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이사장 해임안 투표 후 개표를 하는 모습
강청희 이사장 해임안 투표 후 개표를 하는 모습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강청희 이사장을 해임하고, 새 이사장으로 김록권 의협 상근부회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의 적법성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는가 하면, 의사협회 이사가 조합 대의원을 협박했다는 폭로까지 나와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은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제4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강청희 이사장의 해임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참석대의원 28명 중 19명의 찬성으로 해임안이 가결됐다. 의결정족수는 재석대의원의 3분의 2인 19명이다.

강청희 이사장의 거취 논란은 유영구 대의원이 지난 19일 의협에서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조합 이사로 추천하는 공문이 왔지만 21일 열린 조합 운영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유영구 대의원은 공문의 효력은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며,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조합 이사로 추천할 것을 긴급 동의로 제안했다.

제청의견이 나오자 신민호 대의원과 박양동 대의원이 긴급동의안을 논의할 것인지 표결하고, 논의가 결정되면 찬반 토의 후 표결에 부쳐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영완 감사는 긴급동의안이 제안되고 제청이 있으면 의제로 성립되는 것은 맞지만, 앞서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를 조합 이사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이사로 받아들이면 정관 위반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합 정관 제11조제3항은 협회 추천이사는 상근부회장 1명, 추천이사 4명 등 5명으로 명시돼 있다.

유영구 대의원은 김해영 이사가 1번이 아니고 김록권 부회장이 1번이라며, 수를 부려 회의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이철호 대의원은 이미 법제이사가 조합이사로 들어왔으니 강청희 이사장이 문제가 되면 해임안을 상정해서 통과시키면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강청희 이사장은 “유영구 대의원이 공문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의협에서 온 공문은 이사장 귀중으로 오지 않았다. 또, 우리가 이사 추천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문을 반송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종률 이사는 “21일 임시이사회는 이사 3명과 감사가 요청했고 서명도 있다. 적법하게 개최돼 유효하다.”라고 주장했다.

장선문 의장은 “법제이사는 사임해서 보선했지만 강청희 이사장 대신에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추천하는 과정은 문제가 있다. 조합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는 결원이 발생했는지 이사회에서 의결한 후, 추천이 필요하면 해당 부서에 추천의뢰를 하고, 이사회로 추천이 들어오면 이를 정리해서 대의원회에서 최종 선출하도록 돼 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강청희 이사장은 “일단 현직 이사장 해임을 의결해 달라. 기꺼이 이자리를 떠날 각오가 있다.”라며, 자신의 해임 여부를 총회에서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광송 대의원이 “의협은 정관상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이사를 추천하게 돼 있기 때문에, 추천 자체가 원론적으로 취소됐으니 이사장 자격이 없다는 것이고, 강청희 이사장은 공제회와 의협은 비록 의협이 만들었지만 공제회는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양측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이사장이 불신임 표결을 요구했으니,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로 표결을 하자.”라고 제안했다.

강청희 이사장이 결의에 따르겠다고 답하자, 이번에는 유영구 대의원이 강청희 이사장이 해임되면 김록권 이사를 선출하는 절차를 곧바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형선 대의원은 “공제회가 만들어질 때 법적으로 의협에서 독립하므로 의협의 지휘에서 벗어날 염려가 있어서 상근부회장을 이사장으로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복지부의 반대로 정관에 넣지 못했다.”라며, “강청희 이사장이 해임 조건에 맞는 사항은 하나도 없다. 표결로 가면 부끄러운 일이니 휴회하고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주자.”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강청희 이사장은 “공제조합이 설립될 때 TF위원이었고, 발기인이었다.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은 대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싶다.”라며 거부했다.

결국, 유영구 대의원이 김록권 이사 추천안을 철회하고 이사장 해임안을 제안하자, 장선문 의장이 찬반 토의에 올렸다.

