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계속 대립각을 세우며 12월 임시국회가 공전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번 달 들어 여덟 차례나 만났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고, 그 사이 상임위원회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며 12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됐다.

보다 못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4일 여야 의원들에게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을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모든 법안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라고 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지난 29일에도 여야 원내 지도부가 만나 쟁점법안 처리와 30일 법사위 및 31일 본회의 개최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처럼 여야가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 논의에 함몰된 사이 의료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의료계의 숙원인 공소시효법과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각각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여야의 대립으로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발의된지 2년이 넘어서야 처음 심사대에 오른 공소시효법의 경우 여야 법안심사소위원들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 측면이나 처벌의 효과성 여부 차원에서 현재의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복병은 보건복지부였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시효기간을 법안대로 5년으로만 하지 말고, 사안에 따라 5년과 7년으로 나누자고 주장했다.

복지위 법안소위에 이 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한 차례 제출했으나 일부 위원이 반발했고 다시 수정안을 만들어오기로 한 이후 소식이 없는 상태다.

국회 공전과 별개로, 상임위가 열린다고 해도 복지부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이렇게 질질 끌다가 내년 5월 19대 국회 만료와 동시에 자동폐기 되기만 기다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당초 내용이 대폭 수정되긴 했지만,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의견까지 반영해 힘들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의료법의 다른 조항인 미용ㆍ성형 의료광고법에 발목이 잡혀 계류중이다. 법사위원들은 의료광고법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하겠다며 회부한 상황인데, 이번 임시국회에 법사위 법안소위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의료계가 염원하고, 여야의 이견도 없는 법안들이 내년이면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20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국회의원들이 법안 심사와 통과에 성실히 임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라는 본분을 잊지말고 남은 임시국회라도 법안심사에 성실히 임해야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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