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포커스
기사인기도
의료인 폭행방지법, 빛 볼까23일 복지위 법안소위 통과…환자단체 의견 대폭 반영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5.04.25 6:10

대학병원에서 수술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의사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 정신과 진료 중 환자에게 등산용 칼로 복부를 찔려 수술한 의사 등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폭언ㆍ폭행에 시달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인을 폭행ㆍ협박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지난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환자시민단체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8년만인 지난 23일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으며 법제화에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당초 법안에서 적용 대상 및 반의사불벌죄 적용 등 대폭 수정 의결돼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의 숙원이었던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걸어온 길을 정리해 봤다.

   
▲지난 2013년 2월 정신과 진료 중 환자에게 등산용 칼로 복부를 찔려 수술을 받은 김 모 원장과 병문안 중인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18대 국회, 본격 논의 시작했지만...
의료인 폭행방지와 관련한 입법화 논의 시작은 제17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정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ㆍ협박하는 행위 ▲의료기기 등 의료기관의 시설을 파괴ㆍ손괴하는 행위 ▲의료기관을 점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전현희 의원

이후 18대 국회에서는 2008년 11월 새누리당 임두성 의원과 2009년 12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ㆍ협박하거나 의료기관의 기물 등을 파괴하고 시설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료를 방해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처음으로 국회에서 본격 논의됐다.

그러나 상임위 법안소위까지 통과한 법을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처리를 미루다가, 결국 해당 조항을 삭제하며 법제화가 무산됐다.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010년 4월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6월 28일 개최한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환자ㆍ시민단체의 반발로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한 경우’로 수정해 의결했음에도 상임위 최종 문턱을 결국 넘지 못한 것이다.

법안이 발의된 후 형법상 폭행 또는 협박죄보다 처벌이 중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공소제기가 가능해 시민단체와 환자들의 반발을 샀고,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자 복지위가 법안처리에 부담을 느껴 상정을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6월 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의 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나 환자 가족들을 잠재적 중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응보적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6월 25일 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 및 환자단체는 의료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공동명의로 국회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건의서에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 협박 시 대통령보다 가혹하게 처벌하는 형벌규정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환자권리를 침해하고 의사 권위주의를 고착화시키는 이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계는 국회에 가중처벌 규정신설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사나 병원의 불친절, 불충분한 설명, 반말, 면담회피, 의료사고 등 환자의 불만이나 민원사항을 해결하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결국 2011년 3월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병합 심사된 의료법 개정안 중 면허갱신제, 회원 자율징계요구권만 통과되고, 응급실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19대 국회서도 시민단체 반발에 표류
제19대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며 의료계의 기대를 받았다.

   
▲이학영 의원

이학영 의원은 2012년 12월 3일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 ‘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 조항’에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를 추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가 이뤄지는 의료기관은 어떤 곳보다 업무수행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의료시설을 부수고 병원을 점거하는 등의 난동은 점점 심각해지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하며, “의료인들의 진료행위는 환자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는 문제인 만큼, 의료인들에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환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이후 2013년 12월 18일 복지위 법안소위 위원들은 해당 법안을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수정안으로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수정안은 ‘의료행위 중’을 ‘환자를 진료, 간호 또는 조산 중인 경우’로 변경하고, 의료인 뿐 아니라 진료업무에 종사하는 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를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하루 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또 다시 “대한민국 환자와 국민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충격적인 개정안”이라고 비판하며, 개정안을 부결시키거나 재심의하라고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법안소위 일부 위원들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결국 의결절차를 통과하지 못 하고 의사폭행방지법은 다음 회기로 미뤄졌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로 합류하며 법안을 발의한 이학영 의원은 정무위원회로 자리를 옮겼고, 의료인 폭행방지법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가 됐다.

▽해결사로 나선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
이후 이학영 의원의 개정안에도 아쉬움을 드러내며,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또 다시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인숙 의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4일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가 이루어지는 장소로서 업무수행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해당 의료인 뿐만 아니라 환자도 피해를 받게 된다.”라며, “의료인 등에 대한 폭행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의료인의 진료권 및 환자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박 의원실은 이학영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한 것을 의료기관의 기물 파손 및 점거행위 등과 같은 수위의 처벌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하면 환자에게도 제3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분리해서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처벌 수위를 이학영 의원의 5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에는 벌금형을 빼고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만 명시했다.

또한 박 의원실은 환자단체가 제안한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도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진 경우 처벌을 경감하거나 하지 않는 것인데, 화해 차원에서 필요할 수도 있지만 피해 당사자가 다수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며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진료를 방해할 경우 진료 중이던 의사 뿐 아니라, 진료를 받던 환자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폭행한 당사자가 누구와 합의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이 법안은 의료인만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료현장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의료인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호를 하자는 취지여서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의료행위 안전성 담보가 가장 중요하므로 환자단체가 협의하자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미흡한 부분도 듣고 조정해 볼 생각은 있지만,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자는 주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2014년 11월 19일 복지위 법안소위에 이학영 의원과 박인숙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각각 78번과 80번에 상정됐지만 논의되지 못 했다.

▽진료실안전법으로 대폭 변경돼 소위 통과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지난 23일,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지 8년 만에 상임위 소위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그 대상에 진료를 받는 사람도 포함되고 반의사불벌죄까지 적용되는 등 내용이 대폭 수정됐으며, 특히 이 같은 수정안 내용은 환자단체가 주장한 의견 대부분이 반영된 모양새다.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내용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의료기사, 간호조무사 포함) 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ㆍ협박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내의 벌금을 처할 수 있으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학영 의원이 2012년 12월 3일 발의한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내의 벌금을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내용이나, 박인숙 의원이 2013년 12월 4일 발의한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개정안과 비교해 볼 때 그 대상이 환자까지 확대됐고, 두 개정안 모두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하지 않던 것에서 포함되는 걸로 바뀌었다.

특히 그 동안 ‘의료인 폭행방지법’으로 불리던 이 법안은 환자단체가 ‘의사특권법’이자 과잉입법이며, 환자 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오다가 최근 수정의견을 제시한 바 있으며, 수정안에는 이 같은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 대표 안기종)는 지난 3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개정안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에서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해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로 수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수정안은 ‘의료기관 내’를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로 보다 포괄적으로 명시한 것 이외에는 환연의 의견을 모두 받아 들였다.

   
▲지난 3월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환자단체연합회

▽의협과 환연 모두 환영하지만…
이번 소위 통과에 대해 의사협회와 환자단체연합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이번 의료법 개정안 통과는 의료인과 환자를 위한 안정적 진료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창원 모 병원소속 의사에 대한 환자 보호자의 무차별적인 폭행사건 등 매년 의사에 대한 심각한 폭행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의료인 폭행을 막을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안전한 진료환경을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의사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은 “최근 진료현장에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 협박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인과 환자 안전을 보장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는 안정적 진료환경을 위해 노력해 왔다.”라며, “의료인폭행방지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돼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기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가 ‘의료인 특권법’을 ‘진료실 안전법’으로 수정 의결한 것에 대해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환연은 특히 “보호대상을 ‘의료인’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진료 받는 환자’도 포함시킨 것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며, “환자단체는 앞으로 의료계와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진료실에서 폭행ㆍ협박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 형성에 매진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의사협회와 환자단체연합 모두 환영의 입장을 내놨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당초 진료현장의 의료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와 대폭 달라져 아쉽다는 반응도 나와 법제화가 이뤄져도 이에 대한 의사들의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미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주요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