나 예민한 문제에 대한 당론을 일정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감은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이다.”라며, “국감은 국회의 정치활동에 앞선 업무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민생을 얘기하며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후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새누리 김상훈 의원은 “다 같이 함께 해야 할 국감이지만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점을 양해해달라.”면서,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이번 국감은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질타나 공박을 벌이기보다는 여러 제도개선 대안과 시정요구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알찬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여러 의원들의 협조를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만관 시범사업=원격의료? 진땀뺀 정 장관
이날 국감에서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원격의료의 연관성을 두고 정진엽 장관이 진땀을 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오전질의에서 이번 시범사업이 원격의료가 아니냐고 물었고, 정 장관은 “원격의료라기보다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중간에 모니터링하는데, 원격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그게 원격의료 아닌가.”라고 반박하자 정 장관은 “큰 범위에서 보면 원격의료라고 말할 수 있다.”라면서도, “이걸 통해 처방하는 것도 아니고, 대면진료 사이에 환자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기사화되며 논란이 되자 오후질의에서 정 장관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을 원격의료라고 하는데, 이건 전화상담을 주로 하고 검사한 것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것이므로 원격진료라기보다는 (원격)상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 동안 정부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원격의료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해 온 노력이 무산될까봐 경계한 모습이다.

앞서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8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관련, “전화상담 때문에 원격의료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는데, 전화상담은 복약이나 생활습관, 운동 등 의사의 지시사항을 환자가 잘 지키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국한된다.”라며, “대면진료가 원칙이며 전화상담은 보완ㆍ관리 차원이다. 비대면으로 진단 및 처방까지 이뤄지는 원격의료와 다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유일하게 참여한 여당 의원인 김상훈 의원은 의료취약지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되, 동네 의원들이 우려하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는 의견을 좀 더 수렴한 후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원격의료와 관련해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이견이 제기됐고, 의사협회의 반대도 있다. 특히 대기업에 특혜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라며, “하지만 군부대나 교도소, 도서벽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등에게는 원격진료를 해야한다는 주장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들에 대한 원격진료는 반드시 빨리 실현돼서 이런 분들이 굳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라며, “다만 동네 개원의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다. 결국 의사들의 수입 문제가 달려있는 건데, 원격진료를 할 경우 동네의원 환자를 대형병원으로 뺏길 우려를 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이해관계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면서, “동네 개원의들이 반대하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는 의협과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원격진료가 필요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모든 의료취약지에 의료인들이 나가 진료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충적으로 공공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의료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에 공공의료를 펼쳐서 해당지역의 국민이 편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복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정 장관은 이어 “영리화나 대형병원 쏠림현상, 대기업 위한 정책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의료법에 동네의원 중심으로 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면서,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비하고 동네의원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장관은 “인터넷망을 제외하고 현재 원격의료를 하는데 쓰는 의료기기, 도구들은 모두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다.”라며,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는데 반박했다.

반면, 더민주 기동민 의원은 “도서벽지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일부 원격의료가 개인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라면서도, “관련업계의 반발과 해당 종사자들의 충돌, 의료민영화를 앞당기는 시범케이스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기 의원은 이어 “의료기관 간 쏠림현상, 대형병원은 번창하고 작은 의원은 죽어나가는 의료기관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면서,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장관 말이 맞으면 좋겠지만, 관련 종사자들이나 이해당사자들에게는 어려움이 상존하는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거듭 “의료법을 개정해서 시행하려는 원격의료는 대형병원이 아닌 동네의원 중심이라고 못박아 놨기 때문에 영리화와는 전혀 상관없다.”면서, “영리화 얘기가 왜 나왔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는데, 원격의료만 하는 의료기관은 불가능하도록 법으로 제한해 놨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기 의원은 “당장 여기서 찬성이나 반대, 정답을 말하려는게 아니라 그만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복지부 기본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라는 얘기다.”라며, “대기업과 상관없다고 했지만, 그럴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하고 국민건강을 우선하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건보료 부과체계, 복지부 대리해명 논란
이날 국감에서는 단골메뉴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최근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복지부가 ‘대리해명’을 했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다.

