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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능력에 맞는 치료만 해야죠”[생생인터뷰]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6.01.18 6:12

대다수 의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이 정의롭지 않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다. 일부는 대정부 투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부는 대화를 통한 설득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들은 정부가 정하는 제도와 정책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의료윤리야말로 의료제도를 개혁하고 잠자는 동료 의사들을 깨우는 개혁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이명진 전 회장을 만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의료윤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매년 찾아뵙겠다고 약속하곤 했는데 이제야 왔습니다.

이명진 전 회장: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윤리연구회 창립총회가 2010년 9월이었으니 벌써 횟수로 7년째입니다. 의료윤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명진 전 회장: 2000년도 이후 대한민국의사들은 한정된 의료자원과 여러 가지 정의롭지 못한 의료정책으로 애를 태워왔어요.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억울한 의료 환경과 비난을 받을 때 마다 많이 답답했습니다. 특히, 진료현장에서 접하는 프로포폴 남용, 리베이트, 성범죄 등 윤리적인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의사들이 누려왔던 황금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힘든 가시밭길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어려운 처지가 되었는지 마음이 답답하고 분노만 가득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명진 전 회장: 의사들은 잘못된 의료제도 때문에 의사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도록 내몰렸다고 항변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시선뿐이었어요. 대한민국 의사들에게는 희망은 없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고민 끝에 답을 찾으셨군요?

이명진 전 회장: 깊은 고민 끝에 한 줄기 빛을 보았습니다. 남을 이해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내고 그 원인에 따라 부족한 것을 고쳐가야 한다는 해답을 의료윤리에서 찾았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의료제도를 개혁하고 잠자는 동료 의사들을 깨우는 개혁의 열쇠가 의료윤리라고 믿었기에 시작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연구회에 참여하는 회원은 몇 명인가요?

이명진 전 회장: 연구회 모임은 지금까지 52차례 진행했습니다. 회원은 단체회원과 개인회원이 있는데 개인회원은 약 30여명이고, 단체회원은 다섯 단체가 참여하고 있어요. 실제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15명에서 25명 정도입니다. 온라인 회원은 페이스북의 경우 2,300명을 넘어요.

장영식 기자: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지요?

이명진 전 회장: 회원들은 의사, 치과의사, 보건의료 관련 인사, 변호사, 정치가, 언론인등 다양합니다.

장영식 기자: 연구회 활동의 의미에 대해 말해 주세요.

이명진 전 회장: 내부적으로 동료들에게는 의료윤리에 대한 거부감이나 인식을 줄이거나 변화시킨 일이고, 외부적으로는 그 동안 의사들이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고 타율로 끌려다니다가 이제는 전문가답게 스스로 윤리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면 자율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장영식 기자: 연구회 활동이 횟수로 7년째입니다.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다고 보나요? 참여자가 답보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지요?

이명진 전 회장: 생각보다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경우도 Percival이 1803년에 ‘의료윤리’를 발간했을 때, 왕실의사들은 ‘신사는 명문화된 윤리기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냉대하고, 평민의사들은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외면했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우리나라도 의료윤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이명진 전 회장: 우리나라도 비슷했고 지금도 그런 정서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 백년에 걸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빠르게 흡수되고 잘 발전시키는 근면한 국민성이 있어서 그런지 의료윤리에 대한 시각도 빨리 이루어지고 있어요. 회원의 참여자 수보다도 글과 윤리강의, 기사 등을 통한 교육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들이 생명이나 의료윤리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나요?

이명진 전 회장: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교육을 받을 기회나 접할 기회가 적었고 의사협회가 전문가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 하고 방황한 시간들이 결국 회원들에게 짐이 된 부분이 있어요.

장영식 기자: 그동안 연구회 활동을 해오면서 진료실 내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햇으리라 보는데, 해법이 있을까요?
 
이명진 전 회장: 진료실 내 성추행은 외국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어떻게 방지하고 해결하는 냐가 전문가의 몫이죠. 스스로 나서야 하는 데 의사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연구회에서 2010년부터 강하게 샤프롱제도를 포함한 진찰실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주문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해 환연에서 법으로 샤프롱제도를 도입하자는 타율적 간섭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지 않습니까?

장영식 기자: 인공임신중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명진 전 회장: 인공임신중절은 피하지 못 할 경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급진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수용해 생명경시 사상에 휩쓸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낙태는 산부인과 의사를 감독한다고 줄지 않습니다. 낙태를 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의사들 사이에서 혈액정화요법이 논란이 됐을 때 분개하셨죠?

