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소의 기능을 분명히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질병의 관리와 예방에 치중해야 하는 보건소가 진료에 치중하면서 개원가와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본연의 업무에 치중하라는 다소 원론적인 요구를 해온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염병 예방은 물론이고, 정신질환, 성, 중독, 폭력 등 보건소의 업무를 명확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숙희 화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김숙희 회장: 네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벌써 취임한 지 100일이 다가오네요.

김숙희 회장: 시간이 참 빠르네요.

장영식 기자: 최근 보건소의 기능을 명확하게 짚겠다고 공언했죠?

김숙희 회장: 보건소의 역할은 질병의 관리와 예방입니다. 잘 지켜지지 않고 있죠.

장영식 기자: 의료계에서 매번 지적해 왔는데도 별 다른 진척이 없던데요.

김숙희 회장: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짚어주려고 합니다. 조만간 서울시의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주제는 감염병 대응체계를 위한 공청회이고, 지역 보건법 개정을 통한 보건소 기능 개편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이번엔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면서요?

김숙희 회장: 회장이 되고 나서 보건소만큼은 제대로 된 역할 정립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보건소의 업무에 대해 정리해 봤더니 보건소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메르스뿐만 아니라, 사스나 신종플루 때에도 보건소의 역할이 크다고 보기 어렵더군요.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이 협조를 했죠.

장영식 기자: 보건소는 어떤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김숙희 회장: 감염병예방은 당연하고, 정신보건 관한 사항도 있고 가정이나 사회복지시설 방문해서 행하는 보건의료 사업도 있어요. 보건의료 향상증진, 이에 대한 연구에 대한 사업, 마약, 중독, 폭력에 대한 것도 있죠. 특히 경찰청에서 근절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은 보건소와 연계하면 효과가 클 겁니다. 또, 중독에는 사이버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금연 등이 있고, 자살예방도 정신보건에 들어갈 수 있어요. 현재 각종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예산은 받아 주도하고 있는데, 보건소와 연계하면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보건소 관할 문제도 논의하나요?

김숙희 회장: 현재 지차제가 관할하는 보건소를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면 질병의 관리와 예방에 치중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논의합니다. 다만, 복지부 산하가 된다고 해도 장단점은 있을 겁니다.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장영식 기자: 회장님이 지적한 사항을 보건소가 해주길 많은 의사들이 바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화될지는 의문입니다.

김숙희 회장: 보건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동네의원과 경쟁하고 있어요. 동네의원은 민간자본이 투입된 것이고, 보건소는 세금이 투입된 것이니 경쟁이 있어선 안됩니다. 예를 들어 영세한 음식점이 있는데 그 옆에 국민의 세금으로 음식점을 내서 영세한 음식점과 경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쪽은 시설을 더 좋게하고, 값을 싸게 받는다면요?

장영식 기자: 당연히 경쟁이 안되겠죠.

김숙희 회장: 민간의료기관은 벌어서 세금을 냅니다. 보건소는 그 세금으로 운영되죠. 일반진료를 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를 하는 겁니다. 보건소는 덤핑을 하고 건보공단에 청구를 합니다. 서울시나 지자체에서는 보건소의 청구액이 적다고 하지만 상징적인 겁니다. 보건소가 일반진료를 해선 안 됩니다. 보건소 주변에는 병ㆍ의원이 거의 없어요. 왜 없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보건소가 오랫동안 일반진료를 해오다보니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요.

김숙희 회장: 일반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건 핑계입니다. 바우처를 하면 되잖아요. 독감접종처럼 일반 병의원으로 갈 수 있는 바우처를 발급하면 됩니다. 국가예방접종으로 바뀌어서 비용은 싸지만 각 구별로 바우처식으로 해서 독감접종을 시행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할 수 있고, 병의원들과 협조체제로 갈 수 있어요.

장영식 기자: 메르스 사태 후 보건복지부에서 일반진료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대부분의 보건소가 일반진료를 멈추지 않았죠?

