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19대 국회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오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로 향해 있다.

정치불신과 무관심, 정치혐오까지 불러 일으키는 국회의 작태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이번엔 혹시나 하고 기대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19대 국회도 개원 당시에는 18대 국회에 대한 반성과 함께, 쇄신을 다짐하며 시작했다.

2012년 5월 29일, 18대 국회 종료에 맞춰 19대 국회 여야 지도부는 한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로 18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반성하며 쇄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시작부터 원 구성을 놓고 삐걱대며 한 달 가까이 지각개원으로 출발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진상조사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다 150일간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4ㆍ13 총선 이후 여야 3당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자며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서로 통과를 원하는 법안들이 달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무쟁점법안만 처리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여야가 옥신각신하며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반복되기 일쑤였으며, 그러는 사이 자동폐기된 법률안은 1만건에 달한다.

19대 국회의원들은 발의된 법안 수도 대폭 증가해 그만큼 미처리 건수도 증가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으로 인한 양적 팽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마지막 본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19대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해 가슴이 아프다며,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고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감당하기에 솔직히 많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정 의장은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법안들도 ‘이념의 덫’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힌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당 지도부 주도로 전혀 연관이 없는 법안들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듯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의원 개개인과 상임위원회의 입법권은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시작됐다. 3당 대표가 국회법에 따라 다음달 7일까지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9일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다.

국회법상으로는 임기 개시 후 7일째 되는 날 임시회를 열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6월 5일이 20대 국회 첫 개원일이 되지만, 이번에는 5일과 6일 모두 휴일이라 7일이 개원일이 된다.

법 대로라면 7일에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3일 이내에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는 쇠고기 파동 여파로 7월 11일이 돼서야 개원식이 열렸고, 19대 국회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원 구성에서 대립하면서 개원식은 7월 2일 치러졌다.

입법기관이 시작부터 법을 어겨온 셈인데, 20대 국회만큼은 지각 개원의 악습을 끊고 법정 시한 내에 원구성을 마쳐 ‘합법적인’ 시작을 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