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원격의료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가 끝났다. 예상대로 의사 절대 다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반대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참여자 10명 중 9명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과반수가 넘는 참여자들이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휴ㆍ폐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과연 의사들이 설문 결과대로 정부에 맞서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느냐다.

투쟁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비대위는 구성되고 상당 기간을 조직 구성과 비대위의 역할 정립에 할애했다.

발대식이 한차례 연기됐고, 최초 비대위원으로 발표된 인사가 첫회의에 불참하더니 2차 회의에 앞서 교체되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즈음엔 김정곤 공동위원장이 사퇴하는가 하면, 조인성 협상위원회 수석 선임 건으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의사협회장 보궐 선거와 집행부의 상임이사 파견 등의 외부 요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해 온 과정을 보면 비대위의 향후 행보도 우려된다.

비대위가 설문을 기획한 이유는 의정합의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회원이 적다는 판단에서였다.

때문에 비대위는 설문조사를 기획할 당시, 2차 의정합의에 대해 단순히 찬성과 반대를 묻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합의 인정 여부와 시범사업 강행 시 대처방안 등을 정확하게 묻고 그 결과를 다양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문 방식을 놓고 전문리서치회사가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리서치회사는 비용과 시간 등을 이유로 대상에서 배제됐다.

결국 비대위는 협회 내 온라인 폴 시스템을 이용해 설문을 실시했고, 참가자 6,357명이라는 참사를 빚었다.

비대위는 저조한 참여율에 대해 설문일정이 휴가 기간과 겹쳤고, 짧은 조사 기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변명처럼 들린다. 설문을 좀더 일찍 시작하거나 늦추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면 될 일이었다. 조사 기간도 최소 일주일이나 그 이상 진행해도 될 일 아닌가.

문항이 단조로운 것도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 원격진료에 대한 설문은 지난 5월 24일이 3차 회의에서 확정됐다. 비대위는 최소 두 달 이상 설문을 준비해 왔다. 이 기간에 의료정책연구소에 설문 문항을 의뢰하고 두 차례나 설명을 듣는 시간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설문 문항은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안이 아닌 단답형으로 확정됐다.

비대위는 설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설문문항과 결과를 보면 무엇을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대위는 8월 말까지 전국적인 투쟁체 조직을 완료하고, 온몸을 불사르는 강력한 투쟁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사수하겠다고 한다.

물론 강력한 투쟁을 천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회원들이 비대위를 신뢰하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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