신민호 대의원은 “강청희 이사장이 의협 정총에서 재신임에 대해 판단을 요청해서 대의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김록권 신임 상근부회장이 인준됐다. 강 이사장은 본인이 말한대로 재신임을 받지 못했으니 물러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이철호 대의원은 “정관에 따르면, 대의원총회에서 임원을 해임할 수 있는 조건은 ‘조합 관련 법령 또는 조합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조합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직무 관련 회계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를 한 경우’에 의결을 통해 해임할 수 있다. 해임안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찬반 토의 후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해임안 표결에서 재석 28명 중 찬성 19명, 반대 9명으로 해임안이 의결됐다.

강청희 이사장은 자신의 해임이 확정된 직후 “오늘 대의원들이 결정해 준 사항은 조합원들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조합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거나 인사 부분에서 외압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그동안 저를 따르고 믿어준 직원들에 대한 피해는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법률적 조치를 하겠다. 물론 지켜진다면 깨끗하게 떠나겠다.”라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요즘 시간이 많아서 책을 보다보니 대문호의 한 글귀가 들어왔다. 사랑은 모든 이에게 하고, 믿음은 소수에게 주고, 해코지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라. 이 말씀을 드리면서 이 자리를 떠나겠다.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김록권 상근부회장의 조합 이사 추천의 경우, 일부 대의원이 의협으로부터 공문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통해 조합이사로 선출했다.

곧바로 김록권 이사는 이사 6명 전원 찬성으로 이사장으로 호선됐다.

김록권 신임 이사장은 “여러가지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모두가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한 여러가지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라며, “새로운 임무를 맡았으니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화합의 길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의협 박영부 재무이사가 대의원을 협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줬다.

박홍서 충북대의원은 “총회 하루 전 의협 재무이사에게 전화를 받았다. 의협에서 출자할 때 몇 억들어갔는데 그걸 빼면 공제회가 흔들린다고 이야기했다. 또, 오늘 투표는 기명투표해서 이름이 다 나올 테니까 조심하라고 했다.”라고 폭로했다.

박홍서 대의원은 “의협 재무이사는 조합 대의원이 아니다. 의협 재무이사가 대의원을 탄핵하거나 자를 수 있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박영부 의협 재무이사는 “몇몇 대의원에게 말한 건 사실이다. 각 직역에서 오신 분들은 친분 관계를 떠나서 각 직역의 대표성을 갖고 의사표시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라고 인정했다.

박영부 이사는 “무기명 투표가 아니고 기명 투표가 될 테니 유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협박을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떻게 감히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오늘 투표도 거수가 아니었다.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광송 대의원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도 말이 나왔으니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박영부 이사는 “박홍서 대의원에게 결례가 됐다면 사과드린다.”라면서도, “그러나 대의원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의견에 협박을 받은 대의원은 없었다고 본다.”라며 협박설을 부인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들은 이익잉여금 29억 3,892만 9,193원 처분의 건과 2015회계연도 결산 심의를 승인하고, 2016회계연도 예산(안)으로 지난해 123억 3,609만 7,000원보다, 2억 8,800만 3,000원 증가한 126억 2,410만원을 의결했다.

이날 조합 대의원들은 강청희 이사장을 해임하고 김록권 이사장을 새로 선출하는데 두시간 가까이 할애한 반면, 잉여금 처분 건, 2015회계년도 결산 건, 2016회계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 등 중요 안건 심의는 5분 만에 처리했다.

대의원들에게는 이사장 해임 외에는, 효율적인 조합 운영으로 회원에게 더 큰 혜택을 주려는 고민은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이용진 대의원이 제안한 법정관특위, 예결특위, 발전특위 등 세가지 특위 구성안이 받아들여진 것은 눈길을 끈다.

이용진 대의원은 지역의사회와 같은 기반이 없는 공제조합으로서는 대의원이 집행부를 도와야 한다며, 특위를 구성해 대의원이 참여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의원들은 특위 구성과 관련해, 예산 확보 및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이사회에서 마련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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