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는 그 동안 줄곧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의원의 어려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 진짜 이유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규제기요틴에 포함된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과제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다급해진 한의협은 지난 18일 경제단체와 공동기자회견을 하며 스스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불순함(?)을 확인해 줬다.

이날 한의협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오호석 총회장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중소 영세의료기기 업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고사하고 있는 골목상권도 활로를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필건 한의협회장도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면 국민의 건강증진은 물론, 침체에 빠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통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며, 한의사가 엑스레이, 초음파 등을 쓸 수 있게 되면 2018년 약 1조 964억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구체적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한의원 약 1만 5,000여개에 혈액검사기, 소변검사기, 초음파진단기, 엑스레이 등이 각각 30~70% 공급될 경우를 계산한 것이다.

한의협은 이 네개의 의료기기 보급만으로도 2018년 약 1조 964억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2013년 국내의료기기 총 시장규모인 4조 6,309억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국민건강을 내세우지만, 이 같은 셈법으로 결국 그 의미가 퇴색됐다. 한의협의 주장대로 1조원대 시장의 경제활성화가 된다고 해도 국민건강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엑스레이를 한의원에 몇 대 팔아 얼마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식의 주장은 역효과만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전문가들이 논의해야 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중소기업중앙회가 규제 기요틴의 일환으로 건의하고, 경제단체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가 지지하는 모양새는 이 같은 역효과를 더욱 부추긴다.

이날 한의협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자영업자 또는 전문직 종사자 등 일정한 조직을 갖춰 국가로부터 승인된 단체 등 260여개 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한의협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경제단체의 연관성을 묻는 질의에 오호석 총회장은 한의협도 회원사이므로 보호를 하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이지만 의사협회가 회원사로 가입하면 그 때는 어떤 주장을 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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