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심평원의 전산시스템 중단 사태에서 멋진(?) 하모니를 연출했다.

심평원은 의사협회에 사전통보를 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의사협회는 서버 다운 횟수가 11번째라고 과장 발표를 한 것이다.

먼저, 심평원은 지난 5일 원주 전산실 장비에 이상이 생겨 전산시스템 서버를 내리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빈축을 샀다.

의사협회 등 유관기관에 유선으로 사전 공지를 했다고 밝혔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탄로난 것이다.

뒤늦게 심평원은 의약5단체가 참여하는 요양기관정보화지원협의회 밴드에 서비스 일시중단 안내문을 게시했을 뿐 정식으로 공지한 적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로 인해 의사들은 진료비 청구는 물론이고, 의약품안심서비스(DUR)를 확인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의사협회는 심평원이 거짓말을 했다며 공세에 나섰다. 사태 파악을 한 뒤 정식으로 사과를 요청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과연 의사협회가 큰소리를 칠 때인가? 심평원이 서버를 내린 시점은 지난 5일 오전 10시 50분이다. 심평원은 신규 장비 투입과 전산실 환기 등의 방법을 동원해 하루 뒤인 6일 오전 9시 20분경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하지만 서버용량이 커 전체 병ㆍ의원이 심평원의 전산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6일 오후 늦게까지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의사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왔다.

의사들은 무려 하루 하고도 반나절 가까이 영문도 모른 체 혼란을 겪었다.

의사협회는 이 기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미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 다수 언론에서 관련 소식을 보도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6일 오후 2시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발언까지 나왔다.

김주현 대변인은 “지금까지 서버가 다운된 게 11번째더라. 심평원은 항상 완벽한 전산체계를 이야기해 왔는데 다운되고 있다. 우리는 항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1번째 다운이 서버 전체 시스템의 다운을 의미하는지, 일부 시스템의 다운을 의미하는지 알려 달라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것까지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심평원은 전산시스템 전체가 다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요일을 이용해 서버를 내리고 전산시스템을 점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에는 사전에 알렸다고 한다.

의사협회는 서버 11번째 다운이라는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심평원의 주말 점검을 포함해 셈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경우 우리는 서버 다운이라고 부르지 않고 서버 점검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의사협회가 심평원의 사전 공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되돌아 봐야 한다.

의사협회에는 20여명의 상임이사들이 있다. 이들도 대부분 현장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전산시스템 중단으로 인한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협회에서 회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사태에서 심평원은 사전 공지를 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의사협회는 시스템 문제를 부각시켰다. 물론, 이번 사태는 심평원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의사협회도 의기양양할 필요는 없다. 큰 불편을 겪은 회원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할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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