이명진 전 회장: 혈액정화요법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 단체의 전문성과 전문직 윤리가 필요한 겁니다. 만약 이런 황당한 시술을 자신의 자녀나 가족에게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의사가 하는 행위가 다 의술이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모든 치료와 검사는 검증된 것이어야 하고, 목적과 효과, 시술방법의 안정성, 적용범위(indication), 이해상충(COI)의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는 의사가 먼저 발견하고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뇌병변 장애가 있는 다나의원 원장 사례처럼 장애를 가진 의사가 진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안전을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이명진 전 회장: 면허관리는 3가지 형태로 관리합니다. 연수교육을 통한 의사의 질관리, 진료수행 능력 평가 관리, 의사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의사의 징계와 관리 등 세 가지 관리 기능 중 현재 우리나라는 연수평점 취득을 통한 질관리와 아동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성법죄 의사의 의사면허 10년 정지 두 가지 기능만 작동하고 있고, 진료수행능력에 대한 평가와 관리는 안 되고 있죠.

장영식 기자: 진료수행능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이명진 전 회장: 네, 그렇습니다.

장영식 기자: 미디어의 의학지식에 대한 무차별적 분배, 의사를 불신하고 닥터쇼핑에 나서는 상황 등 의사-환자 관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명진 전 회장: 의사단체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알리고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의사가 가진 사회적 책무의 하나입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의 면허 관리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요?

이명진 전 회장: 대표적인 선진국의 면허관리기구는 영국의 GMC, 미국의 주면허국, 캐나다의 의사회 등으로 이들은 면허관리를 정부가 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공공단체를 설립해 면허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의사면허라는 전문분야는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민간단체에 위임하지는 않는데 이는 민간단체에 전적으로 위임할 때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주관하게 되면 일종의 통치권력으로 퇴색할 가능성이 있고, 합리적인 정책이 아닌 정치적인 도구로 왜곡돼 이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아니고, 민간단체도 아닌 공공단체를 설립해 면허를 관리합니다.

장영식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이명진 전 회장: 구성부터 말하면, 미국 주면허국의 경우 약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고, 이중 1/3~1/2은 정부관리, 법률가, 성직자, 시민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위원은 해당과목의 전문의 및 의료윤리 전문가로 구성해 공정성과 전문성,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위원 중 절반 가량은 비의료인이 차지해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나요?

이명진 전 회장: 연수평점 취득을 신고하게 해서 질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캐나다의 경우 연간 50점 가량 평점을 취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상 연간 8점으로 아주 적은 평점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체검사 결과를 기록해 제출하게 하고, 뇌손상이나 기타 감염병 등을 기록하게 해 진료수행 능력을 평가하고 관리합니다. 또한, 비윤리적인 범죄사실을 확인해 징계합니다.

장영식 기자: 어떤 방식으로 징계하나요?

이명진 전 회장: 징계 방법은 다양합니다. 벌금, 윤리교육이수명령, 정신감점, 성범죄 예방교육, 동료에 의한 평가, 면허정지, 면허 박탈 등입니다.

장영식 기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요구는 윤리적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명진 전 회장: (한의사들이) 진정 환자를 위하는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 생각해보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자동차 면허를 가진 사람이 비행기를 몰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비행기를 몰고 싶으면 항공대학에 가서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항공사 면허증을 따면 되는 거죠.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항공대학에 가서 항공면허를 딸 수 있도록 길이 열려 있습니다. 사회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떼를 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를 위하는 의사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의사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하고, 도와주려는 선의가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 및 직역의사회와 의료윤리에 대해 진행하는 공동사업이 있나요?

이명진 전 회장: 의사협회로부터 윤리특강의 주제 선정과 연자를 추천해 줄 것을 의뢰받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사회를 제외하고는 의료윤리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말로는 윤리윤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회원을 대상으로 윤리강의를 개설해서 제공하는 지역의사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여러 학회나 종합병원 의국 등에서 윤리강의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장영식 기자: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꾸기 위해 의사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의사들이 말하는 투쟁에 대해 의료윤리적으로 접근해 본 적이 있는지요?

이명진 전 회장: 국민은 의사를 볼 때 실력보다는 윤리적인 면을 봅니다. 국민의 대변자가 돼야 합니다. 지난 메르스 사태는 의료개혁을 하기에 대단히 좋은 기회였지만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압니다. 지역의사회나 직역의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요?

이명진 전 회장: 서울 금천구 보험이사, 서울시 정책이사를 했었죠. 2000년 투쟁시 2001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대회 때 야외에서 사회를 보며 집회를 이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은 제가 대개협 공보이사로 있을 때 의협과 조율해 만든 작품입니다. 당시 담당 기획이사가 고대 흉부외과 이인성 교수였고 박윤형 정책이사가 함께 참여했어요. 2005년에는 정기대의원회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어요.

장영식 기자: 의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다면요?

이명진 전 회장: 외부적으로는 의료정책 최고위과정과 의료윤리연구회를 만든 것이 가장 보람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지난 2011년에 최연소 의사평론가로 이름을 올린 일입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진 전 회장: 의료윤리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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