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홍보영상을 공개하며 대정부 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비대위는 원격의료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려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한다. 아직은 투쟁의 준비단계이며, 오는 11월부터 본게임에 들어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비대위가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시범사업까지 시작한 마당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전략상 노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회원들 사이에서도 비대위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그들만의 리그가 된지 오래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을 보고 있노라면, 비상대책위원회인지, 홍보위원회인지 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다.

비대위가 원격의료 반대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를 정한 이유를 보자.

비대위는 일반 노동자처럼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항전을 외치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답게, 멋지게, 믿음직하게, 재미있게 원격의료 반대를 주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반대를 외치되 ‘부정’, ‘배타’, ‘무조건’, ‘투쟁’, ‘집단이익’ 등의 느낌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메시지 대신,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마주앉는 의료를 찬성하는 메시지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홍보영상을 보면, 하얀 가운을 입은 너그러운 표정의 의사가 환자와 대화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비쳐진다.

그 영상 위에 생명이 먼저라면 의사와 환자가 만나야 되고, 무릎을 맞대고 아픈 곳을 직접 만지며 진료해야 한다는 글귀가 흐른다.

또, 원격의료는 오진가능성이 크고, 환자의 건강보다 의료 산업화를 먼저 생각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원격의료를 막아 달라고 호소하는 글귀가 이어진다.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한다는 절제된 호소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영상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로고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30일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대의원들은 대정부 투쟁과정에서 의ㆍ정 협상과 집단휴진으로 이어진 노환규 회장의 투쟁방식을 비판하며 새 비대위를 탄생시켰다. 전국적인 투쟁체를 조직해 제대로 투쟁하겠다는 것이 새 비대위의 구성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비대위의 설명에 따르면 ‘투쟁’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단어이고, 숨겨야 하는 단어다.

투쟁 전략도 숨겨야 하고, 투쟁이라는 단어조차 바꾸고 감춰야 한다면 비대위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

비대위는 지난 4월 19일 발대식을 겸한 첫 회의에서 새 명칭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가장 먼저 제시된 명칭이 ‘의쟁투 시즌 2’, ‘2기 의쟁투’ 였다는 사실을 비대위 인사들은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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