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취임한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9월 26일부로 100일을 맞이했다. 추무진 회장은 협회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각 직역과 지역을 돌며 소통하는데 주력했다. 그의 행보에 대해 협회 내부 불협화음을 잠재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회원들도 있는 반면, 선택의 기로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회원들도 있다. 추 회장의 지난 100일을 뒤돌아봤다.

 
 
추무진 후보, 의협 38대 회장 당선
지난 6월 노환규 전 회장이 불신임 됨에 따라 치러진 제38대 의사협회장 선거에서 기호 2번 추무진 후보가 당선됐다.

추무진 후보는 지난 6월 2일부터 18일까지 17일 간 진행된 의사협회장 선거에서 5,106표를 얻어 3,653표를 얻은 박종훈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유태욱 후보는 1,577표를 얻었다.

최종 득표율은 추무진 후보가 48.86%를 얻은 반면, 박종훈 후보는 34.96%, 유태욱 후보는 15.09%를 얻는데 그쳤다. 추 후보가 비교적 낙승을 한 셈이다.

이번 선거는 노 전 회장의 지지자와 비지지자 간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추무진 후보는 노환규 집행부의 회무를 승계하겠다고 선언한 반면, 유태욱 후보와 박종훈 후보는 노 전 회장의 회무를 비판하며 선을 긋는 등 후보자들이 노환규 집행부의 회무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추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노환규 집행부의 회무를 승계하되,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보완해 가겠다’고 밝혔다.

회원들이 추 후보를 선택한 것은 노환규 집행부의 회무가 연속성을 갖고 유지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노환규 집행부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드는 것은 의사들의 사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의 본질의 가치를 세우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노 회장은 의료의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 정책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한마음의사대화와 여의도의사궐기대회 등 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뤄내며, 14년 만의 파업과 의정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 시민사회와 노조와도 대화에 나서는 등 의사협회의 외연을 넓혔다.

추무진 회장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어”
“이번 회장선거 기간중에 단생산사를 가장 많이 떠올렸습니다.”

추무진 회장은 6월 19일 오후 의협회관서 가진 제38대 의사협회장 취임식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남긴 것으로 알려진 단생산사(團生散死;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언급하며 단결을 강조했다.

추 회장은 “현재 의료계는 산적한 의료현안,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정부의 의료정책, 나날이 추락해 가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위신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어느 때 보다 어렵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계는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추 회장은 “막중한 책임과 소명의식을 갖고, 앞으로 회무 안정을 바라는 회원들을 위해 의료계가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추 회장은 회원에게도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혼란을 종식시키고 하나가 돼 회원의 자존심을 꼭 지켜내겠다.”라며, “무기력한 의협은 버리고 의사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강한 의협으로 개혁을 완성할 수 있도록 회원님들도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경쟁자 유태욱, 부회장 대우 발탁 왜?
추무진 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인 6월 24일 38대 집행부 인선을 발표했다.

추무진 회장은 강청희 상근부회장, 김길수 기획이사, 팽성숙 재무이사 등 전 집행부 인사를 다수 기용했다. 그가 평소 주장해 온대로 회무 연속성과 안정에 무게를 두고 집행부를 구성한 셈이다.

하지만 유태욱 부회장 대우 정책이사라는 파격카드도 꺼내들었다.

유태욱 부회장 대우는 이번 선거에 출마해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대통합 리더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유 부회장 대우는 선거 당시 전임 회장이 저질러 놓은 많은 문제들을 바로잡겠다며 노 전 회장을 강도높게 비판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노환규 전 회장의 회무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당선된 추무진 회장과는 대치되는 부분이다.

11일 만에 비대위 파견…비대위원장 카드까지
지난 6월 28일 비상대책위원회 제4차 회의에 참석한 추무진 회장은 비대위에 집행부 비대위원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추 회장은 집행부가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집행부가 파견하는 비대위원 가운데 한 명이 공동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대위는 추 회장의 제안에 따라 이철호 의협 부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현재 비대위는 대의원회가 구성한 것으로, 노환규 전 회장의 불신임을 촉발시킨 바 있다.

앞서 대의원회는 지난 3월 3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노환규 전 회장을 배제한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그러자 노 전 회장은 “투쟁과 협상을 대의원회에서 구성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것은 월권행위이다.”라고 규정하고, “사원총회를 통해 대의원 직선제를 포함한 내부개혁에 나서겠다.”라고 선언했다.

대의원들은 자신이 개혁 대상이라는 노 전 회장의 주장에 반발해 그의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집행부 파견 비대위원은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공석이었고, 추 회장의 파견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추 회장이 임기 시작 11일 만에 비대위에 집행부 측 위원 4명을 파견하면서 공동위원장직까지 제안하자, 일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회무 안정과 회원 화합을 내건 추 회장의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당시 비대위에 상임이사를 파견해선 안된다고 주장한 집행부 한 인사는 “태양이 바뀌었는데 어쩌겠나. 따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사협회 내ㆍ외부, 발로 뛰는 회무 주력
추무진 회장은 취임 후 의사협회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발로 뛰는 회무에 주력했다.

