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의사협회 대변인 정례 브리핑이 마무리될 무렵 추무진 회장이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추 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분쟁조정 자동개시 범위를 ‘사망’, ‘한 달 이상 의식 불명’, ‘장애등급 1급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정한 의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추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비록 중상해 범위가 축소됐지만 원래 취지인 의료인과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조정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하고, “회원들의 우려가 많았던 만큼 통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를 충족 시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추 회장은 하루 뒤 의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최종 확정된 이후 일주일 가까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성명은커녕 흔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던 추 회장은 25일이 돼서야 상임이사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ㆍ령 대응 TF 구성’을 의결했다.

추 회장은 이 TF를 통해 분쟁 자동개시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해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하위법령에 담아 자율적인 분쟁 조정이라는 법취지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또,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TF에는 병원협회, 의학회, 개원의협의회, 의료배상공제조합도 참여할 예정이다.

의분법이 개정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추 회장은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사과는 빨랐고, 대응팀 구성은 한참이나 늦었다.

지난 25일 의협 정례 브리핑에서 회장의 대회원 사과를 묻는 질문에 대변인은 “회장님은 대책에 대해 신경쓰고 있지, 사과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법사위 후 출입기자 인터뷰에서 사과한 것을 대회원 사과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협 관계자의 말도 나왔다. 더이상의 사과는 필요없다는 말로 읽힌다.

하지만, 추 회장의 사과는 본회의가 끝난 후 회원을 대상으로 했어야 했다.

또, 본회의 종료 후 대응논리를 개발하겠다며 뒤늦게 TF를 구성한 것도 다소 생뚱맞다.

분쟁조정 절차의 자동개시 의무 조항을 담은 의분법 개정안은 지난 2014년 3월 오제세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곧바로 의료계에서는 분쟁조정 자동개시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의협은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이 기간동안 의료계의 의견을 취합해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어야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분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도 뒤늦게 대응논리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의협을 과연 누가 믿고 따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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