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선진형 건강보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내세우며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체계 개선, 담배소송 진행, 비만관리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행보를 보는 의료공급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건보공단이 보험자로서의 기본적인 업무에는 소홀하면서 전시성 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를 만나 최근 건보공단의 행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조성우 기자: 이사님, 안녕하세요.

서인석 이사: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조성우 기자: 대한의사협회 37대 집행부에 이어 38대 집행부에서도 보험이사라는 중책을 맡게 되셨는데요.

서인석 이사: 아직 부족한 제가 37대에 이어 38대에서도 보험이사를 맡아 부담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더욱 책임감이 들어요.

송후빈 부회장님과 연준흠, 김근모 보험이사님을 도와 진료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풀어 회원분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또, 진찰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국민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뛰어야죠.

조성우 기자: 저수가 개선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이 중요한데요, 최근 공단에서 수가협상과 관련해 요양기관의 원가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죠.

서인석 이사: 네,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런데, 공단이 개인사업자인 의원의 원가를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요. 자영업자의 소득을 국가에서 규제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죠.

또, 원가를 분석하려면 건강보험뿐 아니라 비급여의 모든 자료, 행위량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실제 이런 자료들이 공단으로 넘어갈 수가 없는 구조에요. 만일 이런 자료들이 넘어간다면 그것은 동의되지 않은 정보가 가는 것이고 그 자체도 문제에요.

결국, 공단이 원가분석 시스템의 원리와 자료확보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자료이며 준조세인 건강보험료를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봐요.

조성우 기자: 지난달 시행된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과 관련해서도 공단과 갈등이 있었죠.

서인석 이사: 네, 건보공단의 업무인 가입자의 자격관리에 대해 준정부기관에 발생하는 대국민 민원을 민간기관인 의료기관에 떠넘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일이죠.

조성우 기자: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가 많은 부분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인석 이사: 전체 의료기관의 93%인 민간의료기관을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묶어놓고 저수가 정책하에서 불합리한 건정심 구조로 일방적인 수가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의료계의 불리한 현실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봐요.

또, 정부와 공단이 저수가 문제, 국민의 낮은 건보 부담률,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하는 정책의 필요성 등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의료계의 불가피한 문제들을 부각시키고 이를 이용해 의료계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또 다시 국민으로부터 의료공급자를 멀어지게 하고, 의사들의 분노를 키워온 것도 사실이에요.

 
 
조성우 기자: 건보공단이 올해 초 담배소송에 이어 최근에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요.

서인석 이사: 금연이나 비만관리 사업의 취지는 공감해요. 그런데 지금 시기가 맞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구조조정 등 경영효율화, 재정누수 방지, 부정수급자 및 체납자 관리 등 공단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요. 이 같은 우선순위를 해결한 후 캠페인성 사업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른 과제들이 많은 상황에서 금연이나 비만 관련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한정된 재원과 인원을 갖고 있는 공단의 현실을 봤을 때 사업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어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뜻이죠.

조성우 기자: 공단은 보험자론을 내세우며 가입자를 대리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서인석 이사: 공단이 가입자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수가, 수가계약의 불합리성,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다양한 보험제도 미비 등의 약점에 대해서는 가입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공급자와 보험자가 보다 각각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위해 하나 제안하자면 공단을 6개 지역본부 단위로 쪼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각 지역본부가 재정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성과를 비교해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는 거죠. 본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요.

조성우 기자: 마지막으로 의사협회 보험이사로서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서인석 이사: 앞서 말한 여러 불합리한 점들이 38대 집행부 내에 모두 해결될 수는 없다고 봐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보건의료제도에 더욱 관심을 갖고 해결 방법을 같이 고민해보길 부탁드려요.

조성우 기자: 네, 인터뷰 감사합니다.

서인석 이사: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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