추 회장은 먼저 의사협회 대의원회, 16개 시도의사회, 고문단회의 등 각 직역과 지역을 두루 만나 의견을 나눴다. 그는 이야기를 하기보다 각 단체가 의사협회에 기대하는 바를 주로 경청했다.

의사협회 외부와는 더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추 회장은 6월 26일 병원협회를 찾아 박상근 회장과 의료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어 7월 10일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14일 문형표 복지부장관, 15일 정의화 국회의장, 20일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연이어 만나 의료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보다 앞서 6월 28일 젊은의사협의체 발대식에 참여해 젊은 의사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9월 26일 정훈용 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을 만나 교수들이 의사협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밖에 그는 평일 야간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여러 학회와 의사회 행사에 참여해 의사협회 회무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소속 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특히 그는 토론회와 세미나 등에서 축사를 하고 자리를 뜨는 다른 단체장들과 달리 자리를 지키며 토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8월 말 자체 집계한 결과, 추 회장이 취임 후 두 달 동안 각종 회의와 미팅, 행사에 참여한 횟수가 무려 124회에 이른다고 소개하면서, 발로 뛰는 회무를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추무진 회장, 임기 초반 자체 평가는?
추무진 회장은 취임 후 의료계 내부의 혼란을 성공적으로 수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추 회장은 취임 후 71일째인 지난 8월 28일 양평에서 전문지 출입기자 워크숍을 열고, 취임 후 두 달여 동안 진행한 회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추 회장은 인사말을 겸한 현안설명에서 “취임할 때 회원들이 가장 원한 것은 내부의 안정과 화합이었다.”라며, “협회의 빠른 회무 안정과 회원 간 화합을 최우선 회무로 삼았다.”라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회무 안정을 위해 기존 임원을 유지하고, 지역과 직역, 연령과 성별을 고려해 공석 위주로 영입했다고 조직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대학교수 5명과 중소병원 근무의사 2명을 임명했고, 여성도 배려해 집행부를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의원회와 16개 시도의사회, 의학회, 병원협회, 교수협의회, 고문단회의 등 의료계 단체를 빠짐없이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밝히면서, 회원 간 화합에 중점을 뒀으며, 그에 따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공정위 과징금 질의서, 리더십에 상처
의사협회는 지난 9월 17일 상임이사회에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5억원을 의료정책연구소 회계에서 차용하고, 이후 투쟁기금이 확보되면 반환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집행부는 과징금이 지난 3월 10일 휴진투쟁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므로, 투쟁의 연속성 측면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반발하고, 이철호 비대위원장은 사퇴의사까지 밝혔다. 비대위는 과징금을 납부하면 회원들의 투쟁 의지가 꺾여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투쟁기금 5억원을 과징금으로 미리 사용하면 비대위의 활동에 실무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추 회장은 상임이사회의 의결사항을 유보하고 대의원회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 질의서는 마치 집행부가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대의원회의 재가를 받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집행부 관계자는 상임이사회의 결정사항은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의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의원회에 질의서를 보낸 것은 단순한 의견수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의원회가 상임이사회의 결정 사항에 문제가 있다고 회신할 경우,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의사협회 안팎에서는 추 회장이 더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회원들, 추무진 초반 평가 ‘무난’vs‘혹평’
회원들의 추무진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은 의사협회 내에서 불협화음이 외부로 드러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있다.

추 회장이 회무 안정과 회원 화합을 약속한 이상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일부 상임이사와 회원들이 비대위와 집행부 간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하라는 요구에도 공격적인 발언은 피해왔다.

또, 대의원회와 시도의사회와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고, 특히 대의원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추무진 집행부를 혹평하는 이들은 그의 이러한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비대위가 투쟁 준비뿐만 아니라 대국회 활동과 대정부 협상에도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내부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추 회장은 선을 긋지 못하고 끌러다녔다는 것이다.

투쟁기금을 두고 비대위와 갈등을 빚었을 때도 대의원회에 질의서를 보낸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투자활성화대책이 불거지자 투쟁에 대한 계획은 비대위에서 논의하겠다는 발언을 반복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 김길수 기획이사가 대의원회와 비대위에 끌려다닌다는 이유로 사퇴하면서 비난 여론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추무진 회장, 회무 기조 변화 시동?
추무진 회장은 지난 8월말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지난 두 달이 몇 년 같았다.”라며, “회장은 외롭고 어려운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10만 의사의 수장 자리가 녹록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추 회장은 직무수행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상임이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회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의사협회의 위상강화와 회원 화합을 이끌어 내겠다.”라고 말했다.

취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평소 강조한대로 회원 화합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러한 회무 기조에 변화를 줄 지 고심하고 있다.

추 회장은 지난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무 안정과 회원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회무 스타일에 변화를 줄 지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회무 방향을 정할 때 일부 잡음은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비판적인 발언을 자제해 온 그가 같은 자리에서 “지난 원격의료 시범사업 설명회 취소 건과, 최근 공정위 과징금 납부 건에 대해 책임있는 분들과 미리 의견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일자 모두 내 책임으로 돌아왔다.”라며, “리더들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추 회장은 앞으로 의정협의 이행 등 회원들이 원하는 회무에 집중해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궐 선거로 당선된 덕에 그의 남은 임기는 7개월 뿐이다. 그가 취임 초 목표로 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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