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총회장에 치과의사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신 전 정책이사. 그는 임총 직후 ‘치과의사가 보는 의사들의 투쟁’을 주제로 강연했다. 송명제 대전협 회장은 같은 의료인이면서 다른 직역 인사가 의사들의 투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는지 궁금해 강연을 부탁했다고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 김철신 전 이사를 직접 만나 의료계의 투쟁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이사님, 반갑습니다.

김철신 전 이사: 네, 어서오세요.

장영식 기자: 최근 전공의를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아요. 먼저, 이사님이 치과의사협회에서 어떤 업무를 맡았었는지 소개부탁드립니다.

김철신 전 이사: 전 집행부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집행부에서 중점을 둔 사안은 의료영리화 문제였습니다. 의료영리화가 이슈였기 때문에 3년 내내 의료영리화 문제와 사무장병원 문제를 다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건의료 5단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할 때 담당이사였죠. 당시 의사협회에서는 방상혁 기획이사가 참여했어요.

장영식 기자: 협의체는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김철신 전 이사: 의료영리화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죠. 의료영리화를 어떻게 비판해 나갈 것인지, 어떻게 알려나갈 지에 대해 함께 논의했어요.

장영식 기자: 대전협에서 강연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철신 전 이사: 새로 구성된 전공의협의회 집행부가 의협의 투쟁이나 활동에 대해 외부의 시각으로 평가해 달라고 제안을 했어요.

장영식 기자: 이번 강의가 처음이었나요?

김철신 전 이사: 올해 3월 수도권 지역 전공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할 때 강의한 적이 있어요. 당시 주제도 외부에서 의협의 투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였죠.

장영식 기자: 타 단체의 투쟁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김철신 전 이사: 부담을 느끼지 않았어요. 첫 번째는 전공의협의회 쪽에서 강연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고, 두 번째는 의료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들이 어떤 방향으로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장영식 기자: 의료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김철신 전 이사: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문제는 치협도 의협과 동일하게 느끼는 문제입니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거죠. 치협은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중시했고, 의협은 자체 동력으로 나섰어요.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데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다르고 회원들이 느끼는 정도도 다르고, 회원을 결집시켜서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해나가는 방향도 달랐어요. 이러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장영식 기자: 보건의료단체들과 같은 목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노조와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최초였죠? 당시 치협에서는 노조와의 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김철신 전 이사: 보건의료 5개 단체가 같은 목소리를 낸 적 자체가 거의 없어요(웃음). 일단 치협은 2011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의료영리화가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잘못된 제도는 의사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종사하는 여러 노동자들, 그리고 의료를 제공받는 국민에게도 악영향을 미치죠. 의료영리화는 의료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의료 노동자의 문제이고, 전체 국민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접근했어요.

장영식 기자: 노조와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건가요?

김철신 전 이사: 단지 의료인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먼저 한 것뿐입니다. 사실은 노동자의 문제이고, 국민의 문제니까 노조 및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장영식 기자: 노조와의 연대를 비판하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요?

김철신 전 이사: 전략상으로도 보건의료단체들이 구현해야 할 이해가치를 의료인 단독으로 행동해서는 얻을 수 없어요. 사회가 특정단체만의 이익을 배려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의 동의를 얻어내거나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에 종사하는 다른 단체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죠.

장영식 기자: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의협의 투쟁과정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김철신 전 이사: 원격의료, 영리병원이라든지 메디텔 등은 단순한 개별사안이 아니라 굉장히 큰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전문가 단체라면 지금 이 문제의 본질이 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하죠. 문제를 정확히 인지한 후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대안을 만들어냈으면 그것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정치 활동이 필요해요. 정치활동은 직업 정치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고 대안을 가지고 대안을 구현하는 과정 전체를 정치적 활동이라고 하고, 이런 과정에서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 하죠.

장영식 기자: 의협의 투쟁과정은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단계라고 보는 건가요?

김철신 전 이사: 결국 문제 파악도, 대안도, 정치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좌우하는 힘은 국민적 동의에 있어요. 이 문제가 어떻게 국민의 건강과 연관되는지, 국민의 건강을 지키면서 의료인들의 이익을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지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당시 의협은 비대위 활동을 통해서 이런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장영식 기자: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면서 집단휴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 아닌가요?

김철신 전 이사: 집단휴진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저해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워요. 지난 3월 의협 파업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파업이 꼭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스페인에서 있었던 의료인들의 파업은 국민들이 의료계를 지지했어요. 강력한 의료시장화 정책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김철신 전 이사: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라기 보다는, 파업의 목적과 배경을 알리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 생각과 배치되게 의료인만을 위한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런 정책은 잘못됐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을 압박하고 불편을 주기 위해서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초래하는 정부 정책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해야죠. 이런 예가 스페인에서 있었던 파업입니다.

장영식 기자: 일부 의사들은 노환규 집행부의 투쟁 아젠다에 대해 좌편향 아젠다라고 지적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철신 전 이사: 하나의 현상을 보는 데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요. 의사들이 노환규 집행부의 정책을 좌편향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죠. 반대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의협을 향해 우편향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이념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의사나 전문가 단체가 가져야 할 관점은 단 하나입니다.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의사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오로지 기준은 하나여야 합니다. 좌든, 우든 이런 정책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해줘야 하는 거죠.

장영식 기자: 결국 의료영리화 정책은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죠?

김철신 전 이사: 의료를 시장화해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어느 나라에도 없어요.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명확합니다. 의사에게 실익이 있느냐를 따져봐도 대형병원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소규모 병ㆍ의원에는 치명적이죠. 국민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의료계 내부의 양극화를 불러올 겁니다. 이를 좌우로 판단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죠. 의료영리화는 좌우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의 문제이고, 의료인의 생존에 대한 문제입니다.

장영식 기자: 조금 전에 말씀해 주셨는데 다시 한번 여쭤볼게요. 의료비가 상승하면 의료인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철신 전 이사: 물론 의료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회는 일부 대형병원에 집중될 겁니다. 대형병원에게 도움이 되는 게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죠.

 
 

장영식 기자: 강연 현장에서 전공의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철신 전 이사: 전공의들이 끝까지 경청해 줬어요. 개인적으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했어요. 당시 의협 5층에서 근무를 했죠. 그래서 의약분업 투쟁을 직접 경험했죠. 의협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와 젊은 의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집단휴진은 2000년 투쟁보단 진일보한 면이 있어요.

장영식 기자: 어떤 부분에서요?

김철신 전 이사: 지난 2000년에는 국민과 대립했고, 전선 자체가 의협이 고립되는 구도였어요. 의사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지난해 의료영리화 반대 아젠다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지성명을 낼 정도로 전선확장에 도움을 줬어요. 이후 의ㆍ정협상 과정에서 의협의 행보가 비판 받기도 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의협의 투쟁이 진일보한 면이 있었어요. 국민과 함께한다는 평가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장영식 기자: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닌가요?

김철신 전 이사: 물론 여기에서 너무 낙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죠. 의협은 굉장히 큰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개별사안을 보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끊임없이 연구해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의료인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해요. 하면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의사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김철신 전 이사: 현재 의협은 의정합의 이후 투쟁유보라고 하지만, 투쟁을 접은 것으로 보입니다. 의협 내부상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단기간에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투쟁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투쟁 과정을 통해서 의협 내의 수많은 회원들이 투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의사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제든지 싸움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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