김숙희 회장: 복지부가 명령을 한 것은 아니고, 일반진료를 하지 말라고 권장을 한 거죠. 메르스에 대한 선별진료에 집중하라고 얘기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25개 구중 4개 구 외에는 모두 일반진료를 계속 했어요. 하지만 4개 구만 메르스 환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고 나머지는 아니었어요. 서울시에 항의했던니 메르스 환자가 와봤자 보건소 당 하루에 3~4명 밖에 안 온다는 겁니다. 나머지는 워낙에 하던 일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보건소의 업무가 너무 없어서 진료를 한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보건소는 중소병원 수준으로 역량은 많이 갖춰져 있어요. 그런데도 일반진료를 하지 말라고 하면 할게 없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나요? 우리는 보건소의 역할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겠습니다. 개인적인 질문 좀 드릴게요. 개원은 언제 했나요?

김숙희 회장: 1990년에 했으니 25년쯤 됐어요. 최근까지 혼자 진료했는데, 지난해부터 다른 분과 함께 진료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가 있나요?

김숙희 회장: 지난해 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어요. 복합골절이 와서 한달 간 휠체어를 타고 다녔고, 한 달은 목발을 짚었어요. 그래서 선생님 한 분을 모셨죠.

장영식 기자: 지금도 진료는 하시죠?

김숙희 회장: 토요일 오전에만 병원에 나가요. 환자를 보고, 직원들의 이야기도 들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시의사회에서 근무합니다.

장영식 기자: 개원 당시 의료환경과 지금 의료환경은 많이 다르죠?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김숙희 회장: 1990년에는 간호보조를 하는 조무사하고 둘이 분만도 하고 이런저런 수술을 했어요. 그때는 환자들이 의사만 보고 시설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경쟁체제로 가다보니까 시설을 화려하게 하죠. 투자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오지 않아요.

장영식 기자: 시설이 병원을 다시 찾게되는 중요한 조건이 됐죠.

김숙희 회장: 그때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좋았어요. 그런 부분을 더 우선했죠. 시설은 문제가 안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위에 시설투자를 많이 한 큰 병원이 들어오더니 수가를 싸게 받기 시작하는 겁니다. 싸게 많이 보는 과다 경쟁이 일어났죠. 그러다가 의약분업이 된 후 환자수 자체는 늘었는데, 진료비가 오르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거죠.

장영식 기자: 주말진료에 야간진료까지 의사들의 삶이 너무 팍팍한 것 같아요.

김숙희 회장: 이런 이야기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의사는 중산층보다 소득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환자 진료에도 그 여유가 반영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장영식 기자: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김숙희 회장; 개업 초기였을 거에요. 한 번은 어떤 산모가 출산을 하는데 출혈이 너무 심해서 종합병원에 데려가려고 앰뷸런스를 불렀어요. 병원을 연지 얼마 안됐기 때문인지 가슴이 막 뛰는 거에요. 그런데 정신없이 앉아있으니까 산모가 내 손을 꼭 잡고 “선생님 나 죽지 않으니까 너무 떨지 마세요.”라고 하는 거에요.

장영식 기자: 많이 떠셨나 봐요?

김숙희 회장: 그 말을 들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래서 그 산모 손을 잡고 절대 죽지 않으니까 걱정 말고 날 믿으라고 말했어요. 다행히 수술이 잘 됐어요. 지금 같으면 아마 소송을 당했을 겁니다. 그 환자는 퇴원 후에도 종종 연락도 하고 아이 사진도 보내주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의사회 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김숙희 회장: 여자의사회가 처음이에요. 주양자 회장일 때 상임이사로 들어갔는데 아마 1984년도 였을 겁니다. 당시 상임이사 중 가장 어렸는데 벌써 30년이 지났네요.

장영식 기자: 여자의사회 일은 지금까지 계속 해오셨죠?

