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백혈병에 걸리면 사망한다고 봤지만,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성분 이매티닙)’이 개발된 후부터는 만성기 기준으로 기존 3~5년에서 25년으로 생존기간이 늘면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글리벡이 개발되기 전 만성골수성백혈병(CML)에 걸렸을 때는 인터페론 등으로 치료를 했으며, 이때 생존율은 60%에 불과했다. 반면, 2000년 타이로신키나이제 억제제(TKI)인 글리벡이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 2월 1일 일양약품의 ‘슈펙트(성분 라도티닙)’가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슈펙트는 2012년 1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승인 받은 국산신약 18호로, 당시에는 글리벡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으로 허가됐다.

앞서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일양약품은 1차 치료제 허가를 위해 처음 CML을 진단 받은 2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24곳의 대형병원에서 슈펙트와 글리벡 비교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슈펙트를 12개월 동안 투여한 환자군의 주요유전자반응(MMR)이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글리벡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슈펙트 300mg군의 12개월 누적 MMR이 52%, 400mg군이 46%로 글리벡군의 30%보다 높았다. 12개월째 MMR은 슈펙트 300mg군이 47%, 400mg군이 33%로 글리벡군의 25%보다 높았다.

MMR은 약효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BCR-ABL 유전자가 0.1% 이하일 때가 MMR이다. 즉, 12개월째 MMR에 도달했다면 약효가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양약품과 슈펙트에 대한 국내 판매계약을 체결한 대웅제약의 이승환PM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슈펙트 환자군에서도 300mg군이 400mg군보다 MMR이 높은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300mg과 400mg의 효과는 비슷했지만, 300mg의 이상반응이 적었다. 그래서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용량도 300mg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3개월째 MMR이 슈펙트 300mg군이 86%, 400mg군이 87%로 글리벡군의 71%보다 높았다.

이승환 PM은 “초기에 나타나는 강력한 효과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향후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3개월째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확인했으며, 임상적으로 슈펙트가 글리벡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에는 초기 3개월째 MMR에 도달한 후 2년 동안 약을 복용해 MMR을 유지할 수 있으면 이후에는 약을 중단해도 50%의 환자에서 CML이 발병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일상생활이 가능해서인지 최근에는 3개월째 MMR을 중시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또한, CML 환자의 90%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된다. 임상을 통해 12개월째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컴플리트 CyR의 수치를 확인한 결과, 슈펙트 300mg군이 91%, 400mg군이 82%로 글리벡군의 77%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혈액학적 이상반응의 경우, 슈펙트가 글리벡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적게 나타났다.

이 PM은 “슈펙트와 글리벡의 이상반응 패턴이 다르다. 글리벡을 처방 받고 이상반응 때문에 약을 바꿔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슈펙트로 바꿔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슈펙트를 처방 받은 환자에서 황달 등이 나타나거나 간수치가 올라간다면 잠깐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된 이후 매출이 급증하지는 않았다.

이 PM은 “항암제는 매출이 한번에 급증할 수 없다. 치료에 실패하지 않고서는 치료제를 함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신규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처방이 조금씩 늘고 있다. 급여확대 2개월째인 3월에는 월 처방액이 2억 7,000만원으로 약 2배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 신규환자가 350명에서 400명 발생하고 있다. 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데이터를 꾸준히 쌓는다면 타시그나나 스프라이셀 못지 않게 처방액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망했다.

이 PM은 CML 환자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치료옵션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PM은 “다른 치료제와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것보다, 국내 제약사가 항암제를 개발해 1차 치료제로 출시됐다는 데 사명감을 갖고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하고 완치될 수 있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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