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특별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의료계 내부에서 다른 평가가 나온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앞으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수 조항이 수정되거나 삭제되면서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 됐다는 부정적인 평가 말이다.

전공의특별법 원안과 수정안을 비교해 보면 상당 부분에서 후퇴한 건 맞다. 기운 헌 옷을 뜻하는 누더기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전공의특별법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제정된 조항만큼이나 현재 의료환경과 전공의의 근무 여건을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병원들은 낮은 수가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 가능한 전공의를 적극 활용했다. 말이 저렴한 비용이지 사실상 노동력 착취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말이다.

전공의협의회의 통계에 따르면 다수 전공의들이 일주일 동안 120시간에서 150시간을 근무한다고 한다. 일주일이 168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살인적인 근무 시간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은 꾸준히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의 미온적 태도와 병원협회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주위 여건 때문에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근무환경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적었다. 또, 이러한 시각은 다수 기성의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김용익의원실과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3월 국회에서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을 때의 반응에서 확인된다.

공청회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의협회장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과론이지만 의사협회가 선거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청회와 기자회견을 연달아 강행하지 않았다면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누더기라는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법안이라고까지 폄하한다.

하지만 이해 관계가 얽힌 법안이 제정될 때 원안이 수정되고, 병합되고, 삭제되는 일은 허다하다. 제정 당시부터 완벽한 법은 없다.

전공의특별법의 정식 명칭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다. 법률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의료계의 역할은 이 법률이 입법 목적대로 작동하도록 감시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보완해 나가는 일이다. 본경기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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