김숙희 회장: 여자의사회에서는 꾸준히 활동해 왔죠. 의약분업 때는 관악구의사회 의쟁투 부위원장을 맡았고, 그 뒤로 관악구에서 의사회 일을 계속해 왔어요. 장동익 회장 때 정책이사를 맡아 의사협회 회무에 참여했고, 그 이후 관악구의사회장, 의학회 홍보이사도 맡았죠.

장영식 기자: 수가협상 이야기도 나눠 보죠. 수가협상단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요?

김숙희 회장: 아마 4월초였을 거에요. 서울시의사회장이 되고 난 직후 추무진 회장에게서 단장을 맡아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추 회장 말로는 관례적으로 의협 부회장이 단장을 맡는다는 거에요. 그때만 해도 의협 임원진 구성이 완전히 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적임자가 저라는 겁니다. 알아보니 임수흠 전 서울시의사회장도 수가협상 단장을 맡은 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수락했죠.

장영식 기자: 주위에서 반대하지 않았나요?

김숙희 회장: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어요. 잘해야 본전이라거나, 시작하자마자 회원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어요. 올해 수가 협상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수가협상에 대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장영식 기자: 올해 수가협상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 평이 많습니다.

김숙희 회장: 수가협상은 정해진 폭에서 늘어나지 않아요. 밴드폭이 정해진 상태에서 나눠먹기를 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컸어요. 우리는 건보재정 흑자를 강조했지만, 보험자 쪽에서는 6개월 분의 적립금 밖에 안된다고 선을 그었어요.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도 하고요. 3.0%에서 0.1%를 더 얻고 싶었는데 그게 아쉬웠어요.

장영식 기자: 다음에도 수가협상단장을 맡을 의향이 있나요?

김숙희 회장: 수가협상단 해단식에서 추무진 회장에게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했어요. 의원 입장에서 수가협상을 한다는 게 아무래도 면이 안 선다고 생각해요. 서울시의사회에 40개 특별분회가 있고, 병원에 있는 의사들도 서울시의사회 회원인데 의협 협상대표라고 하더라도 의원수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 보기에 마음이 불편했어요. 의원수가는 의협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장영식 기자: 의원수가 협상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나서야 한다는 건가요?

김숙희 회장: 의협이 의원만 대표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문제가 있잖아요. 차라리 대개협에서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의협이 손을 떼는 것도 좀 이상하죠. 무엇보다 보험 전문가를 키워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보험부회장이 없는데 다른 의료단체처럼 보험부회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지역의사회의 역할에 대해서 한말씀 해주시죠.

김숙희 회장: 지역의사회는 지역 회원의 권익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의협을 도와줘야 하죠. 하지만 의협이 먼저 지역의사회를 하나로 끌어모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봐요. 시도의사회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정책적 대안, 정부에 대한 대안, 실행능력, 행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시도의사회장단에서는 가능하면 도와주고 협조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부에서 지적할 겁니다. 다만, 내부의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반기지 않아요.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죠.

장영식 기자: 요즘 한의사의 영역 침범 시도가 빈번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숙희 회장: 한의사 문제는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한의사는 한의사의 길을 가야 합니다. 한의사 회장을 만났을 때도 그런 말을 했어요. 한의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신비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한의사들이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따로 만들어서 개별 면허를 주는 이유를 생각해 봤으면 해요,

장영식 기자: 의사단체는 회원의 권익과 국민 건강 사이에 딜레마가 있죠?

김숙희 회장: 그 점이 아이러니한 점이에요. 의사단체는 회원 권익을 생각 안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의사의 의무를 봤을 땐 국민 건강, 치료라는 목적도 버릴 수 없어요. 정부와 의사, 국민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정책이 앞으로 계속 논의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상태가 이어지면 의료는 망가질 겁니다.

장영식 기자: 요즘 의사협회를 보고 너무 얌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숙희 회장: 지금은 투쟁을 할 시기라고 봐요. 메르스 사태를 보면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는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합니다. 보상문제도 중요하지만 보상은 보상대로 가더라도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의사단체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체제로 가야해요. 이 체제로 가지 않는다면 투쟁을 통해서라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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