더민주 정춘숙 의원은 “복지부가 성상철 이사장의 인터뷰에 대해 해명자료를 냈던데, 원래 이렇게 산하기관장 인터뷰에 대해 ‘대리해명’을 하느냐.”고 지적하며, “성 이사장의 발언은 틀린 말도 하나도 없다.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데 왜 대책을 내놓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복지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계속 미루고 있는데, 성상철 이사장이 소신 발언한걸 왜 권덕철 실장이 해명했나.”라고 지적했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성 이사장의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는데, 그 부분이 정확히 전달 안돼서 이사장과 정부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걸 재확인한 것이다.”라며, “정부 입장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여러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진엽 장관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3당이 제시한 안도 있고 법안도 있다.”면서, “너무 복잡한 문제라서 올해 안에 해결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서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더민주 인재근 의원도 성 이사장의 발언을 복지부가 해명한 사실을 지적하며,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미루는 것은 보험료가 오르는 고소득층의 반발 때문인가.”라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고소득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와 고령자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 등이 발생해서 발표를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소득중심 부과체계 개편 방향에는 공감하는데, 여러 부분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라고 전했다.

▽감염병ㆍ저출산ㆍ공보의 부족 ‘도마위’
콜레라, 지카 바이러스 등 허술한 감염병 관리체계와 저출산 문제, 공보의 부족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더민주 전혜숙 의원은 “질병관리본부가 콜레라가 발생한 거제 인근지역에 진단혈청을 안 보냈다.”라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질본은 허위 보도설명자료를 내서 국정감사를 하는 위원을 모독하고, 책임회피와 거짓변명으로 국민을 기만했다.”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복지부는 감사를 통해 진단혈청을 각 지역에 제대로 보내지 못한 허술한 행정처리 과정을 조사해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명백하게 밝히라.”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국정감사에 지적한 것을 피감기관이 사실관계가 아닌 것을 갖고 허위 보도설명자료를 낸 데 대해 위원회 차원의 엄중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정진엽 장관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균을 배양해서 어떤 균인지 밝혀내고, 큰 범주에서 알아낸 후 그 다음 분류시 진단혈청을 사용한다.”라며, “지적대로 당연히 진단혈청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데 현미경 검사에서 의심될 경우 질본이 보유 혈청을 당장 보낼 수 있다는 걸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도 “네 곳에 진단혈청이 없던 것은 우리가 잘못 했다. 미배포를 알고 며칠 후 조치를 취했다.”면서도, “콜레라가 의심되면 배양을 시작하고, PCR 검사를 통해 2~3일째 톡신을 가진 콜레라균임을 확인하면 확정이 되는 것이다. 잘못한 건 확실하지만, 진단에 차질이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필리핀, 태국 등에서 입국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이들 국가를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기석 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지카와 관련해 오염지역을 선포해 관리하는 경우가 없다.”라며, “하루에 동남아 입국자가 2만 5,00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전수 검사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공중보건의사가 4년만에 550명 감소했다면서,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만들어 지역의료를 맡기는데 복지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공부의 숫자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합리적으로 배치하려고 노력 중이고, 취약지 우선순위로 배치하고 있다.”라며, “공공보건의료대학교를 설립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는데,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교육할 때부터 공공의료 마인드를 가진 의료진을 배출해 전담하는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이 방안은 기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공공장학제도 등을 활용하려고 계획 중이다. 시도됐었다가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도를 잘 다듬어서 부활시킬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더민주 권미혁 의원은 “복지부 산하에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국가 공중보건 위기상화에 대응하고, 평상시 국민에게 필요하지만 민간제약사가 생산하지 않거나 너무 비싼 가격에 수입되는 약들을 공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정 장관은 “정부가 제약사 자체를 설립하는 것은 검토해봐야 겠지만,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직접 생산은 안 하더라도 제약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보건복지위는 오늘(27일) 복지부에 대한 국감을 이어간다. 특히 이날 국감에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수장이 면허별 직무범위와 관련,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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