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대두된 보건당국의 조직개편 문제가 용두사미 격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산하로 유지하면서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8일 복지부 주최로 열린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서 교수의 발표안은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연구 결과인 만큼,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안, 질본 독립청 승격안, 복수차관 도입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질본을 차관급 기관으로 승격시키되, 청으로 독립시키지는 않고 복지부 안에 계속 존속시키는 절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독자적 인사권과 예산권을 줘 자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복지부 산하에 있는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이 된다고 해서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복지부가 조직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영역 방어이자 기득권 지키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가 컨트롤타워 부재라 질본의 전문화와 권한 일원화가 강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질본의 독립을 막고 있는 꼴이다.

질본이 청으로 독립할 경우 위기 발생 시 타 부처와 지자체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해 보인다.

복지부는 서 교수가 제안한 안을 토대로 다음달 초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를 계속 산하에 두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내놓는다면 복지부는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늬만 개편하는 식으로 서둘러 진행하다가는 향후 같은 과오를 반복할 수 있음을 복지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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